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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액션부터 사회적 메시지까지 '일망타진' [무비뷰]
작성 : 2019년 05월 20일(월) 10:20

사진=영화 걸캅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형사들의 범인 소탕 작전이란 흔한 설정에도 '걸캅스'(감독 정다원·제작 필름 모멘텀)는 유쾌하다. 뻔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힘, 그 익숙하고도 낯선 재미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걸캅스'는 '일망타진'했다.

날고 기는 조직폭력배도 벌벌 떨게 하는 전설의 형사 박미영(라미란). 남부럽지 않은 열정을 가진 열혈 형사 조지혜(이성경). 두 사람은 집안에서 앙숙인 시누이와 올케 사이다. 그런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좁은 민원실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서로 으르렁대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한 여성이 찾아온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여성은 그대로 민원실을 빠져나와 차도에 뛰어든다. '걸캅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성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전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였다. 미영과 지혜는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고통받았을 여성의 사건에 분노하며 강력반, 시아버 범죄 수사대, 여성 청소년계까지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마음 먹는다.

수사 끝에 범인들의 정체를 알아챈 두 사람은 범인들이 클럽에서 여성을 유인해 신종 마약 성분으로 기절시킨 후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이를 유포하며 이득을 취하는 집단인 것을 알아냈다. 클럽, 마약, 몰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최근 '버닝썬 논란'으로 대중은 이런 클럽 범죄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게됐다. 이에 영화 속 소재는 현실성을 띄고 다가온다. 실제 클럽 버닝썬에서는 일명 '물뽕'이라는 마약을 이용해 여성 성범죄가 일어났으며 이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간의 충격을 줬다. 그렇기에 '걸캅스'는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영화로 각색한 듯 적기에 적절한 소재로 사회에 충고를 던진다.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는다고. 어쩌면 이미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룬 이 소재가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미영이 처한 상황도 공감을 살 수 있는 요소다. 박미영은 과거 전설의 형사로 활약했지만 결혼, 출산, 육아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미영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기에는 민원실이 적합하다"고 말하며 형사의 꿈을 마음 한편에 접어뒀다. 때문에 박미영이 비밀 수사를 진행하며 숨겨둔 형사 본능을 깨닫는 장면은 벅차기까지 하다. 최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미영 캐릭터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아픔이자 공감, 그리고 희망이다.

'걸캅스'가 사회적인 메시지로 알맹이를 채웠다면 여성들이 이를 해결한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재미를 채웠다. 지금까지 형사물이라면 남성 형사가 조직간의 싸움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걸캅스'는 이를 비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기존 남성들이 하던 역할을 여성도 당차게 할 수 있음을 과시한다. 우선 박미영의 맛깔나는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록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액션은 아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한 방을 날리며 카타르시스를 줬다. 특히 박미영은 아무리 맞아도 다시 일어나는 맷집의 소유자. 차이고 까여도 억척스럽게 범인을 쫓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그를 억척 아줌마가 아닌 억척 형사로 기억할 수 있다.

배우들의 찰지는 욕설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기에는 양장미(최수영)의 역할이 한몫했다. 걸그룹 소녀시대로 어린 나이에 데뷔한 최수영의 눈부신 연기 변신이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줄이 달린 안경으로 완벽하게 양장미로 변신한 최수영. 그는 걸그룹으로 활동할 당시의 한을 날리듯 시원한 욕설을 뱉으며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또한 민원실에 근무하는 양장미는 알고 보니 해커였더라는 설정 역시 볼거리로 충분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이 집에서는 각종 장비로 해킹을 한다'는 설정도 빈번했다. 그러나 해커 역할 또한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면 이번에 최수영이 완벽 소화했다. 그의 현란한 키보드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할 동안 남성 캐릭터의 역할도 컸다. 박미영의 남편이자 조지혜의 오빠 조지철(윤상현)은 장기 고시생으로 집안에서 눈치 거리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순수하다. 순수하게 자녀의 책을 구매하러 가는 길에 사건과 휘말린다. 순수하게 가족을 걱정하다 불길에 휩싸인다. 그런 조지철은 박미영을 형사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면서 동시에 다시 꿈꾸게 하는 존재.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역할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이웃에 빗대어 공감하게 한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했던가. '걸캅스'는 범인들을 소탕하며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우리의 현실도 '걸캅스' 처럼 해피엔딩이 있길 바랄 뿐이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인턴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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