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이시영, '언니'로 시작된 액션 배우로서의 용기 [인터뷰]
작성 : 2018년 12월 30일(일) 12:40

\'언니\' 이시영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국가대표 복싱선수로 활약하던 배우가 5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자신의 주무기를 내세운 액션 영화였다. 그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영화를 꽉 채웠고, 감히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바로 배우 이시영의 이야기다.

이시영은 2019년 1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언니'(감독 임경택·제작 필름에이픽처스)에서 사라진 동생의 흔적을 쫓아가면서 그동안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되고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인애를 연기했다.

'언니'에서 이시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악의 무리들에 맞서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그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드러냈다.

이시영은 그동안 간간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액션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원톱 주연으로 액션 영화를 끌어간 것은 '언니'가 처음이다. 그래서 그는 '언니'를 선택하면서부터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운동을 하다 보니 이미지가 굳혀져서 제가 액션을 하면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봤었고 제가 새롭게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에 시도하게 됐다. 이렇게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 연기를 하는 기회가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감으로 시작한 영화를 준비하며 캐릭터 구축을 위해 수많은 액션 영화를 참고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크면 클수록 다른 영화를 찾아보면서 준비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내 단점을 감추고 잘할 수 있는지 찾아보게 됐다. 감독님이 주시는 자료보다 내가 나 자신을 아니까 직접 찾아봤다"며 여성이 할 수 있는 액션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담감은 설렘으로 바뀌기도 했다고. 그는 "대부분의 액션 영화는 남자 배우가 주인공인데 여자 액션은 보면서 굉장히 신기했다. 신선했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재밌고 설렜다"며 "한국 영화도 많이 보고 외화도 많이 봤는데 확실히 남자가 할 수 있는 액션과 여자가 할 수 있는 액션이 다르고 매력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선이나 구사하는 액션 자체가 달라서 여자가 하는 액션이 진짜 멋있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실제 이종 격투기 선수 출신인 미국 배우 지나 카라노를 참고하고 주짓수까지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 카라노는 액션에 특화된 배우라 그 배우의 영화를 진짜 많이 봤다. '헤이와이어(Haywire)'에서 지나 카라노가 끝까지 이끌어가는 걸 중점적으로 봤다. 내지르는 주먹 하나, 발차기 하나 등을 다 봤다. 또 주짓수처럼 그래플링 기술이 주를 이루더라. 실제로 힘에서 우월한 상대를 제압하는데 주짓수가 탁월해서 그 운동을 배웠다. '언니'에서도 주짓수를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언니' 포스터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언니'에서 이시영은 펄럭이는 짧은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고 남성들을 상대로 거친 액션을 한다.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맨 다리를 드러낸 채 온몸을 불사르는 전투를 한다는 건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그는 "제가 말라 보이는 편이지 않나. 특히 다리가 노출되기 때문에 힘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게 취약점이었다. 옷의 도움을 받거나 가죽 재킷, 바지를 입으면 힘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일 텐데 이 원피스는 쫄쫄이를 입고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라인이 드러나기 때문에 같은 액션을 해도 멋이 없어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어설퍼 보인다. 선이 굵고 파워풀하게 보여야 했기 때문에 훨씬 더 보안해야 했고 자세를 신경 써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일부러 몸무게 증량을 하고 더 신경 써서 몸매를 가꿨다. 그는 "처음에 9~10kg를 한꺼번에 찌우고 조금씩 빼가는 과정을 거쳤다. 선이 굵은 몸을 표현하고 싶었다. 원피스를 입는 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을 거다. 근육만 키우면 살이 찌지 않으니까 살을 찌운 다음에 지방을 빼가야 근육만 남는다. 그렇게 다시 4kg를 감량해서 57kg로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극 중 빨간 원피스와 하이힐은 비단 이시영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본 이들에게는 인애가 굳이 여성성이 강조되는 의상을 입고 맨살을 드러내면서 액션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시영도 그 문제에 대해 걱정을 했었고, 임경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저 역시 처음에 시작할 때 이 부분에 있어 맞는 것이냐는 질문을 해왔었다. '제가 왜 치마를 입고 서야 하냐. 굳이 카메라가 다리를 강조해서 훑고 시작하는 게 맞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런 부분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로 '여성은 약하고 예쁜 존재'라는 여성성을 대표하는 표현들로 오프닝을 함으로써 너희가 우습게 봤던 인애가 어떻게 깨부수고 멋있게 응징하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게 영화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알 수 있게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인애가 복수하는 과정이 훨씬 통쾌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먼저 그런 의미로 시작했고, 그렇게 선택한 거라면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시영은 '액션 여제'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게 준비 과정부터 촬영까지 제 몫을 다 해냈다. 그는 여성 액션 영화의 이정표를 확실히 제시했고, 앞으로 그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더 다음에 나아가서는 더 깊게 발전된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단순하게 '액션 영화'라고 단정 지었다는 걸 느꼈어요. 액션이라는 게 진짜 장르가 많고 세분화돼있더라고요. 제가 액션배우를 하고 싶다고 해도 평생 그렇게 다양한 액션 연기를 다 못해보겠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앞으로 여러 가지 액션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그런 용기가 생겼어요."

'언니' 이시영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