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현민 기자] 또 하나의 '마동석표' 액션 영화가 찾아온다. '범죄도시'로 흥행을 맛본 배우 마동석이 '성난황소'를 통해 흥행 액션 배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할지 주목받고 있다.
22일 개봉된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제작 BA엔터테인먼트)는 한 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이 수산물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중 정체불명의 납치범 기태(김성오)에게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액션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오락물이다. 스토리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주변 설정일 뿐이다. '아내가 납치되고 남편이 구한다.' 이게 전부다. 관객에게 액션적 쾌감과 재미를 선사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목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최근 마동석 주연작이 동시기 연달아 개봉한데다 모두 흥행 성적이 부진했기에 이미지 소모가 컸던 건 사실이다. 이에 영화를 보기도 전에 '또 마동석이냐'며 식상해할 수 있지만 직접 감상하고 나면 그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마동석의 액션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마동석은 묵직한 주먹으로 상대를 한 방에 나가떨어지게 하는 시원한 액션을 많이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예상 가능한 장면은 또 등장한다. 하지만 마동석은 그 속에서도 계속해서 변주와 발전하는 액션을 만들어왔다. 예를 들어 '부산행'에서는 떼거지로 몰려오는 좀비들을 한 방에 쓸어내듯이 날려버리는 타격을, '범죄도시'에서는 적들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타격 방식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적들을 던지거나 쳐서 주변 사물을 뚫는 데 액션의 초점을 맞췄다. '성난황소'라는 제목에 걸맞는 묘사다. 극 중 동철은 주먹으로 문을 뚫어 잠긴 문고리를 풀거나 상대를 들어 올려 천장을 뚫는 등 시원한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마동석과 대척을 이루는 악역 김성오 역시 잇따른 악역 이미지로 인한 소모도가 있지만, '성난황소'는 전형적인 악인 묘사를 벗어난 캐릭터 접근법으로 신선함을 준다. 앞서 김성오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악역 연기를 달걀에 비유한 바 있다. 같은 달걀로도 프라이를 만들 수도 있고 찜을 해 먹을 수도 있다고. 실제 '성난황소'에서 김성오가 연기한 기태는 유쾌하다. 물론 기태가 하는 행동은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며 파렴치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항상 밝고 말투는 능글맞은 가운데 제스처는 절제돼 있어 보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조연들의 호연에 있다. 박지환과 김민재는 각자 동철의 후배 춘식, 흥신소를 운영하는 곰사장 역을 맡아 극 중 지수를 구출하기 위해 동철을 무조건적으로 돕는다. 이들은 주로 슬랩스틱 코미디나 엉뚱한 행동, 분장 등 단순한 코드로 웃음을 선사하는데 능청스럽고 유려한 연기가 식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두 사람이 내내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우울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연출을 맡은 김민호 감독은 영화에서 납치범이 납치를 한 뒤 피해자 가족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다는 특이한 설정을 통해 '큰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의 순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동석이 분노의 액션을 펼치는 근원에는 아내를 지키고자 하는 절실함과 애틋함이 있다. 거침없는 액션과 강렬한 순정의 조화다.
배우들의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드는 연기 조화, 뻔할 줄 알았으나 신선한 액션에 감탄하게 만드는 영화 '성난황소'다.
김현민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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