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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영리한 실사화, 원작과 공존하며 진화하다 [무비뷰]
작성 : 2019년 05월 28일(화) 14:52

사진=영화 알라딘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는 그간 수많은 실사 영화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 OST와 스토리에 전 세계 팬들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쏟으며 열광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만화를 현실로 구현한 데서 오는 어색함에 적잖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는 동물들, 뜬금없이 부르는 노래, 요술 할머니는 현실에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디즈니 팬들은 동화를 마법처럼 선사할 영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알라딘'이 세상에 나왔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제작 월트 디즈니 픽처스)은 1992년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바탕으로 실사화된 작품이다. 머나먼 사막 속 신비의 아그라바 왕국. 좀도둑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아그라바의 재상 자파(마르완 켄자리)의 의뢰로 마법 램프를 찾아 동굴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주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윌 스미스)를 만나게 된 알라딘. 그는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와 결혼하기 위해 왕자로 변신하며 모험에 휘말리게 된다.

이러한 '알라딘'은 1992년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을 뿐만 아니라 극중 등장한 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가 히트를 치면서 지금까지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알라딘'은 8~90년 대생들에게 신비한 모험이었으며 아랍 문화에 대한 환상이었다. 이렇듯 수많은 원작 팬의 기대와 자칫 원작을 훼손하지는 않을까는 우려 속에 실사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작 팬들은 어린 시절 향수를 느끼며 호응을 보냈고,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작품의 깊이와 재미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실사화라는 양날의 검에서 '알라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만화적 요소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속 판타지를 줄이고 현실적인 개연성을 부여하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판타지를 빼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내용과 확실한 캐릭터를 잡았기 때문에 원작 팬의 원성을 사지 않았다. 이 정도로 '알라딘'은 영리한 영화다.

사진=영화 알라딘


판타지적인 요소라 하면 알라딘과 자스민이 첫눈에 반한 것을 들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이 첫눈에 반하는 모습은 그간 수많은 작품에 등장했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은가. 영화는 친절하게 두 사람이 처음 봤음에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자파는 알라딘의 정체를 앵무새의 염탐으로 확인했는데 이는 원작에서 요술 반지를 통해 본 것과는 좀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파는 알라딘이 동굴에서 램프를 가져오도록 시키기 위해 그에게 엄청난 부를 준다고 약속한다. 원작에서 자파가 노인으로 변신해 알라딘의 동정심을 자극한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점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자스민의 변신이었다. 원작에서 자스민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였다. 자스민은 자신에게 청혼하러 온 외국 왕자에게 "우린 같은 지위인데 취급이 다르네요"라고 말하며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이에 자파는 동맹을 맺어야 할 왕자를 차버린 그에게 "화초처럼 가만 있으라"고 명령해 자스민의 심기를 건들였다. 이런 자스민의 분노는 영화 말미 클라이맥스로 드러난다. 자스민은 "화초처럼 가만있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곡 '스피치레스(Speechless)'로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어쩌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여성의 독립성인가 싶을 정도로 절정 부분에서 그가 부른 곡에는 당당한 여성의 태도가 담겼다. 이는 술탄(아랍 왕)의 모습이었다. 자스민은 영화 내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며 술탄이 되고 싶다는 야망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부분은 원작에는 없는 내용으로 영화에서 자스민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된 것이다. 결국 결말에서 자스민은 그토록 바라던 술탄 자리에 올라 스스로 법을 바꾸고 알라딘과의 결혼을 쟁취한다. 원작에선 술탄인 자스민의 아버지가 법을 바꿔 자스민과 알라딘을 결혼시킨 것에 비하면 도드라진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자스민에게 야망을 심어주며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면, 영화의 재미는 지니가 책임졌다. 원작에서도 지니는 개구진 캐릭터로 사랑받았는데 이번엔 이를 극대화해 관객들의 웃음을 사냥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지니 역을 맡아 캐릭터를 제대로 살렸다. 윌 스미스는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코믹한 연기를 많이 했지만 파란 요정인 지니 역까지 소화할 줄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윌 스미스는 춤과 노래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독보적인 지니를 탄생시켰다. 더 나아가 윌 스미스는 지니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그리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산하기도 했다. 원작에서 지니는 알라딘의 마지막 소원으로 자유의 몸이 되어 그의 곁에 머문다. 영화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된 지니가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는 등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알라딘'은 원작에는 없던 내용을 추가하며 스토리의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반대로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 호평을 얻은 부분도 있다. '매직 카펫'을 타고 알라딘과 자스민이 아그라바의 절경을 보는 장면은 환상적인 자연과 도시의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 마치 아그라바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와 동시에 흘러나오는 '어 홀 뉴 월드'는 황홀할 정도다.

영리한 영화는 뺄 부분은 과감히 빼고 강조할 부분은 극대화하며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원작과 비교되는 영화가 아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영화 '알리딘'이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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