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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키스 패밀리' 박희순 "장모님이 '극한직업'보다 재미있다더라" [인터뷰]
작성 : 2019년 03월 25일(월) 14:30

박희순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배우 박희순은 천상 배우답게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다. 과묵하고 낯을 많이 가릴 때가 있는 반면 어떤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띄우며 동료들을 규합하는 리더로 변모한다.

그가 문어춤을 선보이며 반전 매력을 발산한 영화 '썬키스패밀리'(감독 김지혜·제작 영화사 두둥). 박희순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메신저 단체 톡방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시작부터 영화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그가 자신의 외향성을 끌어 올린 원동력은 아마도 작품에 대한 애정 아니었을까.

27일 개봉하는 영화 '썬키스패밀리'는 아빠(박희순)의 예쁜 여사친(황우슬혜) 등장으로 사라진 가족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막내딸 진해(이고은)의 고군분투를 담은 작품. '썬키스 패밀리'가 독특한 직점은 바로 성(性)과 가족 드라마의 묘한 조합이다.

박희순은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이 공존하는 것이 좋았다.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도발적이고 섹시한 면이 가미되지 않았나"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왁자지껄하고 티격태하면서 사랑하고 화해하는 모습은 일반 가정인데 방식이나 그것을 담아내는 시선이나 표현 방법이 색달랐다"면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박희순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독특한 '썬키스 패밀리'의 시나리오를 탄생시킨 김지혜 감독. 김 감독의 인상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단다. 박희순은 "굉장히 여성여성하신 분이다. 말씀도 여성스럽게 하시는데 생각 자체에 영화적인 엉뚱함, 4차원이 있다.(황우)슬혜도 진경도 다 4차원이다. 성범이도 4차원이다. 이 4차원의 상상력이 모아져 영화가 풍성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 감독님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셨기 때문에 서양의 느낌과 한국적인 느낌의 배분이 적절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썬키스 패밀리'. 자칫 19세 버전으로 만들어질 뻔 했다고. 박희순은 "투자사 쪽에서 시나리오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저희는 가족이 보는 영화고 아이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유럽 영화처럼 19세까지는 못 간다고,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선을 지키는 영화였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했다. 감독과 배우의 생각이 일치해서 지금처럼 완성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던 '썬키스 패밀리' 촬영 과정이었기에 출연진들끼리의 유대 관계도 끈끈해질 수 있었단다.

'썬키스 패밀리'에서 박희순은 결혼 20년차에도 아내(진경)에 대한 사랑이 뜨거운 애처가 준호를 연기했다. 진경과 함께 연기하면서 차가울 것 같은 선입견도 금방 깨졌다. 박희순은 "연극할 때 오가며 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렇게 말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저도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 친구도 나의 연기만으로 나를 보게 되는 것이고, 나도 그 친구의 연기로 어떤 사람일 것이다 생각만 했다. 둘 다 센 역할을 많이 해서 차가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 친구도 굉장히 인간적이고 엉뚱한 면도 있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 우리 팀이 다 그런 코드가 잘 맞았다.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친해져 보니까 맞는 지점들을 이야기하게 되고, 이야기가 많아지니까 서로 알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박희순은 또 "춤을 추는 촬영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춤을 연습하고 짜면서 의견을 내다 보니까 자연스레 친해졌다. 스킨십도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자연스럽게 20년차 부부처럼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극 중에서 박희순과 진경이 진한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많다. 스킨십 촬영에 대한 아내 박예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프로의 세계에 터치하면 안 된다"면서 멋쩍게 웃더니 "아내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수위가 높거나 하면 출연 결정하기 전부터 아내에게 대본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건 15세지만 아내에게 대본을 보여줬다. 오빠의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좋아했다. 한번 더 보고 싶다더라"고 털어놨다.

박희순 /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영화 시작, 박희순은 연체동물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춤을 추며 관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평소에 추는 춤이라던 박희순은 "시나리오에는 그냥 춤을 춘다고 돼있었다. 콜라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제가 제의를 했다. 미희를 만나는 장면이 단순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칫 춤을 추는 장면이 생뚱맞아 보일까 염려했단다. 박희순은 "코미디라는 건 코드가 맞고 보편적이어야 하지 자기만의 웃음코드, 유머 코드를 주장해버리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항상 의심을 한다"면서 "초반부터 문어춤이 먹히는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썬키스 패밀리' 개봉 전 시사회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그는 '썬키스 패밀리'를 자랑해달라는 말에 "저희 장모님이 '극한직업'보다 재미있다고 했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들었던 다른 이야기 중 좋았던 게 코미디 영화니까 웃기는 건 당연하지만 행복한 웃음이 2시간 내내 끊이지 않고 나왔다더라"고 덧붙였다.

평소 선 굵고 마초적인 역할을 주로 맡은 박희순. 이번 '썬키스 패밀리'에서는 힘을 빼고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연극할 때 오히려 이런 역을 더 많이 했다. 움직임이 많고 몸을 쓰는 연기가 많았다. 영화쪽 오면서 센 캐릭터를 하면서 실제와 다른 모습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박희순은 "그런데 계속 센 캐릭터들만 제안받고 하다보니 지치기도 하더라"면서 오랜만에 코믹하고 힘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이 반가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박희순이 작품 선택을 폭넓게 하고 있는 것은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강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를 통해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자 하는 갈증을 채우고 있다고.

1990년에 데뷔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친 박희순. 올해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아가고 브라운관에도 얼굴을 내밀 예정인 그는 '대기만성형' 배우라는 말이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그는 배우로서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의외로 현실적이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요즘 좀 바뀌었어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모토예요. 나이도 있고, 잘하는 배우도 많지 않나요. 아직까지 배우를 하면서 먹고 산다는 게 행복해요. 여기에서 더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그것만 해도 될까말까인데, 누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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