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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종영] 메시지로 극복한 아픈 시청률
작성 : 2018년 12월 28일(금) 09:55

\'죽어도 좋아\' 강지환 백진희 인교진 류현경 박솔미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죽어도 좋아'가 유의미한 메시지로 아픈 시청률을 극복했다.

27일 오후 KBS2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극본 임서라·연출 이은진) 마지막 회에서는 이루다(백진희)가 타임 워프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찾으며 백진상(강지환)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또 백진상과 유시백(박솔미)은 한 편을 이뤄 노조를 설립하는 등 프랜차이즈 갑질을 해대던 강인한 사장(인교진)을 꺾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MW푸드 강수찬 회장(김기현)이 능력 있는 유시백을 사장 자리에 올리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는 백진상의 계획 중 일부였다. 백진상은 "강인한 사장의 비리를 밝혀줬으면 한다. 그럼 너 능력 인정받고 사장되는 거지"라며 유시백의 의심을 거뒀다. 덕분에 유시백은 백진상과 한 편이 되기로 했다.

마케팅팀 직원들의 주도 하에 MW치킨 노조설립 총회도 열렸다. 강인한 사장은 용역업체를 끌고 와 회의장에 들이닥쳤지만, 직원들 버텨냈다. 유시백은 CCTV를 증거로 들며 "노조설립을 막는 게 알려지면 MW치킨은 어떻게 될까"라고 응수했다.

최민주(류현경)는 "사장님이 없어도 회장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회사는 없다"며 맞는 말로 당차게 맞섰다.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장 개인이 아닌 직원 모두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에 다른 직원들도 용기를 얻어 목소리를 더했다. MW푸드 회장도 동요했다. 이후 유시백은 MW치킨의 대표가 됐고, 백진상은 본부장의 자리에 올랐다. 백진상과 이루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사이로 거듭났다.

'죽어도 좋아'는 안하무인 상사 백진상 팀장과 그를 개과천선 시키려는 이루다 대리의 격전기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악덕 상사는 정의감 넘치는 부하직원의 부단한 노력에 개과천선했고, 결국 정의가 승리했다. 이는 현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동화 같은 전개이자, 결말이다. 현실 속 대부분의 부하 직원은 상사의 갑질을 감내하며 살아갈 테고, 회사에서 인정받던 상사가 정의를 위해 노조 편에 섰을 리도 만무하다.

때문에 '죽어도 좋아'는 갱생의 도구로 판타지 요소 가득한 타임워프 능력을 가미했다. 극초반 백진상의 갑질 행태에 이루다가 저주를 내리자, 실제로 그가 죽음을 맞았다. 이후 이루다는 그를 살리기 위해 타임워프를 통해 반복해 상황을 바꿨다. 백진상이 역지사지를 느끼도록 상황을 한 끗 다르게 연출하거나, 충격요법으로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결국 악덕 상사는 좋은 상사로 변해갔고, 우리 사회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죽어도 좋아'에 투영된 갑질 행태는 현실과 가까워 더욱 아팠다. 면접장에서 지원자에게 향하는 폭언, 성희롱 문제에 있어 행해지는 남녀 역차별, 워킹맘을 꺼리는 회사, 노조를 묵살하는 행위, 보복성 인사 등 매회 다양한 갈래로 그려졌다.

풀이과정은 판타지에 코믹이 더해져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였다. 백진상을 연기한 강지환은 원맨쇼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슬랩스틱으로 코믹 연기를 펼쳤다. 홀로 비밀을 안고서 고군분투하는 이루다 대리 역의 백진희 역시 과장된 몸짓으로 코믹 호흡을 맞췄다.

'죽어도 좋아'를 보는 시청자는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상상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더불어 현실 속 이루다에 가까운 이들은 대리 만족했으며, 우리 주변 백진상들은 스스로를 돌아봤다. 아픈 현실을 무거운 정극으로 그려 꼬집기보다는 시청자 위로에 초점을 맞춰 가벼운 활극으로 극복한 덕분이다.

아쉽게도 성적은 부진했다. '죽어도 좋아'는 첫회 시청률 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시작으로 쭉 2%대에 머무르며 KBS 드라마국의 부진을 끊지는 못했지만, 담아낸 메시지가 충실했고, 연출 의도가 성실했다. 타임 워프를 소재로 코믹과 잘 버무린 샐러리맨들의 참극, 저조한 시청률로만 작품을 재단해서는 안될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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