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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비하인드 스토리
작성 : 2019년 05월 02일(목) 14:14

사진=영화 판의 미로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드디어 판의 미로가 다시 열린다.

판타지 스릴러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5월 2일 13년만에 재개봉된 기념으로 영화 속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함께 공개됐다.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는 1944년 스페인 내전 직후,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만나게 된 소녀 오필리아가 자신이 지하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슬프고도 잔혹한 여정을 그린 판타지 스릴러.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일반적인 판타지 영화는 허구의 세계 자체가 현실인 영화다. 그 속에 등장하는 마법사와 요정, 흡혈귀의 존재는 당연시되며 배경 역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판의 미로'는 이러한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가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어, 과연 주인공 오필리아에게 주어진 미션들과 마주치게 되는 괴물들이 실제인지 그녀의 공상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며 두 세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이러한 이유로 개봉 당시 엔딩의 결과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이 모든 것이 현실이다, 아니다로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다.

하지만 델 토로 감독은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소중한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고 영화 속에서 분명히 말하며, 처절할 만큼 무서운 현실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판타지 요소들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결국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이 함께 공존하는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며 그 선택은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역사와 판타지의 조합, 공포의 본질은 파시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르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성공적이고 자랑스러운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영화 '판의 미로'는 1년의 준비 기간과 4개월에 걸친 촬영, 6개월간의 후반 작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스페인에 독재 정권이 들어섰던 시대를 배경으로 파시즘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파시즘은 궁극적인 공포로,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영혼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판의 미로' 속 진짜 괴물은 미로에 숨어있는 생명체들이 아니라 비달 장군(오필리아의 새아버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탓에 이 영화 역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다소 코드화된 방식을 사용했고 그 결과 개봉 당시 엔딩의 의미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해석이 오갔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모티브! 페일 맨 탄생의 비밀은?
주인공 오필리아에게 지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 가지 미션을 주는 기묘한 요정 판은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선과 악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는 목동의 신 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오늘날 공포와 혼란을 의미하는 패닉(panic)이 바로 이 판에서 유래되었다. 판의 경우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래컴 작가의 어둡고, 관능적인 표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판의 하체를 잎과 가지로 뒤덮어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판과 더불어 초현실적 비주얼의 눈알 괴물로 불리는 페일 맨은 최대한 CG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 같지 않게라는 감독의 주문대로 이목구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콧구멍만을 둔 채 손바닥을 펴고 그 속에 박힌 눈알을 가져다 대면 공작의 깃털처럼 보이게 하는 디테일까지 더했다. 이렇게 완성된 역대급 크리쳐 판과 페일 맨은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괴한 비주얼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뇌리에 꽂힐 것이다.

빛과 어둠을 통제하는 역대급 촬영기법과 미장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을 작품마다 아름다운 영상으로 실현하는 촬영감독 기예르모 나바로 역시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판의 미로'를 통해 2007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촬영상 부문을 휩쓸다시피 한 실력파 감독이다.

특히 인위적이고 특별한 조명이 필요한 숲 신들이 많았던 '판의 미로'를 위해 세트에 작은 구멍을 뚫어 공간을 만들거나 카메라에 광섬유를 직접 연결해 만든 조명을 배우의 얼굴에 비추는 등 어둠을 통제하면 그림자가 주는 공포감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위해 새로운 촬영기법들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각기 다른 총 34개의 정교한 세트 제작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미술팀은 자신들의 디자인 스튜디오 내부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전용 사무실까지 차려 놓고 감독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세트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작은 구멍 하나부터 커다란 침실까지 전부 제작을 통해 '판의 미로'에 딱 맞는 강렬한 세트를 완성했다. 그 결과 지금껏 어떤 판타지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역대급 장면들이 탄생했다.

'판의 미로'가 반드시 스크린에서 다시 봐야 할 영화로 꼽히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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