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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전'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13일(월) 19:05

영화 악인전 마동석 인터뷰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마동석은 강하다. 마동석은 정의롭다. 마동석은 영리하다. 마동석은 뚝심 있다.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요즘 마동석을 두고 'MCU'란 말을 많이들 한단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꽤 일리 있는 수식어다. 어느 순간부터(아마도 영화 '베테랑' 속 희대의 명대사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를 남긴 후부터일테다) 마동석이 등장하는 영화 속 세계관에서 그의 캐릭터와 설정, 장르 등은 매번 다르지만 묘하게 상호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 사람을 한 방에 때려눕힐 만큼 강하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은근히 나름의 정의를 갖춘 인물. 대중이 그에게 한국형 히어로를 바라고 열광하는 모습과 그가 그려낸 인물은 어쩌면 일맥상통한다.

물론 그의 신작 '악인전'(감독 이원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은 굉장히 지독하고 강렬한 범죄 액션 누아르다. 게다가 마동석은 조직폭력배 보스다. 첫 신부터 안정적인 자세로 샌드백을 치는데 그 안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이 들어있다. 그런가 하면 상대 조직 이인자의 이를 오직 한 손으로 뽑아버리는 괴물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연쇄살인마 K를 맹렬히 좇는 그를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다.

마동석은 스스로도 이번 장동수 캐릭터를 "여태껏 맡은 인물 중 가장 극한으로 간 극악무도한 놈"이라고 하면서도, "누군가를 응징하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고 저 또한 그런 류의 캐릭터에 끌린다고 말했다. "제가 원래 착하니까"라고 익살을 떨면서도 "원래 경찰 준비를 오래 했을 만큼 악인을 응징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는 폭력성이 강하고 극단적으로 쎈 인물이길 바랐다. 마동석은 "감정적으로 극한에 달한 인물이었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고, 한 번 폭력성이 발휘되면 정말 '막장'으로 치닫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보여진 악당들도 많지만 다른 부류의 악인처럼 그려지길 바랐다"고 했다.

실제 극 중 마동석의 행위는 '질리도록 나쁜놈'에 가까웠다. 대담하고 이성적이며 냉정하고 집요한 범죄조직의 보스. 거대한 체구와 살벌한 외양, 걸음걸이부터 눈빛, 얼굴의 상처까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고 그에 걸맞은 무자비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인물이라 절로 거북함과 불안함을 조성한다. 그럼에도 그가 무작위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K를 응징하길 바라는 심리가 작용되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캐릭터성의 발휘다.

마동석은 "장동수가 속한 세계, 나쁜 놈들이 모여있는 암흑가에선 엄청나게 지독한 사람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연쇄살인마K의 표적이 돼 차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그냥 가라고 보내준다거나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맞고 있는 여고생에 우산을 건네는 신 등이다. 마동석은 "조폭의 행위를 절대 미화시키진 말자고 했다. 다만, 일반 사람들을 괴롭히고 못된 짓을 하는 인물은 아님을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언제나 약한 이들을 지켜주는 좋은 사람이었던 그가 살벌한 악인으로 변했어도 이같은 본질의 기조가 유지되는 건 어찌 보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마동석 본연의 선함과 나름의 정의를 추구하는 성질 때문일 테다.

영화 악인전 마동석 인터뷰 / 사진=영화 스틸


게다가 마동석 특유의 살아있는 '말 맛'과 위트가 적절히 배치된 지점도 반갑다. 아무리 지독한 긴장과 불안이 도사리는 상황에도 조금씩 숨 돌릴 틈을 내어주기 때문. 마동석은 정말 살짝만 하려 했다며 "코미디 본능이 부글부글 끓는데 많이 참았다. 제가 헛소리하며 웃기다 액션을 하는데 '악인전'은 영화의 결이 있고 캐릭터를 해치지 않으려 많이 자제했다"고 익살이었다.

살벌한 거구의 근육맨이 감쪽같이 소화해낸 화려한 조폭 패션도 의외의 볼거리였다. 이에 마동석은 "옷이 전부 스판 재질이라 움직이긴 쉬웠다"고 웃어 보였다. 다만, 조폭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하다못해 시계를 푸르는 동작까지 전부 계산을 했다. 바로 이런 것이 마동석의 영리함이자 노련함이다. 마동석은 캐릭터에 맞춤화된 설정을 연기하는 똑똑한 배우다. 그는 장동수의 대사 톤부터 말하는 속도를 변조하거나, 여유 있게 힘을 빼며 대사 했다. 그래야 더 살벌하게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누아르 장르에 맞는 정적인 연기 톤과, 굉장히 격렬한 액션 톤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보는 이에겐 똑같은 싸움 신이라고 여겨질지라도 실제론 몸동작을 더 크게 해야 될 지점과 살짝 들어가야 하는 지점, 주먹 내뻗는 하나하나 철저하게 계산했다. 이처럼 세밀하고 치열한 마동석이다. 이는 설령 비슷한 캐릭터, 다작 배우라는 이미지에도 그 스스로 한계에 갇히지 않는 이유다.

간혹 어떤 이들이 그에게 한계를 논할지라도, 마동석은 뚝심 있게 제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장르에 도전할 것이다. 그의 작품론은 확고했다. "작품을 자주 하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몇 년에 한 번씩 심사숙고하며 다른 인물을 그려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죽을 때까지 몇 편이나 더 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자신이 옳다고 추구하는 길로 나아갈 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된 지 오래다. 제게 소중한 작품들, 이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바르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마동석의 작품론과 맞닿은 인생관이기도 했다.

'악인전'의 칸 초청,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 마동석의 마블 영화 진출 소식까지 온갖 겹경사에도 마동석이란 사람은 단연코 호들갑을 떨지 않는 이였다. 어렸을 때 집안이 워낙 어려웠고 생활고를 겪으며 미국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소위 맨땅에 헤딩하며 버티고 성장한 그였다. 마동석은 그런 경험들로 인해 지금의 자신이 무엇이든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며 "지금 좋은 일들이 많지만 저는 그렇다고 업되지 않고, 그렇다고 나쁜 일들이 있어도 다운되는 건 아니다. 풍파를 많이 겪어서 그런지 무엇에도 크게 휘말리지 않는 것 같다"고 초연한 상태다.

결국 마동석의 MCU는 그의 삶과 맞닿아 있는 수식어였다. 마동석은 "제 스스로를 브랜드화시킨 것들, 마동석화 시킨 캐릭터들을 변주해가며 좀 더 다른 장르적 재미를 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으니 저도 더 노력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영화 '록키' 속, 어린 시절 제 우상이었던 실버스타 스탤론의 명대사를 늘 마음에 새기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세상은 잔인하고 살벌한 곳이야. 네가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이 널 무릎 꿇게 하고 조롱하고 비난할 거야. 중요한 건 네가 얼마나 버티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느냐는 거야. 그게 위대하고 옳은 거야." 이는 마동석의 근원이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너무 오글거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며 천생 '마블리'의 사랑스러움을 드러낸다. 그저 확고한 자신의 세계관을 갖춘 견고한 배우 마동석, 마동석은 마동석이다.

영화 악인전 마동석 인터뷰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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