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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디피컬트 오컬트 [무비뷰]
작성 : 2019년 02월 20일(수) 10:49

영화 사바하 리뷰 / 사진=영화 사바하 포스터, 스틸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사바하'를 킬링타임용 호러 정도로 만만히 여긴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방대한 세계관과 뒤죽박죽 복잡한 변주를 바삐 쫓으며, 그 안에 심오하고 모호한 종교론적 메시지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제작 외유내강)는 신흥 불교 집단인 사슴동산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장 감독은 관객이 '사바하' 속 신흥 종교 단체를 파헤치는 박목사의 시선을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크게 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곧 죽는다고 믿었지만 16년째 살아있는 '그것'(이재인)과 '그것'이라 불리는 언니를 께름칙하게 여기는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 '그것'을 둘러싼 연쇄살인을 조사하는 형사 황반장(정진영). 가짜 신을 믿는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던 도중 '그것'을 접하고 진실을 마주하는 박목사와 그를 돕는 해안스님(진선규). 이들 곁을 맴돌며 시종일관 수상한 행동을 하는 정체불명의 남자 나한(박정민), 그리고 사슴동산 중심에 있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한 누군가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쪼개져 흘러가다가 결국 사슴동산으로 모아진다. 이후 절대자, '그것'의 비밀, 기구한 사연, 종교의 비밀, 선인과 악인 등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 과정은 몹시 복잡하다. '사바하' 중 현실에 존재할 법한 인물은 박목사와 황반장, 해안스님 뿐이다. 이들은 각자 사건을 추리하며 중구난방 기이한 떡밥을 던져댄다. 예를 들어 신흥종교 세력들이 읊어대는 주문이라던가, 여섯 개의 손가락, 불사의 존재 미륵 등이다. 명확한 실체는 중후반부에서야 풀어지고, 직전까지 혼돈은 계속된다.

특히 박목사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사건과 마침내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의 속내 탓에 큰 혼란에 빠져 "대체 신은 어딨나이까"라며 중얼댄다. 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끊임없이 사건을 발생시키고 의구심이 들 법한 내용을 가미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라 설명했지만, 오산이다. 곰곰이 되뇌지 않으면 단박에 찾지 못할 개연성의 연속이고, 많은 것들을 꽁꽁 숨겨 답답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장 감독에 따르면 '사바하'는 불교관 70%와 기독교관 30%가 녹아들었다. 그가 영화의 시상을 떠올린 것은 기독교 성경구절(마태복음 2장 16절)에서부터다. 예수가 태어날 즈음 헤롯 대왕이 베들레헴의 2살 이하 남자아이들을 학살했다는 잔혹한 사건을 접했다. 이후 '신이 있다면 이 세상의 악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신은 무조건 선한 존재인가, 신은 있을까' 따위의 의문을 품었다.

여기에 덧대어 불교론적 관점인 "본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늘 변한다.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기도 한다"는 교리가 저변 해 '사바하'의 세계관을 채운다. 이는 '사바하' 속 반전의 강력한 힌트이며, 필수 가이드나 다름없다. 단, 이러한 종교적 시선과 구조는 무신론자 혹은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이 단숨에 이해하기엔 다소 벅차다. 대부분의 관객은 러닝타임 안에 영화를 소화한다. '사바하'를 보기 전후로 이 복잡한 교리를 머릿속에 새기고 공부할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연배우 박정민은 인터뷰에서 '사바하'를 어렵게 느낄 이들에게 "불교 용어를 살피고 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정재는 "두 번 세 번 보면 더욱 와 닿을 것"이라 권했다. 이는 오로지 영화를 깊이 탐구하고 연출진에게 직접 기획의도 및 해석을 들어 흥미를 느낀 이들의 관점에서의 말이다. 소비자가 두 사람의 가이드를 따라 '사바하'를 접할 의무는 없다. 비용을 지불하고 골머리를 싸매며 탐구할만한 가치도 부족하다. 어려운 내용을 감수할만한 흥미로운 볼거리가 즐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바하'는 전작 '검은 사제들'로 544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엑소시즘 및 오컬트를 한국 콘텐츠에 접목시킨 장 감독의 후속이다. '검은사제들'은 빙의된 귀신에 맞서 구마 의식을 펼치는 신부들의 이야기다. 이는 적절히 '한국화'되어 심오한 메시지 없이도 흥미를 유발했다. 반면 '사바하'는 스릴러 요소는 줄이고, 의미부여에 집중했다. 무속신앙 느낌이 물씬 나는 기괴한 음향과 관객을 놀라게 하는 효과들은 초반부에만 등장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과 종교적 물음에 집중해 스릴러의 맛은 흐려진다. '검은사제들'에서의 쾌감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따를 수 있다.

그나마 비현실적인 사건과 어려운 소재는 배우 열연으로 융화된다. 속물근성 가득한 사이비 사냥꾼 박목사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사건 해결에 집착하며 신의 정체를 파고든다. 이를 연기한 배우 이정재는 적재적소 코믹하다가도, 겁에 질려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원망을 토해낸다. 박정민 역시 풀어지는 서사를 쫓아 시시각각 변모한다. 정체불명의 기운을 뿜다가, 순간 독기를 드러내며 때로는 연민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첫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능란한 연기를 펼친 이재인과 전작품들 속 강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지운 진선규 역시 마찬가지다. 2월 20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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