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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담은 영화 '배심원들' [무비뷰]
작성 : 2019년 05월 15일(수) 11:39

배심원들 / 사진=배심원들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우리는 가끔 너무 가까운 탓에 봐야 할 것을 놓친다. '배심원들'은 봐야 할 것을 똑바로 직시하는 영화다.

5월 15일 개봉한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제작 반짝반짝영화사)은 차가운 이성과 완벽한 진실을 찾지 않는다. 그렇다고 감정과 신파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그저 재판관과 배심원들 사이의 인간적인 갈등과 해소를 담았을 뿐이다.

'배심원들'은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의 만남을 담았다. 서로 다른 견해 속에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재판장 김준겸(문소리)은 신속하게 재판을 끝맺으려 한다. 하지만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의 등장으로 재판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간다.

공석을 채우기 위해 당일 급하게 8번 배심원으로 선정돼 재판에 참여하게 된 청년 창업가 권남우는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일삼으며 재판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간다.

작품은 법정물을 표방하지만 날카로운 변호와 반격은 없다. 오직 진실을 찾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판단을 내리는 이들이 재판부 혹은 검사 변호사가 아닌 소시민이라는 점이다.

'배심원들'의 주 메시지는 꽤 직설적이다. 자칫 교훈과 훈훈함을 강조하는 듯한 위험요소가 있다. 그러나 작품은 국민이 참여하는 재판을 설명하는 만큼 더욱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흐르지 않는 이상 정의는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시민들의 보잘 것 없는 한 마디가 모여서 사회를 만들고 나아가 이상을 현실로 만든다. 전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부드럽게 관객과 사회의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던지는 화살 속 메시지다.

작품은 미국 고전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레퍼런스를 뒀다. 그러나 '배심원들'에 풍자 혹은 조롱을 앞세운 블랙 코미디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혈사태나 폭력은 더 더욱 없다. 관객석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배심원들이 관통하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스크린을 넘어서는 예리한 눈초리가 정의라는 무게감을 선사한다.

극 중 권남우은 어두컴컴하면서도 텅 빈 복도를 걷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그의 모습이 마치 민주주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우리 사회의 옛 모습처럼 느껴진다. 극 말미 권남우를 포함한 배심원들은 아주 힘겹게 계단을 올라서며 그들이 갖고 있던 편견을 뜯어낸다. 배심원들은 각자의 선택과 논리를 내려놓은 채 극 말미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찾게 된다.

작품 속에서 권남우의 역할은 선한 영향력이다. 오롯이 정의감으로 움직이는 권남우를 완성시킨 박형식. 배우가 캐릭터가 된 그 순간이 '배심원들'의 주 관전 포인트가 되는 것. 생떼처럼 느껴지는 권남우의 한 마디가 감정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과정이 흥미롭다.

특히 재판장과 동료 배심원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의심의 여지가 사라질 때까지 되묻기를 반복하는 권남우 캐릭터는 박형식과 만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 충무로의 감초들이 모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역시 보는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국민참여재판이라는 딱딱한 소재는 '배심원들' 만의 부드러움으로 말랑말랑한 매력으로 완성도를 드높인다.

그런가 하면 문소리는 결정적 한 순간을 확고히 한다. 그간 보였던 문소리의 무게감은 이번 작품에서 톡톡히 드러난다. 문소리의 판결이 작품 속 '마침내'를 완성시키며 짜릿한 카타르시스까지 선사한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극 중 사건과 흐름이 아니다. 한 사람의 호소로 흘러가는 작품이 관객들의 어떠한 판단을 이끌어낼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기게 될지 궁금증이 모인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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