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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보다 낯선' 대환장 예수 파티, 본질을 보라 [무비뷰]
작성 : 2019년 04월 04일(목) 11:42

영화 예수보다 낯선 리뷰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정체불명 두 남자의 '대환장 예수 파티!'. 기꺼이 응해도 좋다. 발칙하고 유쾌한 블랙코미디 영화 '예수보다 낯선'이다.

영화 '예수보다 낯선'은 전작이 실패하며 위기에 처한 여균동 감독이 '예수를 만나다'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은 뒤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주연배우 미팅을 앞둔 여균동 감독에 갑자기 나타난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한 배우(조복래)는 자신이 예수라 우기고 고향은 베들레헴이라 말한다. 기가 찬 감독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면 믿어주겠단 말에 천연덕스럽게 카페 직원을 불러 포도주를 시키면서도 뻔뻔하게 눈을 껌뻑이는 예수다.

어쩌다 보니, 사실 감독도 외로운 탓에 자료조사 차 영화 작업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예수란 남자와 동행하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여균동 감독은 예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한다. 관객들 또한 그의 마음과 같을 테다. 미심쩍고 수상한 예수에 대한 의심이 계속될 때 "의심하면 의심한다고 해요. 그건 자신을 의심하는 거니까"라고 감독을 향해 심드렁하게 내뱉는 예수의 말이 참으로 절묘하게 휘감긴다.

자, 그러니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사실 영화는 예수가 진짜냐 가짜냐를 논하고자 하는 종교적 관점의 영화가 아니다. 예수가 내뱉는 말들, 예수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감독이 녹여낸 풍자와 해학, 각종 은유와 여기에 담긴 철학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은퇴한 조폭은 이른바 '죽어서 지옥 갈 놈들'을 벌할 수 있는 사후 심판제도(?) 여부가 확실치 않자 다시 도끼를 꺼내 들고, 스타 배우 황스타는 제가 더 예수와 닮지 않았느냐며 틀에 박힌 예수 이미지로 빙의돼 광기 어린 열연을 펼친다. 신보다 교회 이미지와 번창을 더 생각하는 영화 투자자인 대형 교회 목사의 언행과 더불어 연기자 지망생 여자는 여자 예수는 없냐며 제가 예수를 하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특히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말하는 여균동 감독에 "누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어, 예수 너니?"라고 내뱉는 말은 폭소를 유발하면서도 허를 찌른다.

영화 예수보다 낯선 리뷰 / 사진=영화 스틸


인간의 오랜 편견과 맹목적 우상을 뒤엎는 발칙하고 재기 발랄한 스토리는 블랙코미디 특유의 매력을 더한다. 사상가이자 생각하는 자로서의 예수는 "모든 사람은 특별하면서 평범하다"고 하거나 "너희들 안에 모든 게 있다"고 말한다. 결국 제 선택과 꿈과 행복과 천국 지옥까지도 모두 자신의 믿음과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이다.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패기 넘치는 젊은 날의 초심과 열정은 퇴색된 지 오래고, 실패와 무력에 빠져 회의감에 젖어 있던 감독은 결국 내면이 추구하는 행복의 가치를 되찾게 된다. 여균동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영화는 예수를 통해 스스로를 직시하게 하고,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다. 여균동 감독이 이 골 때리고 기막힌 남자 예수를 그려낸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들 기억 속에, 또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낯선 자"로서의 예수의 발현. 이는 자신이 행복한 걸 하는 순간, 그곳이 곧 천국이라고 말하는 감독의 고찰이다.

배우 조복래는 이토록 독창적이고 낯선 캐릭터 예수를 능청스럽게 연기해낸다. 땡그란 눈을 크게 뜨고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순박하고 다소 어리바리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뼈를 때리는 대사들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관객에 의미를 각인시킨다. 여균동 감독은 분노와 짜증, 불신으로 일관하면서도 언뜻 번뜻 외로움과 쓸쓸함을 내비치고 회한에 젖어 울기도 하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기까지 감정의 변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소화한다. 틀을 벗어난 이야기의 힘을 발휘하는 연출력도 명불허전이다. 오래간만에 접하는 유쾌하면서도 곱씹을 거리 많은 매력적인 이야기 '예수보다 낯선'이다. 4월 4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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