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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MHz' 정은지, 호러퀸 향한 도전장 “또 하나의 표정을 보여줄래요”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24일(금) 14:03

정은지 0.0MHz / 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아이돌 배우 정은지는 그간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첫 데뷔작 '응답하라 1997'로 스스로의 강점을 톡톡히 드러낸 그는 앞서의 역할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다시 대중 앞에 선다.

'응답하라 1997'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까지 앞서의 작품들에는 모두 정은지가 녹아있다. 그간 대중이 만나왔던 정은지의 매력을 꼽자면 단연 '털털함'과 '친근함'. 그런 그가 스스로를 경계하듯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은지가 선택한 작품 '0.0MHz'(감독 유선동·제작 제이엠컬쳐스)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초자연 미스터리 동아리 멤버들이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를 증명하기 위해 우하리의 한 흉가를 찾은 후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루는 공포영화다. 첫 스크린 데뷔작을 선택할 때 정은지에게는 매력적이면서도 쉬운 정방향의 길이 있었을 터.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가시덤불 밭길이다.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캐릭터'를 꼽았다. 정은지는 "이전까지 밝은 캐릭터, 극을 끌고 나가는 역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절제되고 대사가 많이 없는 역이다. 새로운 모습, 분위기를 잡는 역"이라 간단하게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번 작품이 정은지에게는 또 하나의 표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컸다.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 개봉을 앞둔 소감으로 "맡은 역할에 어색하지 않게 충실히 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할 것 같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극 중 정은지는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희 역을 맡았다. 정은지가 만난 캐릭터는 이미 원작에 레퍼런스를 둔 익숙한 인물. 세세한 묘사와 설명이 있다는 것은 표현하기 쉬울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더 나은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난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은지는 불필요한 요소를 추려내고 진부하게 여겨질 법한 것을 단호히 제거하며 또 한 번 스스로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웹툰이라는 좋은 예시가 있었기에 외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평소 워낙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에 있어 괴리감이 들지 않게 연습해야 했다. 감독님이 나더라 '웃는 표정과 무표정이 괴리가 크다'더라.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퀭한 표정이 나왔다."

무표정한 연기의 비결을 '수면부족'이라 꼽은 정은지. 하지만 작품 속 정은지의 표정은 각고의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이에 정은지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무표정으로 있는 게 어색하지 않더라. 다들 어색하지 않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노력의 결과에 대해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작품에서 정은지의 역할은 꽤 인내를 요구한다. 초반 분위기 속 튀지 않게 조용히 스며들어야 하면서 후반부를 기다린다. 이후 서사가 클라이맥스로 접어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존재감을 터트려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욕망, 서사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은지는 캐릭터 성으로 이야기를 완성시켜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맡았다. 특히 그는 빙의된 연기까지 톡톡히 소화해야 했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인 나와 성열, 둘 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둘 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지만 향간의 시선에 대한 우려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성열과 나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성열을 이해하게 됐다. 진지하기보다 밝은 사람이라 전반적으로 촬영 현장 속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입대 전에 '나는 영화 못 본다. 잘 있어라'던 말이 슬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은지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에 정은지는 "절제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가 이야기 속에서 표현할 수 있던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조용하면서 항상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소녀.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했다. 이에 정은지는 캐릭터를 구상하며 숱한 표현법을 공부했다고. 뿐만 아니라 '0.0MHz'는 정은지에게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태도까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남았다.

실제로 만나본 정은지는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리는 배우였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연기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정은지는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것이 재밌다. 또 그 과정에서 나와 맞는 캐릭터로 변형되는 것이 매력 있다. 이 과정에서 감동받을 때가 많다. 특히 드라마 '언터쳐블'에서 진경 선배님의 연기 톤이 참 멋있다. 그래서 참 많이 쫓아다니기도 했다"고.

그런가하면 정은지는 참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 어느덧 7년차 아이돌이자 배우인 정은지는 2011년 데뷔 이후 6편의 드라마 작품, 꾸준한 음반 및 방송 활동까지 꾸준히 달렸다.

이에 대해 정은지는 '엄살을 못 부리는 성격'이라며 "쉬는 타이밍에는 오히려 마음이 급해진다. 뭔가를 하고 싶어서 혼자 바쁘다. 그래서 늘 몸이 피곤하다. 기본적인 체력이 좋은 편이다. 가끔은 엄살 피우고 싶긴 하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이렇듯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정은지는 다시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차기작을 정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는 정은지. 그는 이번 작품을 겪으며 영화 현장에 대한 흥미를 알아버렸다. 영화는 단 한 번의 연기가 영원히 남는다. 정은지는 브라운관과 스크린 차이점에 대해 "롤에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재밌다"고 답했다.

분명 정은지는 가능성을 기대 받고 있는 배우다. 한창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정은지는 "비중을 떠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7번방의 선물'처럼 가족 영화 속 따뜻한 연기를 하고 싶다. '청년경찰' 같은 청춘 물도 해보고 싶다"면서도 현재 워낙 쌓아놓은 것이 없어 모든 것이 재밌을 거라 너스레를 떨었다.

정은지의 최종목표는 꽤 단순하다. "가수와 배우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명쾌한 답이 나왔다. 정은지는 '찾아주는 것 자체가 평가'라면서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그의 행복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롯이 정은지로 각인되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드러냈다.

어쩌면 정은지가 선택한 길은 평면적인 아이돌 혹은 배우의 길이 아니다. 하지만 정은지는 두 가지 일을 모두 사랑하면서 자신을 완성시켜 나간다. 정은지는 이번 작품을 거치며 텍스트에서 본인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무사히 완수했다. 최소한의 묘사로 강력한 순간을 창조해낼 줄 아는 정은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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