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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내 뒤에 테리우스'로 입증한 단단함 [인터뷰]
작성 : 2018년 11월 22일(목) 03:36

정인선 / 사진=씨제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60분 내내 이야기를 나눈 정인선은 '단단한 배우'라고 느껴졌다. 작품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 캐릭터를 연구하는 철저한 준비성,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겸손함까지 겉과 속이 꽉 차있는 배우 그 자체였다.

어느덧 데뷔 22년 차가 된 정인선에게 2018년은 배우 인생의 황금기가 됐다. 올 초부터 정인선은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연출 이창민)를 통해 싱글맘 역할로 사랑을 받더니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극본 오지영·연출 박상훈)에서는 쌍둥이 엄마 역할을 찰떡까지 소화해내며 올해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MBC의 무너진 시청률 자존심을 단숨에 회복시킨 '내 뒤에 테리우스'였다. 정인선은 "큰 작품이었는데 사랑을 많이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과분하다고 느끼는 상태"라며 작품을 끝낸 소회를 전했다.

해당 작품으로 정인선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방송 내내 연기 호평을 받으며 '정인선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감이 없던 상태였다고. 그는 "저번 작품에서 호평을 받아서 이번 작품이 크게 깎이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욕도 먹고, 혼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호평을 받아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첫 목표를 "나를 선택해주신 분들이 피해 보지 않게 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목표는 첫 방송에서 이뤄냈다. 그는 "큰 작품에 큰 역할을 맡은 것이 처음이다. 정말 걱정을 많이 하고, 압박감, 부담감이 셌는데 첫 방송 호평을 받고 허락을 받은 느낌이었다. 지금부터 16부작 이어가도 되겠다는 안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첫 목표를 이루고 나자, 더 많은 숙제들이 남아 있었다. 정인선이 맡은 고애린 역은 6년 차 프로 쌍둥이 엄마이자 프로 아내, 그리고 경력 단절 여성이었기 때문에 표현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웠고 큰 과제였다. 제 상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제가 살아보지 않으면 제가 만드는 게 제 업이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지점들이라는 게 차원이 다른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준비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몸으로 뛰면서 준비했어요. 일부러 플레이 카페 같은 데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주변 테이블 어머님들의 대화도 듣고, 결혼 생활하는 친구 얘기도 들었어요. 또 김여진 선배님 아들을 태권도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기도 했고, 선배님이 동네분들을 소개해주셔서 다과를 즐기면서 대화도 나눴어요. 그런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정인선 / 사진=씨제스 제공


또 정인선은 연달아 두 작품에서 엄마 역할을 맡았다. 아직 20대 미혼인 배우가 엄마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데 고민도 있었을 터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그런 문제에 전혀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손해될 부분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제가 역할의 한계를 느끼고 엄마 역할만 하게 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다양한 캐릭터 중에 엄마를 만난 것뿐이고, 저번 작품과 이번 작품의 엄마가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고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두 작품 캐릭터와 차별성 있는 역할이라면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걱정되는 건 보시는 분들의 인식이다. '엄마가 아닌 게 어색해'라고 하면 제가 앞으로 깨나가야 할 일이다. 아직 제게 남은 인생은 길다. 남은 인생 동안 엄마 역할만 맡고 싶어도 못할 것"이라고 진중하게 말했다.

더불어 정인선은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소지섭이라는 큰 배우를 상대역으로 만났다. 사실 그는 캐스팅 단계부터 소지섭 상대역으로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받았다. 그는 그런 우려들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캐스팅해준 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제가 지섭 오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건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저조차도 납득이 안 됐다"며 "상대역이라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었고, 그러기 전에 '나라는 사람을 왜 애린이로 선택해주셨을까'를 자꾸 확대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애린이를 더 들여다보고 느꼈다. '정인선'이라면 지섭 오빠 옆에 5개월 동안 못 서 있었을 거다. '고애린'이라서 가능했던 거다. 그래서 미련 없이 고애린에 빠져서 연기했다.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세계에서 충분히 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저만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오빠 옆에 설 수 있겠다는 조금의 자신감을 갖고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온전히 고애린에 집중했던 정인선은 모든 공을 주변인들에게 돌렸다. 그는 "시작할 때는 애린이라는 인물이 저 높이 있는 거라서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서 제가 마음껏 해도 되게 많이 열어주셨다. 오히려 감독님, 작가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이 너무 열어주셔서 첫방하기 전에는 불안했다. 뭔가 따끔한 피드백이 없어서 제가 뭘 잘하고, 못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 차라리 날 혼내줬으면 싶었다. 지섭 오빠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맞춰주시고 열어주셨다"며 꽤나 겸손한 답을 내놨다. 또 그는 "첫 방송을 보고 그런 피드백을 시청자분들이 많이 주셨고, 애린이는 도달하는 게 아니라 살을 붙여가며 한 가운데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배우로서 고민한 모습을 드러냈다.

정인선 / 사진=씨제스 제공


그런가 하면 정인선은 아역 시절 '순풍산부인과' '매직키드 마수리' '살인의 추억' 등 숱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아역 이미지는 때로는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되려 약점이 될 수도 있는 터라 많은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우로 넘어가며 많은 고민을 거친다. 정인선은 이런 문제에서도 담담했다. 그는 "이 부분은 평생 이 일을 하려면 떼어놓을 수 없고 앞으로도 따라올 거다. 저는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다음에도 잘 해내면 그런 부분을 잘 바라봐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뚝심 있는 태도로 연기를 대한 정인선은 올해 확실히 20대 대표 여배우로 거듭났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수혜자'라는 말을 현장에서도 많이 듣고 주변에서도 많이 해줬다. 이제는 제 이름 앞에 '폭풍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없더라. 저번 작품부터는 조금 따라오는 거였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사라지고 '잘 안착했다'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제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한결같이 듣고 싶은 말이 '이 역할에 얘가 아니면 안 된다'였어요. 이번에 이 말을 처음 들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매 작품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추승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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