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훈련에는 소홀하고 사생활 침해에는 열심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여자컬링 '팀킴' 호소문 관련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1월 '팀킴'이 대한체육회 등에 보낸 호소문을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팀킴'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일가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하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지도자들이 팀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체부와 경상북도, 대한체육회는 5주에 걸쳐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감사 결과 '팀킴'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한국 컬링 개척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딸 김민정 감독은 여자컬링팀을, 사위 장반석 감독은 믹스더블팀을 이끌어, '컬링 가족'으로 주목을 받았다. '팀킴'이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자, '가족스포츠의 힘'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전혀 달랐다. 감사 결과, 김경두 전 부회장은 경북 체육회 컬링팀 운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며 조직을 사유화하는데 열심이었다. 김민정, 장반석 감독 역시 선수 지도보다는 다른 일에 더 열중했다.
문체부 감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김민정 감독은 외국인 지도자, 경북체육회 컬링 선수들, 컬링 관계자들로부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훈련에 불참하는 사례도 있었다. 훈련에 참석한 경우에도 부실한 지도를 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장반석 감독은 스스로 컬링 지도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장 감독이 한 것은 훈련 지도가 아닌 행정 업무로, 감독이라기보다는 팀 매니저에 가까웠다.
훈련에는 관심이 없던 지도자들이 열중한 것은 선수 통제였다. 문체부는 "컬링팀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욕설(폭언), 인격 모독, 과도한 사생활 통제 등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 인터뷰 시 김경두 전 부회장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강요하고, 특정 선수를 훈련에서 배제하는 등 선수들이 호소문에서 제기한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노력의 대가로 받아야할 상금과 후원금, 격려금에도 손을 뻗었다. 선수들이 받았어야 할 9386만8000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보조금 집행, 정산에 있어서도 부정정한 면이 드러났다. 어떻게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김경두 전 부회장 일가는 지난해 12월 "컬링계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에 대한 수사, 징계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선수들의 노력으로 쌓은 무대에서 '자격 없는 영광'을 누렸지만, 이제는 과거의 과오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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