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롤러코스터'. 그 어떤 단어보다 류현진(LA다저스)의 2018년을 잘 표현한 단어다. 그만큼 류현진에게 있어 올 한 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류현진은 수술 후 재활을 거쳐 2017년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5승9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팀의 포스트시즌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류현진은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가을 축제에 참가하지 못했던 류현진은 남다른 마음가짐과 함께 2018년 준비에 나섰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동안 투심 패스트볼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커브를 개발하는 등 시즌 준비에 매진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절치부심한 류현진의 시즌 초반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류현진은 개막 후 6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고, 스프링캠프에서 연마한 패스트볼과 새 커브를 통해 타자들을 요리했다.
거칠 것 없던 류현진은 부상이라는 짙은 먹구름을 만나며 기세가 크게 꺾였다. 류현진은 지난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격했지만 2회 선두타자를 잡아낸 후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진단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수의 미국 언론은 "류현진의 사타구니 근육이 뼈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말하며 부상의 심각성을 전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류현진은 후반기 쯤 돼야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초 류현진의 복귀 시점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끝난 7월 중순 무렵으로 예상됐지만, 8월 말에서야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모두가 류현진의 몸 상태 그리고 실전 감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완벽하게 부상에서 복귀한 류현진은 날개를 단 듯 '괴물 투수'의 부활을 알렸다.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복귀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을 기록했다. 비록 이어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4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후 소화한 7경기에서 호투를 선보이며 정규시즌 최종성적 7승3패 89탈삼진 평균자책점 1.97를 마크했다. 경기 수가 적은 것은 아쉬웠지만, 류현진은 건강한 몸 상태의 자신이 얼마나 위력적인 투수인지를 증명했다.
류현진의 정규시즌 막판 호투의 기세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까지 이어졌다.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차전에서 '인간계 최강' 클레이튼 커쇼를 밀어내고 팀의 1선발 중책을 맡아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으로 무결점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의 시즌 피칭 중 가장 인상적인 경기 중 하나가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미국 언론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은 현 시점 커쇼보다 뛰어난 투수"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뒤이어 치러진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7.1이닝 7실점을, 월드시리즈에서는 한국인 투수 최초로 선발로 등판하는 영예를 맛봤으나 4.2이닝 4실점에 머물렀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무릎을 꿇으며 우승반지 역시 얻지 못했다.
다저스는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다. 퀄리파잉 오퍼란 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에 해당하는 금액의 1년 재계약을 제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새 도전과 잔류의 갈림길에 놓인 류현진은 제법 고민이 될 법도 했지만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했다.
류현진은 최근 귀국 기자회견에서 퀄리파잉 오퍼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몸 상태에 자신이 있었고,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다음 시즌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수용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류현진은 2019시즌 이후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는다. '건강한 상태의 류현진은 무서운 투수'라는 것을 올 시즌을 통해 증명한 류현진이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며 내후년 한 층 높아진 위상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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