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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이종언 감독 "세월호 유족분들 고맙단 말씀에 마음 놓여" [인터뷰 스포일러]
작성 : 2019년 03월 22일(금) 16:43

영화 생일 이종언 감독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이종언 감독이 '생일'을 찍은 이유는 분명했다. 기억하고 위로하며 고통을 딛고 나아가기 위해서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영화 '생일'(제작 나우필름)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다룬 영화인만큼 연출자에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테다. 이종언 감독이 '생일'을 기획한 것은 참사 이후 2015년 여름 안산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선 2014년 4월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일 모임을 했다.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이종언 감독은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단 다짐을 했다.

그는 "그곳에 있으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작은 영화로 만들지, 큰 영화로 만들지 고민했지만 조금 더 크게 시도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랐다. 그래야 많은 분들이 이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것 같았다"고 했다.

기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세월호 유족들이 이종언 감독에 힘을 보태줬다. 인터뷰와 취재에 응해줬고 "힘내서 잘 찍으라"는 격려도 보내줬다.

이종언 감독은 "3개월의 촬영, 이후 2~3달의 편집을 끝낸 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집본을 들고 4.16 가족협의회를 찾아가서 4~50분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그때 '너무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는 말씀을 듣고 솔직하게 처음으로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이후 최종본을 들고 두 주연배우 설경구, 전도연과 함께 안산에 내려가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자식을 잃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 고맙다"는 유족들의 말은 이종언 감독에게 백마디 말보다 더 따뜻한 격려와 안도감을 줬을테다.

전도연 설경구 / 사진=영화 생일 스틸


이종언 감독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그 날 이후, 남겨진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그려냈다. 기억을 공유하고 슬픔을 공감하며 함께 위로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첫 장편영화를 내놓은 이종언 감독의 따뜻한 소통법은 그 자체로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활동해왔던 이종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그의 오랜 '스승'이자 '생일'의 제작자이기도 한 이창동 감독 역시 자랑스러워 할만한 작품이다. 이종언 감독은 "이창동 감독님이 시나리오가 나오고 영화 들어갈 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초심 잃지 말라'고 해주셨다. 영화 촬영이 다 끝나고 편집된 걸 보셨을 때는 '영화가 소박하고 정직하게 만들어져서 좋은 것 같다'고 해주셨다. 세 번째로 다시 봤을 땐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지만 함께 공감해주시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종언 감독은 다양한 영화 장르를 좋아하고 영화를 통해 위로받는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는 대중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이에 가장 잘 맞는 형태를 찾아 소통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려낼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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