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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이선균 "시대에 맞게 잘 늙어가는 배우 됐으면" [인터뷰]
작성 : 2018년 12월 28일(금) 14:39

영화 PMC:더 벙커 이선균 인터뷰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꼭 특별한 일이 있어서 행복한 것보다, 지금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기에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배우 이선균. 그에게선 늘 삶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엿보였다.

이선균이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더 벙커'에 출연한 이유는 명료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액션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더 테러 라이브' 이후 다시 만난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가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에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라 미안하기도 했단 그는 "잘 차려놓은 밥상에 '같이 먹어요' 하고 불러준 느낌이라 미안하고 주저함도 있었지만, 예전부터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들이라 개인적인 욕심으로 함께 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PMC: 더 벙커'는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벙커에 투입된 주인공 에이햅(하정우)이 작전의 키를 쥔 북한의 엘리트 닥터 윤지의(이선균)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극한 생존 액션 영화다. 극은 에이햅의 갈등과 선택이 반복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고, 관객들 또한 그 감정에 이입될 수 있도록 철저히 주인공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윤지의는 그런 에이햅을 각성케 하는 인물이다. 이선균은 "다른 분들은 역할 크기에 불만이 없느냐고 하는데 오히려 편하게 임했다"고 특유의 솔직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극 중 이선균은 단순한 조력자 캐릭터로 소모되기보단 에이햅이 트라우마를 깨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용기와 결단력, 따뜻한 에너지를 보여주며 극한의 고립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감을 전해주는 인물이다. 무심한 듯해도 훈훈한 인간미를 지닌 캐릭터로 생동감을 전한 이선균이었다.

그는 "대사에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나온다. '사람 살리는데 특별한 이유 있나'라는 말이다. 보편적인 작품 패턴에서 북한 사람은 정치적 이념이 강하고 여기에 틈이 생겨 남한 사람과 우정을 나누게 되는 스토리가 많다. 하지만 윤지의는 이념보다 자신이 가진 직업적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을 중시하고 이타적인 마음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캐릭터의 행동은 에이햅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고립된 지하 벙커를 나가는 키가 된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고 캐릭터를 잡아나갈 때의 중점을 밝혔다.

그 역시도 북한말 대사는 쉽지 않았다고. 이선균은 "첫 대사가 정말 힘들었다. 다들 영어로 얘기하는데 갑자기 북한말이 들어오지 않나. 일단 직업은 의사지만 강단 있는 인물이기에 도전적이고 도발적으로 보여지길 바랐다"며 "확신이 없었고 제가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높은 억양으로 대사를 했지만, 윤지의의 진심을 전하기엔 낮게 얘기하는 게 더 어울릴 것이라 여겼다고. 그는 "다양한 역을 맡아도 저는 목소리가 특이하다 보니 이미지가 단정 지어진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 같다. 톤 때문에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제 목소리를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해 주시지만 호불호가 강하신 것 같다"고 스스로 능청스럽게 셀프 디스다. 하지만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녹아든 이선균의 북한말 대사는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인 억양으로 신선함을 줬다.



이밖에도 이선균은 극 중 장소적, 상황적 한계 때문에 직접 카메라를 들고 셀프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제 연기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촬영 디렉션을 받다 보니 앵글에도 집중해야 해서 힘들었다. 렌즈도 큰 걸로 찍어 무겁더라"며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려준다고 했는데 영화가 안 되면 제 탓으로 돌릴 것 같아서 넣지 말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확실히 배우로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던 재밌는 현장이었다고. 특히 마지막 낙하산 신이 인상 깊었단 그는 "처음으로 세트 밖을 나가서 찍은 신이었다. 생각보다 멋졌고, 웅장하면서도 쾌감이 있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고립된 공간에 갇혀 있다가 분출된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이선균은 김병우 감독, 하정우와 협업한 것에 만족하며 즐거워했다. 감독의 전작을 특히 재밌게 봤었단 그는 "신인 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실제 함께 작업해보니 정말 꼼꼼한 사람이고 설계자 같았다"고 했다. 하정우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매력과 재능을 가진 친구다.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이를 주위 사람들에 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PMC: 더 벙커'를 본 뒤 게임이 하고 싶어 졌다"는 어느 감상평이 마음에 든다는 그는 "저는 게임을 안 해서 그 느낌이 뭔지 모르겠지만, 저도 작품을 볼 때 소주가 당기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 뭔가 그런 것들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보는 동안 영향을 준 작품이 됐다는 게 기쁘고 반갑더라"고 했다.



이선균은 올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영화 'PMC: 더 벙커'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 뿌듯하고 고마웠단다. 그는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고, 최근 너무나 함께 작업하고 싶던 동료와 팀을 만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단다. 집에선 아이들과 최대한 많이 놀아주려 하고 아빠 역할을 잘하려 노력하는 가장이다. 그리고 배우로선 그냥 시대에 맞게 잘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나이에 맞게 늙어가고 싶고, 그 시대를 공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속내는 이렇다. 젊은 시절에는 청춘의 시대를 대변하는 '로코물'을 했고, 최근 '나의 아저씨'는 제 나이와 시대에 맞는 40대 중반 가장의 모습을 연기했다.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은 배우로서 당연히 있지만, 나이에 맞고 시대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그러려면 잘 살아야 될 것 같다"고 웃어 보인 이선균이었다. 연륜과 여유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그 미소는 꽤 근사해보였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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