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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암울한 시대상, 백색 황금 가루에 녹여낸 감독의 영리함 [종합]
작성 : 2018년 12월 14일(금) 17:34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마약왕'이 베일을 벗었다.

14일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 언론시사회에는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조정석 김소진 배두나 김대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내부자들'로 정치 깡패와 검사, 대한민국의 검은 언론과 정치판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리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우민호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1970년대 실존했던 인물들, 마약 사건을 접했다. 대한민국에 진짜 마약왕이 있었고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됐고 아이러니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자료 조사를 하니 어떻게 보면 그 시대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블랙코미디 같은 화법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인공 마약왕 이두삼에 대해 "소시민에서 마약왕이 되고 그 후 몰락하는 인물을 담았기에 변화무쌍했다. 그래서 영화의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배우들을 믿고 찍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내부자들'과는 달리 블랙 코미디 성향이 강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이 기생해 살아가는 절대권력을 향한 검사의 응징'이란 결은 같다. 이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실제로 그런 검사들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묵묵하게 일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영화에서 그렇게 그렸다. '내부자들' 때도 마찬가지다. 큰 벽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그 벽을 부수고 다가가는 분이 있다고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은 오래 찍었지만 즐거웠다. '마약왕'으로 성공하기까지의 이두삼 삶은 신나는 부분도 있지만, 몰락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봐주신다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강호는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았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다른 인물이었고, 가공된 인물이지만 드라마틱한 삶을 산 실존인물이란 점에서 이두삼에 끌렸다고 했다. 그는 "삶의 흥망성쇠, 인물의 드라마틱함에 호기심이 갔다"고 밝혔다.

또한 이두삼의 몰락 과정에 대해 설명하다, 그가 입은 파격 의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맨살에 걸친 모피코트 패션에 대해 "팬티가 사각인데 흰색이어서 민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두삼이란 인물의 파괴되어가는 영혼이랄까, 그런 것들이 리얼하게 전달될 것 같아 입었다"며 "어찌됐건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처음 그런 의상 입어봤다"고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그는 '마약왕'을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전했다. 송강호는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각기 다른 메시지를 받겠지만 마약이란 건 어마어마한 사회 악의 존재인데 이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디든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엔딩의 느낌도 마무리가 되고 종료가 된단 느낌보다는 어떻게든 알 수 없지만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가볍지 않은 엔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로비스트 김정아로 출연한 배두나 또한 이야기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서사가 탄탄하고 이두삼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저희 세대에서 70년대를 알 수 있단 점이 끌렸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괴물' 이후 송강호와 함께 연기를 하게 돼 기뻤다고 전했다.

'마약왕'은 평범한 밀수꾼이 권력과 돈을 위해 폭주하는 마약왕이 되기까지 오롯이 한 사람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다. 열 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팔자 고친다는 한탕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나와 가족의 안위와 나라를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워 자신을 합리화하는 마약왕 이두삼의 여정과 몰락의 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는 마약으로 백색 황금 시대를 누렸던 이들의 화려하고 부질없는 삶을 통해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 암울했던 시대의 이면을 영리하게 담아낸다. 12월 19일 개봉.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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