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다희 기자]강박증이 있는 남자와 스킨십을 못 하는 여자. 둘이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에 등장하는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과 지해수(공효진 분)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다.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은 강박증에 시달리고, 정신과 의사 지해수는 남자와 스킨십을 하지 못한다.
보통 드라마의 '사연 있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자신의 인생을 구속하려 하는 재벌 총수 아버지와의 갈등이 '사연'의 주를 이뤘다. 남자 주인공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몸부림치고 이를 지켜보는 여자 주인공은 한 없이 씩씩하기만 했다. "괜찮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말하며.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들은 자기 '마음'과 관련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장재열은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당한 폭행의 트라우마로 침대에서 잠을 자지 못한다. 과거 대학 등록금을 의붓아버지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선택한 장소가 화장실 이었던 것. 그 이후 장재열은 화장실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고 욕조에서 잠을 잔다.
지해수 또한 남자와 스킨십을 피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는 300일 넘게 사귄 전 남자친구와도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지해수의 엄마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20년 넘게 엄마의 불륜을 본 그는 잠자리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 때문에 키스만으로도 온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는 불안증을 겪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조인성,공효진 커플 / 방송 영상 캡처
이처럼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과 지해수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다름'을 이해하고 '사랑'을 키워가려 노력한다. 불안함에 떨면서도 서로를 믿고 한발자국을 내딛는다.
장재열은 지해수에게 본인의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그는 지해수에게 욕조에서 자는 것을 들키자 "내 전 여자 친구들은 날 이해한다면서도 연락이 두절 되더라"고 말했고 이에 지해수는 "내가 아는 강박증 환자는 개집에서도 잔다"며 아무렇지 않게 장재열의 상처를 감싸줬다.
지해수도 위로를 받았다. 엄마와 전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힘들어하던 지해수에게 장재열은 끊임없는 '돌 직구' 고백으로 믿음을 줬다. 결국 지해수는 장재열에게 마음을 열었고 함께 여행을 떠나며 천천히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을 보였다.
장재열과 지해수는 현대인들을 대변한다. 삭막해진 현대에는 누구나 마음의 병을 하나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까. '괜찮아 사랑이야'는 다른 드라마가 잊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진짜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기에, 이 드라마는 이토록 사랑스럽다.
이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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