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통쾌한 영화 '언니'? 왜 불편함만 남을까 [무비뷰]
작성 : 2019년 01월 01일(화) 09:06

언니 포스터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통쾌하고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 '언니'의 카피 문구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답답함 마음이 더 크다. 왜일까.

'언니'(감독 임경택·제작 필름에이픽처스)는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의 흔적을 찾아갈수록 점점 폭발하는 전직 경호원 인애(이시영)의 복수를 그린 이야기다.

영화는 임무수행 중 과잉 경호 논란에 휘말리며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애가 출소 후 사라진 동생 은혜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인애는 경찰, 학교를 통해 은혜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자 우연히 얻은 단서 하나만을 갖고 은혜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자신이 몰랐던 은혜의 비밀을 알게 되고 분노가 폭발한다.

인애는 은혜의 흔적을 쫓아 그에게 해를 끼쳤던 가해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응징한다.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인애는 가해자들에게 "내 동생 어디 있어?"를 반복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처절하게 복수한다. 맨몸으로 동생을 찾아 나섰던 인애는 마치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듯이 우연히 차가 생기고, 자신을 방어하게 될 전기 충격기, 총 등의 무기도 얻는다.

언니 스틸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홀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던 인애는 남성들을 한 번에 제압하기도 하고, 17 대 1로 맞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시영의 화려한 액션 연기에 앞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그의 빨간 드레스와 하이힐. 극 중 이시영은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에 지탱하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가느다란 굽의 하이힐을 신고 나온다. 심지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복장으로 모든 액션을 소화한다. 펄럭이는 짧은 치마 때문에 그의 허벅지는 계속 노출되고 카메라 앵글 또한 거북하게 그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시영 또한 액션을 할 때 속바지가 어떻게 보일까 고민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

임 감독은 이런 지적에 대해 여성에 대해 표현할 때 상업화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했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오히려 모든 표현법이 지극히 상업적으로 보인다. 빨간 드레스와 하이힐의 상징성과 서사를 느낄 만한 충분한 설명이나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인애의 분노의 시발점이 되는 은혜의 성폭행 사건 또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애의 복수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만든 근원이지만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딱히 묘사되지 않아도 되는 노출까지 그려지니 관객들은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을 안고 가게 된다.

언니 스틸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언니'에서 유일하게 남는 건 이시영과 박세완이다. 국가대표 복싱선수 출신으로 액션 연기에 탁월한 조건을 가진 이시영은 복싱 액션부터 카체이싱, 도구를 활용한 액션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동생의 사건을 알면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 또한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언니'로 첫 장편영화에 도전한 박세완은 앞서 얼굴을 비췄던 드라마 '학교 2017' '로봇이 아니야' '같이 살래요' 등의 모습과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은혜 캐릭터에 동화됐다.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진 은혜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는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펼쳤다.

캐릭터 설정에 맞게 많은 준비를 하고, 무더운 여름 액션 연기를 펼친 이시영의 열정과 재능이 무색해지는 아쉬운 영화다. 영화에 숨겨진 의도는 끝까지 숨겨지기만 한 것 같다. 결말과 상관없이 관객들에게는 찝찝함과 불편함만 남게 된다. 1월 1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