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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할리우드 필적하는 극강 생존 액션 [무비뷰]
작성 : 2018년 12월 26일(수) 10:49

'PMC: 더 벙커' 리뷰 / 사진=영화 'PMC: 더벙커' 스틸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할리우드에 견줄만한 비주얼이다.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더 벙커(제작 퍼펙트스톰필름)'는 명료한 주제의식, 치밀한 스토리, 호쾌한 액션감, 감각적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여유롭게 밸런스를 맞추며 더욱 막강하게 진화된 감독의 역량과 세계관을 입증한다.

영화는 시각 분할 프레임의 오프닝부터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게 흐른다. 현재의 상황을 빠르게 설명하고, 미션을 지령하는 자와 수령받는 자가 나온다. 이어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을 조종하는 플레이어로 관객을 인도한다.

때는 2024년 가상의 근 미래,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기점으로 한다. 재선에 나선 공화당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는 상태다. 재임 기간 동안 북한 프레임을 이용해 미북 정상회담 등을 시도하며 평화무드를 조성했지만, 중국의 지배력을 받는 북한의 핵 폐기는 실패했고 도리어 미국 내수시장의 붕괴만 야기됐다.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돌아섰고 코너에 몰린 미국 대통령은 선거 판세를 뒤집을 카드로 북한 고위층 인사 망명을 계획한다. 현 정부 세력인 CIA 팀장은 이 작전에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민간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 용병을 투입시킨다. 지난 6년간 함께 일하며 실패한 적 없는 집단인 데다 일이 잘못될 경우 꼬리 끊기가 확실하기 때문.

지령을 받은 에이햅(하정우)을 필두로 한 용병 집단 블랙리저드는 한반도 군사분계선 지하 비밀 벙커로 침투한다. 그러나 현장에는 펜타곤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 북한 최고 권력자, 코드명 '킹'이 있다.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리하고 탐욕적인 리더 에이햅은 타깃을 바꾼다.

자 이제 게임의 시작이다.

에이햅과 팀원들은 무모하지만 킹 생포 작전에 나선다. 예상외로 순식간에 미션을 성공하지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용병 집단이 대거로 몰려와 블랙리저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팀원은 총상을 당했고 첫 번째 선택의 기로다. 수세를 취하지만 빗발치듯 날아오는 포탄과 총격전에 당해낼 재간이 없고 에이햅은 계속해서 선택지를 택하지만, 상황은 계속해 불리하게 흘러간다. 에이햅의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미션과 상황들. 에이햅은 강대국의 이권다툼이란 미묘한 틈 사이에 얽히고설킨 비밀을 풀어나간다. 지하 벙커에서 펼쳐지는 이 지독한 생존 게임의 결말은 좀처럼 예측할 수 없다.

'PMC: 더 벙커' 리뷰 / 사진=영화 'PMC: 더 벙커' 포스터




영화는 1인칭 캠 카메라와 벙커 곳곳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는 드론 카메라 장비,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 등을 도입한 다양한 앵글로 이 지하벙커에서 펼쳐지는 고립 액션을 더욱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막강한 시각적 묘사의 힘과 더불어 사운드 또한 생경할 만큼 직접적이다. 벙커의 폭발음은 고막을 찢을 듯하다. 몹시 리얼한 현장감에 울렁이는 여파의 진동까지 전해진다. 이에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동시에 벙커 한가운데 투입돼 주인공의 감정과 액션에 직접 관여하는 듯한 체험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전략 게임을 옮겨 담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게 바로 'PMC: 더 벙커'의 묘미다. 우선 주인공의 인간적 고뇌와 심리적 갈등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극은 시종일관 전쟁 위기를 암시한다. 실질적인 전쟁의 의미도 있지만 그 은유는 도덕성이 타락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 누군가를 구하는 공생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난제를 담았다.

그렇기에 핸디캡과 트라우마를 지닌 에이햅이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은 극한에 다다른 육체적 한계보다 더 고통스럽고 불안한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각자도생을 외치고 타깃을 "사냥감"이라 부르던, 적당히 비열한 에이햅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의미가 담긴 클라이맥스 신은 뭉클한 전율과 후련한 해방감을 준다.

불쾌한 기시감이 몰려오는 미국의 정치판, 강대국의 이권 다툼에 그저 무력하게 이용당하는 씁쓸한 남북 현실은 덤이다.

김병우 감독은 전작의 흥행이 요행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말이다. 'PMC: 더 벙커'는 대단히 새롭고 신선하며 과감한 장르 액션의 신세계다.

고생 전문 배우(?) 하정우는 124분의 숨 막히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 한계를 뛰어넘는 플레이를 펼친다. 특히 영어 대사부터 액션, 전술, 컨트롤타워 역할에 탈출까지 방대한 역할 수행은 물론 미국식 슬랭과 제스처, 스카잔 점퍼와 타투까지 불량하고 거친 용병 비주얼을 완성했다. 북한의 엘리트 닥터 윤지의로 등장한 이선균은 에이햅을 각성시키는 조력자 캐릭터로 기능적 역할이 주어졌지만, 이를 뛰어넘는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인다. 그의 딱딱하면서도 감미로운 북한말 대사는 생경하면서도 몹시 매력적이다. 대미를 장식한 낙하산 신에서 하정우 이선균, 두 남자가 짓는 옅은 미소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12월 26일 개봉.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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