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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감독 "'스윙키즈', 딱히 안 될 이유 없는 영화" [인터뷰]
작성 : 2018년 12월 14일(금) 04:12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까지 연이어 히트작을 낸 강형철 감독. 이번에도 그는 "잘 될 것 같다. 딱히 안 될 이유가 없다"며 흥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로 영화 '스윙키즈'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묻어나는 말이었다.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1951년 다인종이 수용됐던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전쟁과 이념의 시대에 '춤'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 춤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는 강 감독은 뮤지컬 '로기수'를 보고 '스윙키즈'를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한국의 이념과 새터민들, 남북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관심이 있었다. 또 음악을 좋아해서 신나는 춤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장훈 감독이 뮤지컬 '로기수'를 추천해줘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스윙키즈'의 장르를 '전쟁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위 전쟁 영화는 전쟁터를 다루기도 하고 전우애를 다루기도 하는데 공통점으로는 반전이 있다는 것"이라며 "'스윙키즈'도 마찬가지로 화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줌에 있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필요했다. 스윙키즈 단원들이 사랑스럽지 않나. 그런데 사실 전쟁이라는 것을 수치로 봤을 때 어마 무시하다. 남의 불행에는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사랑스럽다고 표현한 '스윙키즈' 속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 댄스팀 스윙키즈를 결성해 탭댄스를 추며 하나가 된다. 스윙키즈 단원 5명은 국적, 언어, 이념, 성별 등이 다르다. 그들은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룬다. 강 감독은 캐스팅 단계에서도 이를 염두에 뒀다고. 그는 "한 명 한 명 매칭이 너무 잘 됐다고 생각했다. 5명이 모두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가 이념, 성별, 언어 등이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있었던 곳이지 않았나. 그곳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춤이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했을 때 저 배우들이 각기 다른 캐릭터라는 면에서 매칭이 매우 뛰어났다"고 흡족해했다.

제일 먼저 강 감독은 '스윙키즈'에서 탭댄스에 빠진 전쟁 포로이자 불꽃 남자 로기수 역을 맡은 그룹 엑소 출신 배우 도경수(디오)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도경수는 소년과 청년 사이의 모습으로 10대인지 20대인지 모를 얼굴을 가졌다. 또 눈빛이 좋은 남자 배우, 춤을 잘 추는 남자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도경수를 보자마자 로기수였다. 그냥 로기수 100%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스윙키즈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양판래를 연기한 배우 박혜수를 '단단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양판래 캐릭터가 단단하다. 댄스단에 합류하는 것도 쟁취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배우 자체가 단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혜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의 길까지 걷게 되지 않았나.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아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멋진 친구"라고 말했다.

아내와의 재회를 꿈꾸는 로맨틱한 남자 강병삼으로 분한 배우 오정세와 강 감독은 '타짜-신의 손'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강 감독은 "오정세는 '타짜-신의 손' 이후로 친해졌다. 평소에 유머러스한 화법을 좋아하는데 오정세는 걸어가기만 해도 재밌는 사람이다. 강병삼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 친한 친구인 오정세가 마침 배우를 하고 있더라"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강 감독은 박보영, 강소라, 천우희 등 굵직한 신인들을 발굴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스윙키즈'에는 낯설지만 신선하고 임팩트 강한 신인이 등장한다. 바로 중공군 포로 샤오팡 역의 김민호다. 강 감독은 "샤오팡 같은 역할은 사람들이 모르는 배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또 '진짜 중국인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여야 영화에 몰입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기성 배우들 중에서는 그런 분을 못 찾았다. 신인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 캐스팅이었다"며 "제가 그동안 신인 배우들과 작업을 했는데 잘 된 것은 많은 좋은 배우들이 아직 기회를 못찾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사진=NEW 제공


'스윙키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주를 이뤄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강 감독은 영화에 쓰인 음악은 장면을 위해 음악을 찾은 것이 아니라 그 음악으로부터 장면이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모던 러브'를 듣다가 억눌린 자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답답한 것을 뚫고 나가버리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중에 쓸 일이 있으면 그런 장면과 함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예를 들었다.

또 '스윙키즈'의 음악에는 팝송이 주를 이루지만 딱 두 곡이 한국곡이다. 가수 정수라의 '환희'와 가수 리타김의 '하바나길라'가 그 두 곡이다. 강 감독은 "'환희'를 쓴 장면은 청춘의 오글거림을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비틀스 곡까지 썼었는데 우연치 않게 '환희'를 듣고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콘티를 넣다 보니 박자도 딱 맞아떨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바나길라'를 쓴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못 찾아 불면증이 맴돌았다며 "그 시절에 겨우 자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피아노로 급하게 음을 쳤다. 그리고 음악 감독한테 허겁지겁 새벽에 이 음을 가진 노래를 찾아달라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에 더해 '스윙키즈' 엔딩에 나오는 비틀스의 '프리 에스 어 버드(Free As A Bird)'는 이례적으로 영화에 비틀스 노래의 원곡 사용이 승인이 된 것이라고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강 감독은 "대학 때부터 꼭 비틀스 노래는 써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쓰는 게 불가능한지 몰랐다. 그래서 나중에 데뷔하면 엔딩곡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체를 아울러 주는 포근함이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제를 전달하기에 잘 맞았다. 그래서 음악감독님에게 몇 년간 졸랐다. 비틀스 측에서 영화 메시지가 좋았기 때문에 곡과 부합한다고 여겨 말도 안 되게 허락을 해줬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감독은 '스윙키즈'는 엔딩 크레딧까지 봐야 영화의 완성이 되는 것이라며 관객들이 빨리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엔딩 크레딧까지 관람해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이번 엔딩 크레딧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 그것도 영화의 한 장면이다. 비틀스 원곡과 어우러져 끝까지 봐야 이해를 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윙키즈'에서 강 감독이 '전쟁'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관객들에게 쉬우면서도 강렬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다분히 노력한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캐릭터 한 명 한 명부터 음악의 쓰임새, 하다못해 엔딩 크레딧까지. 단순히 가볍게 웃고 끝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스윙키즈'를 보고 난 후 느끼는 깊은 여운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승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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