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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27일(월) 13:49

닥터프리즈너 남궁민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한다. 조연을 거쳐 주연급 배우 반열에 오른 남궁민이 그렇다. 내 것을 마치고서 네 것도 들여다보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한다. 이 모든 건 주인의식 때문이다. 다른 말로 투철한 책임감을 지녔다 표현할 수 있겠다.

남궁민은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연출 황인혁)를 마치고서 자신의 역할 나이제에 대한 설명에 5할을 쏟아부었다. 나머지 절반은 드라마 작업 환경의 한계, 시스템의 모순, 연출진의 고충, 제작사의 입장, 배우의 본분 등에 대해 토로했다. 어찌 보면 남궁민은 남의 고민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길을 돌아보니, 함께 걷는 배우가 더 나은 배우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는 '닥터 프리즈너'를 제안받고 제 몫을 위해 나이제의 옷을 입었다. 남궁민은 "진중한 의사 역할은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는 수술 장면도 있고, 의학 용어도 넘쳐났다. 의사가 의술을 이용해 갖은 수를 쓰는 것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에 직업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며 "의사들을 직접 만나 배우고, 의학 전문 드라마도 섭렵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수술용 칼을 부르는 의학 용어 메스(mes)가 있었다. 남궁민은 "대사 하나하나 물으며 '실제'에 가까운지 물었다. 그 중 외과 의사에게 메스란 단어는 일상 용어나 다름없더라. 수도 없이 반복해 말하는 단어였다. 대단한 긴장감이 들어가는 것은 과하다 여겼다. 기존의 작품들처럼 강조해 힘주어 말하기 싫더라"며 "한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지 못한 '메스'를 외쳤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라, 사후 녹음이 가능하다 판단해 요구했다. 일상에서 말하듯 '메스'라고 외친 녹음본을 본 방송에 입혔다"고 전했다.

남궁민은 대사 한마디는 물론, 말하는 톤에도 신경 써 유난을 떨었다. 극중 나이제는 형집행정지라는 법 제도를 악용해 이루고자하는 바를 달성한다. 정의 구현을 실천하는 히어로지만, 정의롭지만은 않은 것. 남궁민은 이러한 나이제를 '다크히어로'로 해석했다. 때문에 위트나 능청보다는 냉정한 절제미를 필요로 했다.

그는 속삭이듯 읊조리는 톤의 완급에 유의했다. 그는 "악인과 대립 중 속삭이듯 말하며 상대를 약올리거나, 압박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속삭이기 위해서 성대를 아껴야 한다고 판단해 커피를 끊었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다니고, 약을 챙겨 먹고 다녔다"며 "촬영 중 생일에는 스태프들이 도라지즙을 잔뜩 선물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닥터프리즈너 남궁민 / 사진=KBS 제공


남궁민은 역할에 필히 요구되는 인물 서사에 대해 정확히 짚고 시작했다. 그는 "서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대사는 무게감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다르다"며 "1~4회까지밖에 안 나온 상태였기에 나이제가 왜, 무엇을 위해,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복수와 정의를 외치는 것인지 정확히 풀어줄 것을 연출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닥터 프리즈너'의 촬영 일정은 몹시 빠듯했다. 중후반 지날수록 겹치고 겹쳐 드라마에 쥐약으로 작용하는 '쪽대본'까지 마주해야 했다. 이 여파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배우다. 급히 외워 이해하고, 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궁민은 불평 대신 각자의 입장을 고려했다.

그는 "우리 작품은 사건이 촘촘히 얽혀 완성되는 '사건 중심형 드라마'다. 사건을 시청자에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그림과 대사가 합쳐진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이라며 "중후반부 넘어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탓에 인물들의 대사로만 사건 진행 상황을 설명하게 됐다.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일은 누구 한 명의 탓이라 탓할 수 없다. 둘러보고 입장을 들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특히 '돈'이 걸린 문제"라며 "가끔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이럴 거면 사전제작을 해라'라고 하시더라. 모르는 소리"라며 걱정했다.

남궁민은 "사전제작을 하면 수정하면서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는 일수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사전제작 촬영하는 분들도 노동법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게 촬영하는 분들이 있더라"며 "계약을 한 달로 하느냐 일수로 하느냐의 문제이고 이런 제작환경은 앞으로도 개선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16부작 아닌, 12부작이 내용상 더욱 견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남궁민. 그럼에도 그는 "그건 오롯이 배우 입장의 욕심일 수 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또 단가가 안 맞으니, 12부로 줄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16부로 하니, 작가 감독 배우가 죽어난다. 그렇다고 제작사가 나쁜가? 그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이기에 고려해 봐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내가 불평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닥터프리즈너 남궁민 /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남궁민은 스스로의 연기를 마치고서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한다. 더불어 작품 제작 환경까지 제작자 마냥 알맞은 오지랖을 부린다.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옛날에는 어찌하면 '시선을 내 것으로 만들까'만 궁리했다. 연출 의도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라며 "매장면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그들이 돋보이게 밀고 끄는 역할이 나에게 주어지면, 그리 따라가야 하더라. 그런 앙상블이 잘 맞으면, 우리 작품이 흥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팎으로 잘 익은 답이다. 익을수록 주변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고, 과오를 저질러 보니 저절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남궁민은 "'내 성격은 원래 숫기 없어'라는 생각에 주변을 이끌지 못하던 때가 있다. 단절된 채 생활했고, 주어진 것만 해치웠다"며 "나이 마흔이 넘고 경력 20년을 지나니 알게 됐다. 자존심 대신 우리의 분위기를 위해 먼저 다가가고,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사람에 벽을 두지 않는다. 애로사항과 오해를 살피고, 잘못된 것에는 목소리도 높여야 하더라. 선배 유준상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내 기억에 가장 훌륭하고, 사람 냄새나는 선배였다. 그 자취를 따라가는 중"이라고 알렸다.

덕분에 '닥터 프리즈너'는 성공적인 드라마가 됐다. 첫 방송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해 4회 만에 14.1%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방송 기간 내내 지상파 수목극 왕좌를 지켰으며, 지난 15일 마지막 회에서는 15.8%의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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