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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80년 5월의 광주 스틸,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맞선 얼굴들
작성 : 2019년 05월 10일(금) 08:49

사진=영화 김군 스틸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사진이 기록한 5월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과 그에 맞선 얼굴들이 눈길을 끈다.

영화 '김군'(감독 강상우·제작 1011필름) 측이 영화 본편에 담긴 5·18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폭력의 시간과 시민군을 기록한 사진기자 이창성(전 중앙일보)의 역사적인 사진 4컷을 10일 공개했다.

영화 '김군'은 군사평론가 지만원으로부터 제1광수라고 지목된 인물을 사진 한 장으로 추적하는 공개수배 추적극으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과 당시 모두가 김군이었던 이름없는 광주 시민군들을 호명하는 작품이다. 수많은 거짓 뉴스를 양산한 낡은 역사관을 탈피하고 5년간 자신이 수집한 증언과 증거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을 둘러싼 새로운 역사 쓰기를 시도한 젊은 80년대생 감독의 뚝심 있는 도전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김군'의 5·18 기록 스틸 4종은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 이창성이 80년 5월의 광주를 담아 크게 반향을 모은 2008년 출간 사진집 '28년 만의 약속'에도 수록된 사진이다.

먼저 첫 번째 사진은 1980년 5월 20일에 촬영한 컷으로, 계엄군이 시위자를 붙잡아 아스팔트 위에서 무자비하게 곤봉 세례를 하고 있는 순간을 잡은 사진이다. 영화에는 연속 컷으로 실려 폭력의 공포와 비애감을 배가시킨다.

1980년 5월 21일 금남로에서 촬영된 두 번째 사진은 계엄군과 대치 중인 시민들을 포커싱한 컷으로, 우측을 자세히 보면 수레 안 태극기로 덮어진 시신 한 구가 뇌리에 박힌다. 이창성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전날 밤 살해된 희생자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계엄군의 만행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시민군 양동남 씨는 이 시신을 보고 "거기서 그 시신을 보게 되었지. 우리가 거기서부터 발단이 된 것이지"라며 총을 든 시민군의 시작을 증언한 바 있다.

세 번째 장면은 광주도청 광장 앞에서 연일 열린 집회에 운집한 군중의 모습을 촬영한 1980년 5월 22일 사진으로 단발머리의 앳된 소녀들과 청년들이 남녀노소 불문, 어깨동무를 하고 대오를 이룬 장면이다. 어린 단발머리 소녀들의 천진한 모습이 오히려 눈물겹고 해맑고 담담한 소년들의 얼굴 역시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주 시민들이 얼마나 한마음으로 군사정권의 폭력에 대항했는지에 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단박에 알 수 있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사진은 같은 날 5월 22일 찍힌 사진으로, 이창성 기자가 취재 중 금남로를 차로 지나가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촬영하게 된 바로 김군의 컷이다. 이창성 기자는 당시의 상황을 "가다가 딱 저 사람이 있으니까 그냥 차를 세우라고 하고 사진부터 찍었다"며 "저 사람은 사진을 갑자기 찍으니까 기분이 나빠서 자신을 확 노려보는 거"라며 사진 속 김군과 눈을 맞췄던 당시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해냈다. 길게 늘어뜨린 탄환이 압도적인 기관총으로 무장한 인물이며 가스차 위에 탑승해 시위대의 선봉에 서 다양한 사진을 남겼기에, 군사평론가 지만원에 의해 제1광수로 지목되게 한 바로 문제의 결정적 컷이기도 하다.

이창성 기자는 광주의 기록 사진들을 모아 2008년 발간한 '28년 만의 약속'의 서문에 이런 말을 실었다. "28년이 지난 오늘, 마침내 그들의 모습을 한 권의 사진집으로 묶어 펴냄으로써 그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게 되어 감개무량하고, 이제야 사진기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사진기자 30년 세월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 푸른 5월의 광주가 있었다. 5월의 광주 영령들이여! 영원하시라." 순간을 포착해서 영원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긴 사진기자의 진심은 영화 '김군' 속에서도 오롯이 살아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월 23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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