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의 아시안컵에서 써 내려갔던 '아름다운 동화'가 8강에서 막을 내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D조에서 3위(1승2패)로 16강에 오른 뒤, 요르단까지 격파하며 8강에 진출했지만 '강호'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며 8강에서 대회를 마치게 됐다.
베트남 축구에 있어 지난 2018년은 영광의 시간이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베트남이 AFC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도,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화룡점정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이 대회에서 베트남은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베트남 전역이 환희에 빠졌고,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됐다.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아시안컵. 사실 베트남의 상승세가 아시안컵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AFC U-23 챔피언십과 아시안게임은 연령별 대표팀이 출전한 대회다. 스즈키컵은 A대표팀이 출전했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간의 경쟁이었다. 아시아 각국의 정예 멤버들이 출전하는 아시안컵은 앞선 대회들보다 훨씬 더 어렵고 치열한 대회였다.
실제로 베트남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 초반 이라크와 이란에게 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예멘을 2-0으로 꺾은 후 페어플레이 점수로 간신히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대회를 치를수록 발전했다. 예멘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더니, 16강에서 만난 요르단을 상대로도 대등하게 맞섰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승리하며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의 8강 진출이었다. 2007년에는 16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8강에 진출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24개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것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베트남은 8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꿨다. 전반전에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안컵 최다 우승팀' 일본은 베트남보다 몇 수는 위에 있는 강팀이었고, 결국 베트남의 도전도 8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비록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충분한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다. 매 대회,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이 이번 아시안컵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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