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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누리 감독 "영화 제목 '돈' 결정 이유? 짦으면서도 임팩트 있어" [인터뷰]
작성 : 2019년 03월 11일(월) 16:30

박누리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성장이나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영화 '돈'(감독 박누리·제작 사나이픽처스 월광) 박누리 감독을 만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는 박 감독은 학창시절 일찌감치 영화감독을 꿈꿨다. '남자가 사랑할 때', '부당거래', '베를린'의 연출부와 조감독을 거친 박 감독은 오는 20일 입봉작인 영화 '돈'으로 대중과 만난다. 배우 류준열의 말에 따르면 박누리 감독은 에너지가 좋은 감독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영화의 방향을 설정해놓고 쭉 밀고 가는 힘이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주제의식으로 관객을 날카롭게 찌르는 '돈'과 박 감독의 에너지는 아주 잘 맞는 궁합이 아니었을까.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누리 감독은 설렘 가득한 모습이었다.

'돈'은 2013년 출간된 장현도의 소설 '돈-어느 신입사원의 위대한 머니 게임'이 원작으로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다.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부진한 실적을 궁지에 몰려 있다가 미스터리한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에게 막대한 이익금을 얻을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받으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진다.

박누리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박 감독은 "소설 '돈'이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고 읽게 됐다. '주식'을 소재로 하는 영화지만 주식을 잘 모르는 저조차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와 비슷한, 평범한 인물이 뭉칫돈의 유혹을 받으면서 변해가는 모습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배우 류준열이 '평범한 우리'를 대변하는 일현을 연기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끌고 가는 임무를 맡았다. 일현은 금수저도 아니고, 연줄도 없지만, 부자의 꿈을 갖고 열정적으로 신입 사원 생활에 임하는 캐릭터.

박 감독은 "같이 작업을 해보기 전 다른 작품을 통해 봤을 때 류준열은 본능적으로 연기를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굉장히 영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였다. 자기 역뿐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더라"고 말했다.

일현의 경우처럼 나라면 유혹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서 소설에 빠져들었다는 박 감독. 영화 속에서 일현을 '돈의 욕망'으로 유혹하며 흔들어놓는 인물이 바로 번호표(유지태)다. '유혹하는 악마' 번호표는 영화에서 대놓고 악인으로 묘사돼 있지 않다. 오히려 젠틀하면서도 신비로운 존재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에 박 감독은 "번호표가 영화 초반 일현에게 멘토 같은 존재로 보였으면 했다. 주식 시장 뒤에서 막대한 큰돈을 굴리고 있으면서도 베일에 싸여있지 않나. 그러면서도 굉장히 젠틀하다. 주변에 보면 굉장히 예의 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해주는데도 함부로 대하기 힘든 사람이 있지 않나. 속내는 잘 내비추지 않고. 그만큼 내공이 강한 인물로 비쳤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한 번호표 역을 맡은 유지태는 절제된 톤으로 번호표를 표현해냈다. 박 감독은 "작은 제스처와 미세한 표정 연기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였기 때문에 유지태 선배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돌이켰다.

박누리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치열한 샐러리맨의 현실을 사는 일현이 미스터리한 번호표와 만났을 때 자칫 너무 비현실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화려하고 럭셔리한 비밀의 장소보다는 극장이나 수영장, 병원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나 지령을 주고받는다. 박 감독은 "가령 지하철에 나란히 마치 남남인 것처럼 이하기 하는 장면은 첩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번호표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번호표의 말 하는 뉘앙스 등에도 변주가 필요했다. 박 감독은 "후반부로 갈수록 번호표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기도 하고, 미묘하게 나는 너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누리 감독은 "번호표를 연기하신 유지태 선배님은 이미 제가 영화를 하기 전부터 팬이었다.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촬영하기 한참 전이었던 첫 미팅 때부터 모든 대사를 외워오셨다. 그 이후에도 매일매일 대사를 읽으셨다더라. 굉장히 성실하게 하시면서도 회식이 있으면, 끝까지 남아 후배들까지 다 챙기고 정리하신다. 정말 선배님이구나 싶었다. 그 정도로 성실하신 분"이라고 극찬했다.

극 중에서 번호표의 수상한 행적을 쫓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조사국 수석검사 한지철은 배우 조우진이 연기했다. 박 감독은 "조우진 선배님은 항상 다양한 연기를 준비해오신다. 현장에서 그런 여러 가지 버전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배우들 때도 그랬지만 조우진 선배님이 연기하실 때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미소 지었다.

영화 '돈'은 흔한 범죄 드라마로 비춰질 수 있지만 박 감독은 "우리 영화는 인간의 성장과 변화의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연출 또한 이와 궤를 같이 했다. 주식시장의 뒷이야기를 다루지만 지나친 설명보다는 일현의 '심리 변화'를 관객이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게 했다고. 이 때문에 메시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영화는 '쫄깃'하게 연출됐다.

앞으로도 장르에 국한되지 않게 사람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박누리 감독이다.

"자칫 제목이 평범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박누리 감독은 "다른 제목도 생각해봤지만 '돈'이라는 제목이 우리 주제와도 맞고, 또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다고 생각했다. 돈이 사람보다 더 앞에 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관객분들도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또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시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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