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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김무열, 가장 강렬한 색을 찾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13일(월) 19:13

영화 악인전 김무열 인터뷰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배우 김무열은 제 업에 성실하고 정직했다.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 탐구하는 것이 제 의무라며 조폭도 꼼짝 못 하는 '미친개' 형사가 되려 15kg을 증량하고, 범인을 좇기 위한 집요함으로 악인과도 손을 맞잡는 선악에 놓인 인물. 이는 그가 분명 보인 적 없던 새롭고 낯선 얼굴이었다.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김무열은 강력반 형사 정태석 역을 맡았다.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로 통하는 그는 충남 일대에 벌어진 의문의 실종 및 살인사건들이 연쇄살인 패턴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수사권 등에 제약이 있자 '나쁜 놈' 잡기 위해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자 증거인 '나쁜 놈'과 공조한다.

김무열은 "악인 사이에 낀 인물이다. 제 행동 또한 선하다고 평가하긴 힘들지만 자기만의 정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정태석을 설명했다. 선악의 경계에 놓인 인물은 어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지만, 김무열이 매료된 건 그 설정의 비틀기였다. 악인들이 손을 잡고 악인을 잡으려 하지만, 그 안에선 악인들 간의 다툼이 있다. 쉽게 말해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가 어이없게 피해자가 되고, 선인으로 상징되는 형사가 가장 센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과 손잡는 아이러니한 발상, 이 공조를 통해 이뤄지는 응징과 쾌감 등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설정들이 흥미롭고 신선했던 것이다.

김무열은 "원래는 연쇄살인마 K역으로 제안을 받았었다. 심적으로 K란 인물을 준비하던 와중에 형사 역을 다시 맡게 됐다. 극 중 정태석이란 인물 자체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 맞닿아 있어 극의 중심을 잡는 캐릭터였다"며 이런 인물을 해보고 싶단 호기심도 강했단다. 어찌 보면 연쇄살인마, 조직 보스란 강렬한 악인들 사이에서 제가 맡은 정태석은 겉보기엔 덜 화려하거나 덜 세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주관적인 판단과 기준이며, 배우 스스로 연기할 때 정태석의 매력은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태석은 보여지지 않는 지점에서도 나름 고민이 많은 인물이었다. 조폭이랑 손잡고 인적, 금전적 지원을 받아가며 이 사건을 해결해야 된다는 설정부터 큰 고민이었을 테다. 결국 선택을 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 휘말리며 의도치 않았던 일과 맞닥뜨리게 된다. 결말까지도 과연 법적인 절차의 해결이 옳은 것인지 수없이 고민이 됐을 것이었다. 김무열은 "제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고,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결말을 보고 정의가 내려지더라. 제게 이 강렬한 이야기와 인물들 속 어느 정도는 중계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무열은 매번 같은 옷과 재킷을 입고, 얼굴의 주름부터 까칠해 보이는 피부톤, 과격한 말투와 행동까지 실제 현장을 뛰는 거친 형사 같은 비주얼을 완성했다. 그는 "그나마 신경 쓴 의상"이라며 "사실 가죽점퍼 말고 등산복을 입어볼까 생각도 했다"며 의외로 엉뚱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변화는 15kg 증량이다. 그는 몸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단다. 말로는 "마동석한테 잘못 맞으면 몸이 돌아갈까 봐"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맞붙었을 때 밀리는 모습이면 안 됐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사건 현장을 뛰어다니는 형사인만큼 외형적으로도 다부진 근육을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처음에 외형적인 이미지를 참고할 때 감독님이 '파이트클럽' 브래드 피트 사진을 보여주셨다. 근데 어느 순간 합의점이 톰 하디로 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체중 증량도 중요했지만 근육을 만들어야 해서 무거운 걸 드는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부상도 많았단다. 힘들게 몸을 키워놨는데 촬영 중간 식중독에 걸려 열심히 운동해 키운 몸이 4kg씩 빠지기도 했었다고. 촬영 기간 내내 몸무게 유지하는 게 제일 고역이었단 그다.

영화 악인전 김무열 인터뷰 / 사진=영화 스틸


김무열은 이토록 성실하게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형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찾으며 도움을 얻었다. 특히 직접 마주한 형사들의 표정이 인상 깊었단다. 평소 말투는 평범하고 친절한데, 범인을 쫓을 때의 일화를 얘기할 땐 얼굴 표정과 미세한 떨림까지 달라지더란다. 너무 잡고 싶어서 쫓고 있는 범인 얼굴이 꿈에도 나오고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가장 기쁠 땐 경찰서 계단 올라가며 "잡았어"라고 외칠 때라는 그들의 말과 표정 속에서 생동감을 고스란히 느낀 김무열이다. 그들의 심정에 주목했고, 그 집요한 표정들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렇기에 범죄자라면 치를 떨고 제 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는 조폭을 보며 험악하게 발길질을 해대는 그의 모습부터, 연쇄살인마 잡겠다고 조폭 보스와 내키지 않는 공조를 해야 하는 수치심과 반드시 먼저 잡겠다는 자존심까지 자연스레 그가 표현한 감정들이 전해졌다. 김무열은 "범죄를 해결하려 폭력을 행사하고 함부로 말을 거나 과감한 행동들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더 '형사가 저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액션을 할 때도 형사이다 보니 주로 공격용 액션보단 방어용 액션을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유도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형사 캐릭터라 짧은 순간 상대를 업어치는 액션이 나왔다. 극 중 조폭 보스로 분한 마동석은 전직 복서 출신이란 설정답게 주먹을 칠 때 짧고 간결한 타격이 나온다면 김무열은 주먹 액션에선 기술 없이 휘두르고 잡아 넘기는 식의 액션을 완성했다. 이같은 액션의 디테일함은 앞뒤 가리지 않는 정태석 캐릭터의 특징과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다.

그는 마동석과의 첫 액션 호흡에서 가죽 점퍼가 찢길 때 "정말 무서웠다"고 과장되게 벌벌 떨었지만 실은 "진짜 액션을 잘하신다. 기술적인 연기를 할 때 오히려 형과 하는 게 더 안전하단 느낌이 들만큼 완벽했다"고 했다. 김무열과 마동석은 이미 남다른 친분이 있었다. 과거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김무열은 고등학생 좀비로 등장한 마동석한테 "내장까지 뜯어 먹히는" 전경 역할을 맡아 함께 했단다. 둘 다 서로 유명하지 않을 때지만 그 후부터 마동석이 출연하는 작품은 저 혼자 알아보며 관심 있고 애정 있게 지켜봐 왔다고. 서로 조연으로 만났던 두 사람이 10년 뒤 주연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칸까지 진출하다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김무열은 "정말 긴 시간 동안 열심히 해왔구나"라며 감격했다.

"집안의 경사"를 맞게 됐다고 순수하게 기뻐했다가도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한국 관객들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하실까 궁금하다"며 이내 초조함과 설렘으로 뒤덮이는 그 모습이 참으로 꾸밈없고 성실했다. 마지막으로 김무열은 '악인전'이 분명 다채로움 속에 짜릿한 통쾌함이 있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누가 뭐래도 김무열이 '악인전'을 통해 가장 강렬하고 뚜렷한 색을 찾았음은 틀림없었다.

영화 악인전 김무열 인터뷰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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