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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범죄도시' 이후 바뀐 것 [인터뷰]
작성 : 2018년 12월 24일(월) 00:44

윤계상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요즘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윤계상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전성기를 가져다 준 '범죄도시'는 너무 고마운 작품이라고. 실제 '범죄도시'는 흥행에 대한 그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또한 윤계상의 강렬한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킨 작품이기도 했다. "요즘 절 놀리려고 주위에서 다 장첸을 따라한다"며 반달 눈웃음을 짓는 그는 '범죄도시' 덕에 '말모이'(감독 엄유나 · 제작 더 램프) 같은 좋은 작품을 제안받을 수 있었다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로 차올랐다.

'말모이'는 일제시대 말모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1월 9일 '말모이'는 일제시대 우리 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학자들과 국민들이 우리의 말과 글을 모았던 '말모이 사건' 실화에 상상력을 입혀 만든 이야기다.

영화 '말모이' 촬영을 통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는 윤계상. 그는 "그 시절 대한민국 독립이 보이는 환경이 아니지 않았나.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끝내고 창씨개명도 어느 정도 돼 있는 상황이었다. 거리에서는 우리말이 없는 상황에 과연 이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굳건한 의지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그 깊이를 차마 헤아릴 수 없었다. 그분들 덕에 우리가 한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계상은 극 중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았다. 류정환은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토대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인물. 류정환은 일제의 압력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려는 뚝심을 지녔다.

윤계상은 "류정환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그는"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버틴 거지 싶더라. 좀 더 깊숙이 표현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돌이켰다.

류정환을 표현하는 '정도'를 잡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윤계상은 "한 번은 극중에서 원고를 빼앗기는 신을 촬영할 때 오열했다. 그 날 너무 울고 싶더라. 그런데 감정이 저 달나라 끝까지 가는 거다. 자제가 안 되더라. 해진이 형이 뒤에 계셨는데 날 위로해주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했는데도 감정이 선을 넘어가더라"고 털어놨다.

윤계상은 "촬영하면서 배우가 오열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번엔 정말 죽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윤계상 영화 '말모이' 스틸 / 사진=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의 디렉팅으로 조금씩 중심을 잡아갔다는 윤계상. 그는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감정을 뺀 것이다. 보통 폭력성이나 잔인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나. 그 깊이를 증폭시키는 건 감추는 거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관객이) 정한이가 힘들 거다,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표현도 자제할까 싶은 마음이 들게끔 감추고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윤계상은 지난 2015년 영화 '소수의견' 이후 '말모이'를 통해 유해진과 다시 만났다. 이날 윤계상은 "'소수의견' 때 (유해진) 형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다. 계상아 창피해하지 말라더라. 카메라 앞에서 여러 시도를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더라. 그 말 때문에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윤계상은 '소수의견' 때보다도 '말모이' 촬영을 통해 유해진과 더 가까워졌다고. 촬영이 끝나면 소주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기 때문이란다. 윤계상은 "예전에는 맥주 한 잔 마시면 집으로 갔다. 그런데 '범죄도시'가 잘 되고 나니까 축하주를 우리끼리 많이 마셨다. '우리는 중국에서 왔으니 중식을 먹어야 해' 하면서 고량주를 마셨다. 그때 주량이 확 늘었다. 그러다 보니 (유해진) 선배와도 술을 마시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계상의 변화는 단순히 주량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비해 다른 사람들과 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그다.

윤계상 / 사진=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윤계상은 "영화 흥행이 계속 부진했을 때 너무 우울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시간이 정말 너무 소중한 것 같다. 그 시간을 통해 다른 시선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열심히만 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줄 알았다. 너무 좁은 시선이었다. 힘들면 다른 사람들에게 손 내밀면 되는데, 결국에는 호흡이고 어우러짐인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흥행 부진으로 슬럼프를 겪던 그는 그렇게 자기반성을 하며 시야가 넓어졌다. 이후 2017년 '범죄도시'가 누적관객수 688만 명을 모으고 사랑을 받으면서 그는 배우 인생 제2막을 열게 됐다.

그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폭력조직 두목 장첸을 연기했다. 악역으로도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준 그는 제6회 한국영화배우협회 스타의밤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인기스타상을 받은 데 이어 제9회 올해의영화상에서 올해의 발견상을, 제 1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JIMFF STAR상을 받았다.

윤게상은 "'범죄도시'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범죄도시' 이후로 시나리오가 아주 많이 들어온다기보다는 역할이나 장르가 다양하게 들어온다. 예전에는 착한 역할 위주였다면 지금은 악역도 많이 들어오고 호러물도 들어온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우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텐데 하고. 그만큼 촬영 기간이 짧은 작품을 찍을 땐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범죄도시'가 있기에 4개월 이상 촬영한 '말모이' 같은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미소 지었다.

"진정성 있는 배우라는 말이 질리기도 하는데 참 좋아요. 저를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요. 간혹 의견이 대중과 맞지 않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꿋꿋하게 가고 싶어요. 과녁을 10점 짜리만 계속 맞추는 사람보다 빵점을 맞추더라도 온 힘을 다해 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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