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K리그가 브라질 월드컵 특수와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팀 박지성'과의 올스타전 등 축구 이벤트를 앞세워 축구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2012시즌과 2013시즌 평균 관중 1만 명에 실패하며 한 동안 침체기를 겼었던 K리그는 최근 흥행 열기를 끌어올리며 2011시즌(1만 709명) 이후 3년 만에 경기당 평균 관중 수 1만 명에 도전한다.
5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9라운드까지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8057명으로 2012, 2013시즌의 각각 6767명과 7656명을 뛰어넘는 수치를 보였다.
우선 '월드컵 특수'가 축구붐을 일으켰다. 브라질 월드컵 전 경기당 평균 7928명의 축구팬을 불러 모은 K리그는 월드컵 이후 경기당 8316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며 흥행 열기를 끌어올렸다.
월드컵 특수에 K리그 팀들의 '더비매치' 또한 흥행에 한 몫을 했다. 지난달 12일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는 4만 6549명의 관중이 입장, 올 시즌 최다이자 역대 9위 관중을 끌어 모았다. 같은 날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또한 1만 6216명의 축구팬을 불러 모았다.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K리그지만 아쉬움도 있다. 수원(2만 44명)과 서울(1만 7633명), 포항(1만 766명) 등 K리그를 대표하는 이른바 빅클럽들만이 평균 관중 1만 명 이상을 기록 중이다. 반면에 성남FC(3984명)와 부산 아이파크(3106명), 상주 상무(3098명) 등은 평균 3000명대의 저조한 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인기 구단과 그렇지 못한 구단 사이에 간극은 존재할 수 있지만, K리그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편이다.
축구와 함께 한국 프로스포츠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야구는 그 양상이 다르다. 프로야구는 5일 경기까지 총 472만 163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최다 관중 구단은 두산베어스로 총 81만 5270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반면 가장 적은 관중 수를 기록한 구단은 NC 다이노스로 총 32만 1253명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최고와 최저 관중 수 차이는 대략 2.5배로, 최대 6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K리그보다는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K리그의 이 같은 현상에 많은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지난 달 16일 열린 포항과의 FA컵 경기에 앞서 취재진의 K리그 흥행에 대한 질문에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팬들이 와주셨다"며 "그러나 '슈퍼매치' 같은 흥행 카드가 너무 적다. 이와 같은 라이벌 매치가 K리그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 달 23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성남FC와 경남FC의 경기에 1341명의 관중이 입장, 경기장이 텅텅 비어있다.
K리그의 경쟁력 상승은 자체 경기력 보완이 가장 큰 주안점이다. 그러나 여기에 구단들의 팬들을 위한 관람 인프라 개선과 적극적인 마케팅 역시 K리그 흥행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실제로 서울과 수원 등 인기팀들의 경우 경기 내외적인 면에서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며 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 모으고 있다.
관람 인프라 개선과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은 '만원관중'으로 직결된다. 이는 지난 달 열린 '슈퍼매치'와 '캡틴' 박지성(33)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친 K리그 올스타전이 증명했다. 특히 올스타전은 궂은 날씨에도 무려 5만 113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2)이 이끈 레버쿠젠과의 친선경기에서도 4만 7794명이 입장했다.
다만 최근 아쉬운 사례도 있었다. 6일 울산과 K리그 19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서울은 9일과 10일로 예정돼 있는 대형 콘서트를 이유로 울산전 일부 관중석 입장을 불허했다. 이에 최용수 감독은 "이것이 한국 축구의 슬픈 현실이다. 서울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것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축구팬들은 서울과 서울시설공단 등에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고, 서울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문화행사로 인하여 관람상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팬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서울 팬여러분의 권리를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당 구단은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K리그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였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충분히 드는 상황이다.
대형 공연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이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문화공연을 축구장에서 치르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수개월 전에 정해진 K리그 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축구팬들의 권리를 빼앗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K리그의 각 구단들은 2012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프로야구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한 차례 부침이 있었던 일조차 거울삼아 팬들을 위한 서비스 마련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 어떻게 하면 축구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더 큰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꾸준히 경기당 평균 관중 수 1만 명을 돌파했던 K리그가 최근 2년 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라진 관람 환경에 축구팬들은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장에 독일 분데스리가(4만 3502명)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3만 4600명)를 바랄 순 없다. K리그의 우선 목표는 평균 1만 관중 회복이다.
오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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