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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 박형식, 이유 있는 흥행 아이콘…충무로 향한 한 걸음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14일(화) 17:58

박형식 배심원들 / 사진=UAA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박형식은 흡사 공을 하나 던지고 잠시 숨을 고르는 투수 같다. 그는 리듬을 깨는 데서 새로운 리듬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아는 배우이자 새롭게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간 박형식은 '나인'의 사춘기, 반항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소년, '화랑'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어린 왕, '힘쎈여자 도봉순'의 재벌가 막내 아들, '슈츠'의 가짜 변호사 등 로맨스 코미디부터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배심원들'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했다.

'배심원들'은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의 만남을 담았다. 서로 다른 견해 속에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재판장 김준겸(문소리)은 신속하게 재판을 끝맺으려 한다. 하지만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의 등장으로 재판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간다.

박형식과 문소리를 필두로 내세운 '배심원들'. 더불어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서정연,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 충무로의 감초들이 모인 만큼 유난히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 들려오기도 했다. 또한 사전 시사회 이후 신선한 소재와 리드미컬한 장르적 흐름 덕분에 호평이 이어진 덕분일까. 박형식은 인터뷰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먼저 "개봉을 빨리 하고 싶다"고 첫 소감을 전한 박형식은 연신 '행운'과 '행복'을 언급했다. 그는 "첫 영화로 '배심원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연기 잘 하는 선배들과 작품을 하면서 부담감도 덜고 많이 배웠다. 그저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복을 타고났다'고 밝힌 박형식은 "사실 나는 비교할 것이 없기 때문에 영화 현장은 원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처럼 좋은 배우들과 좋은 스태프, 그리고 시사회 이후로도 좋은 시선이 이어지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조언해주더라. 이후 내가 정말로 운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박형식 배심원들 / 사진=UAA 제공



그가 이번 작품에 캐스팅된 건 홍승완 감독이 권남우 캐릭터를 연상할 때 과거 박형식이 출연한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속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란 캐스팅 비화가 있다. 박형식은 이를 두고 "'진짜 사나이' 당시의 나는 실제로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눈치껏 사람들을 따라하곤 했었다. 그 모습에서 감독님이 순수하고 어리바리한 권남우 캐릭터를 생각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재판장과 동료 배심원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의심의 여지가 사라질 때까지 되묻기를 반복하는 권남우 캐릭터는 박형식 특유의 순수하고 친근한 면모와 만나 관객들의 공감을 배가시킨다.

박형식은 이처럼 끈질기게 의문을 풀려고 하는 권남우가 자칫 민폐 캐릭터처럼 여겨질까 걱정했지만, 영화를 본 뒤 안심했다. 그는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면 민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권남우는 오직 정의를 위해 사건을 알아가는 아이다. 설득력이 뚜렷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응원하고 싶어지는 캐릭터"라고 권남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는 "첫 영화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많은 분들이 제 연기를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에 충실하게 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안 되니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첫 미팅 때 열의에 넘쳐 공격적인 인물로 권남우를 그려내기도 했다고. "그런 제 모습에 감독님도 당황하시더라"며 너스레를 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독님은 내게 아무런 공부도 하지 말라더라. 그래서 정말 백지 상태로 갔더니 결국 27번의 NG를 냈다. 나는 편한데 자꾸 더 편하게 하라더라. 도대체 편하게 하는 연기가 뭔지 고민했다. 물론 아직도 편한 연기가 뭔지 모른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이후 감독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호흡을 맞추며 권남우 캐릭터를 완성해나간 그였다. 감독이 원하는 권남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완벽히 이해한 뒤 촬영장에 갔더니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기분이기도 했다고. 박형식은 "후줄근한 캐릭터였지만 '남우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스스로 평가하기엔 너무 아쉬운 연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연기는 너무 눈에 보이더라. 첫 촬영 때 찍었던 긴장감에서 자유로웠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첫 시사회가 끝난 뒤 그런 아쉬움과 영화가 너무 짧게 느껴져 눈물을 훔쳤고, 문소리에 '다시 찍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나 그래. 그래서 노력하는거야"라는 문소리의 위로는 큰 힘이 됐다는 박형식이다.

이처럼 시행착오도 겪고,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발견하기도 했다지만 그럼에도 박형식은 "연기가 재밌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할 때마다 늘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연기에 대해 도전과 시도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간 또래 배우들보다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나왔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고. 박형식은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작품들을 해보고 싶다. 담고 싶다.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며 미지를 탐구하려는 듯한 끝없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박형식이 실제로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안 해본 작품'. 그 과정에서 박형식은 혼자 있을 때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는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SF물, 뱀파이어물, 심지어 최근 본 '어벤져스'도 내가 출연하면 어떨지 상상해봤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도전정신으로 연기에 임하는 배우 박형식. 매 작품마다 남다른 소화력을 자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박형식은 변화구와 직구를 자유자재로 구상할 줄 아는 여유로운 배우롤 성장했다. 그의 자유로움과 긴장감은 동시에 공존한다. 그의 능숙하면서도 서투른 연기가 '배심원들'을 꼭 봐야 하는 이유다. 멋지게 삼진아웃을 만들어낼 박형식의 명장면이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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