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보디체인지물은 한국에서 새롭지 않다.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는 영화 '아빠는 딸'이 2017년 여름 개봉했고 지난해 방영된 KBS2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도 한 가장이 사고 후 이름과 나이만 같고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자의 몸에 빙의되는 이야기다.
이제는 식상할 법한 소재가 '보디체인지'다. 하지만 '내 안의 그놈'(감독 강효진·제작 에코필름)은 그럼에도 어떤 캐릭터끼리 바뀌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B급 감성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내 안의 그놈'은 거창한 메시지는 아닐지라도 코미디 장르에 충실한 만큼 표 값을 톡톡히 해낸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왕따 고등학생 동현(진영). 그는 짝사랑하던 오현정(이수민)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도와주려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마침 조폭 기업인 판수(박성웅)가 길을 가다 떨어진 동현 밑에 깔린다. 정신을 잃고 판수와 동현의 몸이 바뀌면서 좌충우돌 스토리가 전개된다.
영화는 중반 이상을 '아재' 판수의 영혼에 씌인 동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친구들에게 항상 당하기만 하고 살던 고등학생 동현(진영). 그가 조폭 판수의 영혼으로 겁 없이 행동하면서 불량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장면은 통쾌한 웃음과 아이러니를 준다.
내 안의 그놈 스틸 /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특히 동현의 몸으로 판수가 첫사랑 미선(라미란)과 재회하고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선이 오가는 장면은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한다. 지난날의 앙금이 남아있는 판수와 미선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16년 나이 차가 나는 라미란과 진영이 키스신을 소화한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가수와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진영은 2013년 tvN '우와한 녀'를 시작으로 연기 분야에서도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는 첫 스크린 주연작임에도 이번 영화에서 1인 2역을 능청스럽고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내 안의 그놈 스틸 / 사진=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반대로 거친 이미지의 대명사인 박성웅 또한 '내 안의 그놈'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게 여전히 강한 영화 '신세계' 속 강렬한 이미지는 오히려 이번 영화에서 웃음의 촉매제가 된다.
마초적 이미지의 그가 왕따 고등학생 영혼이 씌어 한껏 위축된 채로 귀엽게 변하는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이처럼 '내 안의 그놈'은 비록 거대한 메시지를 주거나 매우 세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미디라는 본연의 장르에 충실했다. 후반부의 억지 감동 또한 지양했다. 갈등이 해소돼가는 순간까지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 있는 코미디를 끝까지 살려놨다는 점도 높이 살만 하다. 러닝타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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