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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 정일우, 군복 벗고 성숙함 입었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05월 06일(월) 11:00

정일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정일우는 군복을 입었던 기간 동안 '배우'라는 타이틀을 뺀 '인간 정일우'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이는 배우 생활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졌고, 그는 군복을 벗고 숨 돌릴 새도 없이 바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11월 말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 된 정일우가 '해치'(극본 김이영·연출 이용석)로 돌아왔다. 복귀작으로 사극을 선택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과정 또한 무난하지는 않았다.

캐릭터가 겪는 우여곡절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힘든 상황도 있었다. 정일우가 드라마를 잘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큰 점수를 주는 이유다.

그는 "촬영 내내 비를 한 6번은 맞았다.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우는 장면은 매회 2~3번씩은 나왔다. 감정 소모가 많아서 힘들었다"며 "또한 고아라 씨가 사고를 당해서 대본이 수정되고, 생방송처럼 흘러간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아라는 앞서 '해치' 촬영 중 달리는 신을 촬영하다가 넘어져 발목 부상을 당했다. 정일우는 "고아라 씨가 더 힘들었을 거다"라며 "제가 얘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아픈데도 불구하고 마무리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촬영에 나와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사진=팽현준 기자


그간 영조를 다룬 사극은 주로 영조의 노년과 아들 사도세자와의 갈등, 정조로 이어지는 시대 등을 그렸다. 그러나 '해치'는 연잉군 이금이 무수리 몸에서 태어났다는 신분상 한계를 극복하고 왕좌에 올라 자리를 굳건히 하는 모습 등 영조의 청년기를 주로 그렸다.

이러한 영조를 연기한 정일우는 "데뷔 이후 가장 힘든 캐릭터였다"고 정의했다. 이어 "그만큼 주위 사람이 많이 죽는 드라마를 처음 해봤다. 감정소모가 너무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기 때문에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이 '장하다'고 얘기해주셨다. 진정성 있는 제 연기를 보고 감동하셨다고 하더라"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자유분방한 연잉군이 크고 작은 사건을 이기면서 성군(聖君)이 되는 성장통을 배우 정일우도 고스란히 겪은 것. 그러나 배우 인생 다시는 연기하지 못할 캐릭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 생각은 정일우를 다시 달리게 했다.

그는 특히 김이영 작가에게 많은 도움을 많았다고. 정일우는 "이번 작품 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작가님의 필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무언가를 했다기 보다는 대본의 깊이와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작가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데뷔 13년차 배우 정일우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역시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수많은 작품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이름을 올렸지만, 여전히 그에게 가장 의미가 깊다. 이 작품을 통해 데뷔부터 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배우로서 첫 시작을 알렸기 때문.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이 작품은 그에게 인기와 명성과 동시에 '부담감'을 가져다줬다. 그는 "'하이킥' 신드롬을 재현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다"며 "지금은 내가 그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하이킥' 이후에 생각보다 흥행하지 않은 작품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흥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데뷔작에 얻은 국민적 인기를 감당하기에 정일우는 준비가 안 돼 있었고, 또 너무 어렸다. 그는 "'하이킥'이 끝나고 너무 힘들었다. 데뷔작이었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큰 사랑을 받으니까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지난 20대가 더욱 아쉬운 그다. 이제 막 30대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정일우는 "어릴 때는 조급함도 많고, 뭔가를 지켜야겠다는 강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을 즐기지 못했다. 지난 날을 후회한다"고 했다.

인간 정일우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아쉬운 20대였다. '하이킥' 이후 부담감은 그의 작품 선택 또한 망설이게 했고, 공백은 늘어났다. 그는 "한 작품을 마치고 공백이 1년 반, 2년씩이었다. 배우는 남는 게 작품인데 그런 시간들이 굉장히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진=팽현준 기자


또한 정일우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은 대체 복무 기간이었다. 그는 "요양원에서 대체 복무하면서 많이 느꼈다. 치매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어르신 분들이 200여분 계셨는데 인생의 끝자락에 계신 분들을 케어하다 보니까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자신이 굉장히 좁은 세상에 살았다는 것. 정일우는 "같이 근무하는 친구들이 20대 초반이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똑똑하고 모든 분야가 다 빠삭했다"며 "'하이킥' 보면서 자란 동생들이니까 저한테 형이라고 하면서 잘 따르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까 '내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활 때문에 생각도 많이 열리고 많이 유연해졌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좀 더 유연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제대 후 군복을 벗고 성숙함을 입은 정일우는 공백을 줄이고,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이 보이고자 한다. 마음은 가볍지만, 연기는 무게 있게. 배우 정일우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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