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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규현, 평범한 삶이 준 생경한 깨달음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20일(월) 11:58

슈퍼주니어 규현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직장인들은 으레 그렇다. 어쩌다 한 번 있는 공휴일에 한 주가 행복하고, 목요일부터 이유 없이 들뜨다 일요일 밤이면 우울증이 찾아오는.

지극히 이 일상적인 감정들을 한류스타와 나누게 될 줄이야. 세계를 호령한 '톱 아이돌' 슈퍼주니어 규현은 약 2년간 공익근무로 '9 to 6'를 실현하면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평범한 삶이 준 생경한 깨달음이었다.

"700일을 카운트하면 시간이 안 갈 것 같았어요. 너무 먼 이야기니까. '눈앞에 있는 것만 보자' 싶어서 금요일만 보고 살았어요. 금요일만 지나면 주말이 오니까 목요일부터 행복한 기분으로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일요일 되면 슬퍼지고. 월요일 되면 출근해서 거의 말도 안 했어요. 직장인들의 마음을 느꼈죠. 연예계 생활하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신경 안 쓰면서 보내거든요."

슈퍼주니어 규현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예능계 블루칩' 아니랄까봐, 공백이 길었음에도 능청스러운 예능감은 여전했다. 그러나 규현의 진짜 미덕은 덤덤하게 터뜨리는 웃음 뒤에 숨겨진 결코 얕지 않은 진심에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피아노, 일본어, 보컬 등을 배우며 자기 발전을 즐길 수 있었던 지난 2년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실제로 선생님들 모셔다드리면서 선생님들의 많은 것들을 알게 되니까 길 가다 시각장애인 분들 보이면 도와드리기도 했죠. 군 복무였지만 배운 것도 많고 느낀 점도 많았어요. 사실 2년 동안 되게 즐거웠어요. '일이 쉬웠습니다. 편했습니다'가 아니라 다시는 없을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자는 마음이 커서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공연도 많이 봤어요. 멤버들 공연 보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저희 팀 공연을 처음 봤거든요."

조금의 '쉼'도 허용하지 않는 우직함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입소 전까지 앨범을 내고 수 개의 예능을 하며 폭풍 스케줄을 소화했던 규현은 바쁘게 2년을 보내고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새 앨범을 냈다. "쉬고 싶고, 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고, 얼른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는 그다.

"너무 급하지 않은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구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사실 입소 전에 목을 혹사시켜서 공연 때도 몇 번 정도는 저에게 실망스럽기도 했거든요. 근데 2년간 목을 쓸 일이 없으니까 잠을 못 잔 날에도 소리가 너무 예쁘게 나오는 거예요. 제가 말하니 웃기긴 한데 이번에 녹음할 때 저랑 10년 넘게 같이 한 녹음실 기사님이 '목 관리 너무 잘했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했다. 휴식이 답인 것 같다'고 했죠. 컨디션이 좋아서 너스레를 떤 것 같아요."

슈퍼주니어 규현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규현의 새 싱글 앨범 '너를 만나러 간다 (The day we meet again)'에는 타이틀곡 '애월리 (Aewol-ri)'를 비롯해 '그게 좋은거야 (Time with you)' '너를 만나러 간다 (The day we meet again)'까지 총 세 트랙이 담겼다.

규현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애월리'는 짝사랑하는 이와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을 애써 숨겨 보려는 애틋한 감정을 녹여낸 곡. 휴가 때 곡을 쓰려 제주도 애월리에서 묵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짝사랑이란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고. 그러나 규현은 애월리가 '짝사랑의 테마'를 가진 장소는 아니라고 선 그었다. 최근에 짝사랑 경험을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하루 종일 곡 쓰면서 창밖 애월리 바다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사가 붙었다는 설명이었다.

규현은 "짝사랑 경험은 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짝사랑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있을 텐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하는 사랑이기 때문에 계속 표현을 해도 받는 입장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거절하는 입장도 상대에게 상처 주게 되는 거니까 슬프고. 어느 순간 문득 '짝사랑이 못할 짓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슈퍼주니어 규현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개인적으로 저는 문과적인 감성이 전혀 없는 '감성제로'라 작사 쪽은 꿈도 안 꿨는데 이번에는 작곡을 하면서 제가 흥얼거렸던 가사들이 '곡이랑 어울린다'는 좋은 얘기를 듣게 됐어요. 작사에 이름을 올리게 돼서 너무나 행복해요. 제가 써서 타이틀이 된 게 아니라 회사의 블라인드 테스팅을 거친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처음 작사했는데 첫 타이틀이 돼서 애착이 많이 가요."

'그게 좋은 거야'는 앨범을 발라드로만 구성하고 싶지 않아 수록했다. 산뜻한 곡을 찾으려 받은 여러 곡들 중 회사와 규현 본인 모두에게 "제일 잘 들렸던" 노래였단다. 봄 감성에 잘 맞아 선공개 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규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사로 담겼다. 뮤직비디오에도 팬들이라든지, 먹는 것, 술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넣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너를 만나러 간다'는 입소 전 발표했던 '다시 만나는 날 (Goodbye for now)'의 다음 이야기다. 잠시 떨어져 있던 팬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는 의미다. 앨범 타이틀곡도 그래서 '너를 만나러 간다'가 낙점됐다.

슈퍼주니어 규현 인터뷰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좋아하는 곡들만 넣었어요. 사실 '광화문에서' 나올 때 타이틀감이 없다는 이유로 한 번 엎어졌었거든요. 그래서 1년 후에 '광화문에서'를 타이틀로 활동해보고 안 되면 솔로는 접을 테니 회사에 한 번만 내달라고 부탁했어요. 가수를 포기할 생각을 가지고 만든 마지막 앨범이었는데 너무나도 사랑을 많이 받은 거죠. 잊을 수 없는 앨범이 됐어요. 그렇다고 이번 앨범이 '광화문에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에요. 복무하면서 '이제는 너무 치열하기보다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공연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곡들을 넣었어요."

규현은 '광화문에서'의 성공이 지금껏 솔로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소집해제 후 세간의 관심이 쏠린 지금, 소위 '복귀발'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앨범을 들어주길 바랐다.

"저는 솔직히 지금 '복귀발'인 것 같아요. 제가 기대에 부응을 해야 유지가 되지 않을까요. 앨범이 '복귀발'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높은 성적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가수적인 이미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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