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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그 후②] 포방터 시장은 안녕하신가요?
작성 : 2019년 05월 26일(일) 11:01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백지연 기자] 발길이 뜸하고 죽어있던 골목이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위력을 실감케 한 '골목식당', 그 후일담을 시작한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요식업 대선배 백종원 대표가 죽어가는 골목상권, 도움이 필요한 소시민 자영업자를 찾아가 각 식당의 문제 케이스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8년 1월 5일 첫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3개의 지역이 전파를 탔다.

폐업위기에 놓였던 식당들이 백종원의 솔루션 이후 실제 어떻게 달라졌는지, 해당 가게가 있는 골목 상권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화제가 됐던 '골목식당'을 찾아가봤다.

'극과 극'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과 돈가스집
평균 6~7%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골목식당'이 처음으로 8%대의 시청률을 찍었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포방터 시장 편. '골목식당' 최초로 6회 분량이 방송됐을만큼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엄청난 이슈가 됐던 에피소드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던 홍탁집 사장은 방송 초기 하루종일 가게에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집에 가기 일쑤고,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공해도 노력하지 않는 등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백종원이 "나를 개무시한거야!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지?"라며 최초로 욕설을 했을만큼 음식 맛보다 홍탁집 아들의 갱생이 절실했던 가게다.

반면 돈가스집은 요식업 경력 17년차의 사장이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가게로, 백종원의 맛 극찬을 받았으며 '골목식당' 시작 이래 처음으로 주방 점검을 패스한 가게였다. 돈가스집 사장은 단가의 50%를 재료에 투자할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고 백종원 또한 이같은 장사마인드에 감탄했을 정도. 음식에 대한 솔루션보다는 너무 많은 메뉴의 재구성, 손님 응대법을 배운 가게다.

방송 직후 수많은 셀럽들이 방문 인증샷을 남기며 열기를 이어간 두 가게를 직접 가기 위해 포방터 시장을 찾았다. 포방터 시장은 1970년대 형성돼 오랫동안 홍제동과 홍은동 인근 주민들의 시장으로 자리한 곳이다.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홍제천을 건너 도착한 포방터시장은 소박한 풍경과 정겨운 경치가 넘치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앞서 동네 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포방터시장은 '골목식당'의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활기를 띄었다. 포방터시장은 현재 2주마다 토요시장을 개최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확실히 북한산 둘레길과 홍제천이 동네와 이어져 있어 볼거리가 많고 주말 나들이에 적합한 공간이라 둘러볼 가치가 있다.


번호표 대란에 손님 대기실까지

돈가스집과 홍탁집은 모두 번호표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홍탁집은 테이블 회전률이 빠르고 장기간 대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돈가스집은 웨이팅이 길고 이미 번호표는 아침 9시~10시면 동이 났다. 물론 백종원이 돈가스에 기본으로 주는 야채 샐러드까지 극찬을 한 가게인만큼 손님들이 더 몰리는 탓이겠지만 확실히 손님 입장에선 피로도나 아쉬움이 클 터. 대구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원래 주말마다 산을 가는데 오늘은 북한산을 갔다가 '골목식당'에 나온 돈가스집을 들르려고 준비하고 왔다. 그런데 번호표는 아침에 마감이 됐다고 해서 못 들렀다. 아쉽다"고 했다. 강서구에서 온 한 시민은 오전 8시에 줄을 선 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포장된 돈가스를 받아 간다고 했다.

방영 당시엔 밤을 새우는 손님들도 있었으나 현재는 방송 여파가 조금 사그라들어 오전 7시~8시부터 줄을 선다고. 인근 노래방 주인은 "전엔 제주도에서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찾아왔다. 돈가스집 번호표를 받으러 줄 서야 한다고 전날 와서 밤새 놀다가 가더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손님 대기실도 눈길을 끌었다. 대기를 하는 손님들이 고성방가는 물론 유튜브 촬영 등을 하며 소란을 피우고, 담배를 태우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의 행위로 동네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고, 이를 해결하고자 포방터 시장내 빈 가게 두 곳을 활용해 '골목식당' 대기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되살아난 포방터 시장,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협동심

골목 상인들도 포방터 시장의 활성화를 반겼다. 포방터 시장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는 "상권이 실제로 많이 살아났다. 아무래도 방송에 나가니 가게도 얻으러 오는 사람이 많고, 시세도 좀 올랐다. 기존 주민들도 조금 불편한 게 있더라도 이해를 해준다. '우리는 동네니까 나중에 먹어도 된다. 그러니 외부 손님들을 잡으라'고 해준다"고 했다. 다만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편리한 공용 주차 시스템이 완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있는 공용 주차장은 시장과 거리가 멀기에 외부에서 온 손님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까지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한 상인은 "'골목식당' 이후 유동인구가 늘었다. 손님들이 많으니 재밌다. 방송 초반엔 매출이 30% 정도 늘었다. 요즘은 전에 비해 떨어진 편이지만 옛날보단 많아졌다"고 했다.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음식점들은 대체로 장사가 잘 된다. '골목식당' 가게를 찾아왔지만 손님이 많아 못 먹을 경우 다른 음식점을 찾아오기 때문"이라며 "먹는 장사는 확실히 잘 되는 것 같다. 다 먹고는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집에 싸가기도 한다. 주말에도 손님이 많이 증가했다"고 했다. 홍은동 주민들 또한 대체적으로 "동네가 활기를 띄고 있어 보기 좋다. 주차 문제나 소음 문제 등이 조금 시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실제 주민과 상인들은 '골목식당' 위치를 묻는 외부인들에 안내하고, 주차장 이용법 등을 설명하며 친절히 배려했다.

처음 '골목식당'에 사연을 제보했다는 한 채소가게 사장은 "'골목식당' 애청자라 즐겨봤다. 우리 시장을 알리면 좋을 것 같아서 사연을 보내고 편지도 보냈다. 상권이 많이 살아나고 시장이 알려져서 잘 됐다고 생각하고, 시민들도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신다"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송 여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고 유지해나가는 것이라며 "한 사람의, 어느 특정 가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포방터 시장이 살아난만큼 서로의 노력과 협동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골목식당'의 화제는 해당 방송분이 끝난 후에도 여전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상인들과 동네 시민들 모두 알려지지 않은 골목 상권이 화제가 되는 것에 긍정을 넘어 감사를 표할만큼 훈훈한 포방터 시장이었다.



한편 돈가스집 여사장은 여전히 냉랭한 포스를 유지하며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제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분주히 테이블을 오가며 '열일' 중인 홍탁집 사장은 '골목식당' 측과 후속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며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백종원에게 한 마디를 해달란 집요한 요구에는 "대표님 항상 감사드리고 존경한다. 이젠 대표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 어머니와 나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장사는 이제 제 생업"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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