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극장판 짱구가 돌아왔다. 이번엔 쿵후를 마스터했다. 이보다 더 깜찍한 무림 고수가 또 어디 있을까.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아뵤! 쿵후 보이즈~라면대란~'(감독 타카하시 와타루)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블랙판다 라면 일당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짱구와 떡잎마을 방범대 친구들이 전설의 쿵후 말랑말랑권을 터득하는 과정을 그린 쿵후 블록버스터다.
이번 시리즈는 '쿵후'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차이나타운의 정취가 가득하다. 떡잎마을에 있는 아이야 타운은 중국에서 건너와 터를 잡은 중국 상인들이 시장 상권을 형성한 시끌벅적하고 정겨운 곳이다.
그러나 이 곳의 평화를 침범하는 블랙판다 라면 업체의 횡포는 나날이 심해진다. 아이야 타운을 시작으로 떡잎마을까지 잠식한 블랙판다 라면의 정체는 먹기만 하면 인간 본성이 점점 난폭해지는 끔찍한 음식이며,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 전체가 중독증상을 보이고 서로 시비를 걸고 난동을 피우는 지경에 이른다.
이를 막으려던 아이야 타운의 쿵후 사부는 도리어 블랙판다 라면 사장 돈빵빵으로부터 변을 당하고, 결국 아이야 타운 사람들은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가기에 이른다. 떡잎마을 방범대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쿵후 사부와 쿵후 소녀 란의 가르침을 받아 전설의 쿵후 '말랑말랑권'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정의감에 똘똘 뭉친 사랑스러운 다섯 꼬마, 짱구 철수 훈이 맹구 유리가 각종 쿵후 기술을 터득하며 무술에 연마하는 모습은 몹시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음악과 어우러진 무술 수련 과정은 마치 80년대 무협영화 '취권' 시리즈를 연상케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9가지 기술을 터득한 뒤 마지막 전설의 신공을 터득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과정은 로드 무비 형태로 펼쳐진다. 광활한 협곡의 대자연은 신비에 가까운 중국의 절경을 고스란히 옮겨 담으며 이국적인 색채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이토록 험하고 가파른 산세를 거쳐 도달한 신비의 동굴에서 만나는 독특한 판타지 캐릭터 역시 볼거리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아뵤! 쿵후보이즈' / 사진=영화 스틸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악당에 희생당하고 현재의 실력으로 그들을 상대하기 역부족이기에 이같은 수련 과정을 거치며 복수에 대한 기대를 높인 후, 마지막으로 악당들을 찾아내 이를 물리치는 과정. 이는 충실한 복수극 플롯을 따른다.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악당들에 맞서는, 정의로운 다섯 꼬마의 순수함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번 더 본질에 대한 비틀기를 하며 새로운 자극을 준다. 거대 시스템의 파괴와 절대 악의 처단이라는 일차원적인 접근에서 그치지 않고,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놓은 것. 그렇기에 마을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엄격하게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도리어 고립되어가는 쿵후 소녀 란에게 짱구가 건네는 희망찬 해결책은 사랑스러움을 넘어 훈훈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동안의 짱구 시리즈가 매번 성인들에게도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짱구와 친구들의 기상천외한 쿵후 권법도 볼거리지만, 대미를 수놓는 마을 사람들의 단체 군무 역시 시선을 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시끌벅적한 모험을 마친 짱구네 가족의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은 한결같은 안도감을 준다. 12월 19일 개봉.
한예지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