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독립 영화 '폭력의 씨앗'에서 폭력에 점차 물들어가는 군인 주용을 서늘하게 연기한 이가섭. 그는 이 영화로 '2018 대한민국 베스트 스타상', 제55회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는 등 시상식을 휩쓸며 올해의 괴물 신인으로 떠올랐다.
'폭력의 시작'에 이은 차기작은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 · 제작 영화사 피어나)이다. 지난 5일 개봉한 '도어락'은 원룸에 타인이 숨어 산다는 오싹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다. '도어락'에서 이가섭은 경민(공효진)이 사는 원룸 경비원 한동훈 역을 맡았다. 한동훈은 극 중 중요한 사건의 키를 쥔 인물.
이가섭은 "내가 인지도가 높은 배우도 아닌데 ('도어락'에) 캐스팅이 됐다. 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을 것이다. 왜 나를 캐스팅하셨냐고 물어보진 않았다. 아마 오디션에서 열심히 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역할이 아니다 보니 부담이 많이 됐다. 긴장한 게 다른 분들이 보기에도 티가 많이 났나 보다. 제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어서 죄송했는데 현장에서 (공)효진 선배님, (조)복래 선배님을 비롯해 선배님들이 제 긴장을 풀어 주시려 많이 도와주셨다. 무거운 부담감에서 좋은 긴장감으로 넘어간 것 같다. 워낙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셨으니 그 속에 녹아들기만 하면 그래도 못 하진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되짚었다.
시나리오와 현장이 주는 힘도 있었다는 그다. 그는 "현장에서 조명, 장소가 주는 에너지가 있었다. 제가 뭘 하지 않아도 장소에서 주는 힘이 대단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는 "감독님께서도 디렉팅보다는 편하게 해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가 나오지 않나. 매 순간 그런 연기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어락'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도어락'이라는 오브젝트 자체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도어락'을 통해서 낯선 인물이 내 방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쉴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차가워지는 공간이 되고, 완전하지 못한 공간이 되지 않나. 현실공감적 이야기인 것 같다"고 평했다.
"저는 이가섭의 삶을 살고 있고 캐릭터의 삶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한 뒤 후유증이 오래가는 편은 아니에요."
평소 이가섭은 내성적인 편이라고.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이것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지 생각해볼 정도로 신중하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대학교 때부터 꼬박꼬박 쓸 정도로 성실파이기도 하다. 최근 산 2019년 1월 1일 공란에는 '부족한 점을 채우는 한 해가 되자'고 적었다.
이가섭은 데뷔 전 프로바둑기사를 11년간 준비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4월, 돌연 진로를 연기자로 바꿨다. 이가섭은 "바둑도 내적으로 표현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더 외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그렇지 않나. 손짓,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자기 진로를 바꾸면 막막했을 법도 한데 그는 단지 새롭고 재미있는 걸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가섭은 "군대에서 진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연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재미를 한창 느끼던 참에 군대에 가니까 빨리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되짚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두려움 없이 걸어온 이가섭에게 2018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우선 주인공을 한 첫 장편 영화 '폭력의 씨앗'으로 제55회 대종상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또 첫 상업 영화 '도어락'에 출연했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니나 내나'에서는 3남매 중 막내 역으로 '폭력의 씨앗', '도어락'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배우로서 이가섭의 꿈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눈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본 그의 눈도 많은 감정이 담긴 듯 오묘했다.
"평소 눈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것을 볼 때 눈이 달라지지 않나요. 더 많이 보고 느껴야겠다 싶어요. 그러면 언젠가는 눈의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이 담긴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준비된 배우가 되면 많은 감독님들이 찾아주실 거라 믿어요."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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