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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리즈너' 백승익, 긍정의 선순환→무한 상한선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16일(목) 11:35

닥터프리즈너 백승익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 이가 좋아하는 일을 만났다. 기로에 서면 고민 없이 추진하고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배우 백승익에게 상한선이 무한한 이유다.

백승익은 서울대학교 출신 배우다. 시각디자인과 만기 졸업 후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전공 대신 동아리, 즉 잘하는 것 대신 좋아하는 것을 택한 셈이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으나, 계산해 따져보자면 탄탄대로를 마다한 채 사서고생 가시밭길로 돌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를 물으니 "좋으니까 했고, 재밌어서 계속했죠"라며 웃어 보였다.

흔히들 말하는 'SKY' 중에서도 'S', 서울대를 나왔으니 노력의 크기가 짐작 간다. 백승익은 치열하게 공부했던 가락 그대로 연기에 힘 쏟고 있다. 최근 그에게 주어진 숙제는 KBS2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극본 박계옥·연출 황인혁) 속 마약 중독자 홍남표 역할이다. 백승익은 곧장 준비에 나섰다.

그는 "유튜브 동영상을 샅샅이 뒤져 마약 중독자들의 몸짓을 연구했다. 종류와 증상, 효과도 엄청나게 다양하더라. 유심히 지켜보고 다양한 것들을 짚어냈다"며 "국내 영화 속 인물들도 참고했다. '베테랑' 유아인처럼 코를 킁킁대고, '독전' 진서연처럼 몸을 비틀며 연습했다. 작은 비중에 짧은 분량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팅 전부터 3일 밤낮 역할에 푹 빠져 살아봤다. 짧은 분량이기에 역할의 서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강자 앞에서는 굽실대지만, 속으로는 상대를 무시하는 그런 인간이 홍남표라 해석했다"며 "고민하고 공부할수록 연기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골머리를 싸매며 역할을 꽉 쥐어짜면 역할과 마주한 첫날과 정답을 찾는 마지막 날의 감상은 전혀 달라진다. 밀도를 높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닥터프리즈너 백승익 / 사진=KBS2


결과는 훌륭했다. 백승익에게 단번에 OK 사인이 떨어졌고, 바라던 대로 시선을 훔쳐 '신스틸러'라 손 꼽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만족하지 못했다. 10할 중 7할만 보여준 느낌이라 화면 속 본인의 연기는 매번 아쉽다고 한다.

그는 "촉박한 일정 탓에 순식간에 촬영을 마쳐야 했다. 칭찬이 귀에 들리기보다는,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길게 남았다"며 "나의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언제든 비슷한 감상이 들더라. 그때 눈을 깜박일 걸, 왼손을 어색하게 두지 말고 흔들어볼 걸, 순발력이 부족한가 싶은 생각들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백승익은 연출자가 바라는 것보다 곱절을 준비해 맡은 바 기대 이상으로 다해내고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도드라지는 말들이다. 그는 골머리를 싸매는 과정이 괴롭냐 물으니,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즉답했다.

닥터프리즈너 백승익 / 사진=팽현준 기자


백승익은 "상업 영화에 처음 출연해 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살아보고서 느꼈던 희열을 잊지 못한다. 이후 줄곧 그 느낌을 이어오며 연기 중"이라며 "역할을 공부하는 과정은 빌딩 쌓기 같다. 차곡차곡 촘촘하게 쌓아 올려 나에게 주어진 몫을 완성하면 행복해질 걸 알기에, 과정 역시 즐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하고 있다는 이상적인 답변이다. 이러한 성향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도 적용됐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들 생각하신다. 정작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좋아하는 건 하고 살아야 하는 성미다. 연극을 하는 게 좋았고, 졸업 즈음 영화 제안을 받았다. 좋아하는 연기를 물 흐르듯 택했다. 고민이 많은 편이라면, 주저했을 수 있지만, 딱히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학창 시절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무언가 집중하자 생각하면 잡념 없이 눈감고 정신줄 놓는다. 그렇게 하다가 실눈을 떠보면 어느새 한쪽 발이 줄을 타고 있고, 계속 이어가다 보면 양쪽 발이 안착해 널을 뛰고 있더라. 지금 연기를 할 때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긍정의 선순환이 이어졌다. 백승익에게는 후회도 없었다. 그는 "연기하며 '그만둘까?'하는 고민도 없었다"면서 "대신 '언제 그만두지?'라는 생각은 해봤다. 정점을 찍으면 그만둘 생각이다. 나 자신이 만족하는 연기를 해내고, 남들도 모두가 인정하는 순간에는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아직 멀었으니, 후회는 이르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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