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래퍼 마이크로닷 소속사가 부모의 사기 혐의 피소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지만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여론이 뒤바뀌고 있다.
19일 온라인 상에는 '마이크로닷 부모님 사기설'이라는 글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20년 전 충북 제천에서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수억 원의 사기를 치고 뉴질랜드로 야반도주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마이크로닷은 1993년 제천에서 태어났고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지며 설에 힘을 실었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관련 글이 계속해서 확산되자 마이크로닷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며 강경 대응할 것임을 알렸다. 소속사는 "본인에게 해당 내용이 다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 명예훼손 등 저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논란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피해자의 인터뷰가 나오고 고소 확인서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20년 전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7년 5월 경 친척, 동네 이웃, 친구, 동창 등 지인 10여 명에게 수억 원 대 돈을 빌리고 잠적한 혐의로 경찰에 피소됐다.
사기 피해자라 주장하는 A 씨는 매체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닷의 부친이 축협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며 여러 사람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 6~7억원 가량의 돈을 대출 받은 후 1998년 5월 야반도주했다. 당시 키우던 젖소까지 모두 팔아 현금화한 후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A 씨는 "IMF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 사기를 당해 20년 동안 빚을 갚느라 고생했다. 현재 신용불량자가 됐으며, 담도암으로 투병 중이다. 그 아들이 방송에 나와 '우리 가정이 피해자다'라고 말하며 이날도 과거 사기 문제가 불거지자 '사실무근, 법적 대응'이라고 말하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한 A 씨의 딸은 "현재까지 제천경찰서와 '기소중지'로 계류 중인 사안"이라며 "마이크로닷 형인 산체스의 SNS에 피해 사실을 쓴 댓글을 달았는데 삭제했더라. 마이크로닷 역시 내 계정을 차단한 것으로 보아 형제가 예전부터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다. '사실무근' '우리가 피해자' '법적 대응하겠다'라고 말하는 태도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등장했다. 1999년 6월 경 마이크로닷의 모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B 씨는 "당시 제천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인 2500만 원을 비롯해 곗돈을 모두 가지고 하루아침에 피의자가 잠적했다"면서 "당시 총 피해 금액이 20억 원 대에 달할 정도로 컸기 때문에 1999년 경 지상파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이 사건이 소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닷 부친의 친척인 C 씨는 7000만 원과 4700만 원 대 보증을 섰다가 마이크로닷 가족의 잠적으로 인해 1억 원 넘는 빚더미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친척이니까 지금이라도 '죽을 죄를 졌다'고 인사 한번 오면 마음이라도 풀리겠는데, 그 이후로 전화 한 통이 없다.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사기를 준비한 게 아닐까 의심이 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닷과 부모의 행적이 재조명되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지난 3월 마이크로닷이 활약 중인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에 출연했다. 앞서 마이크로닷이 부모와 영상통화하는 과정에서 이덕화에게 전화를 넘겼고, 마이크로닷 부모는 "뉴질랜드 오세요"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도시어부' 뉴질랜드 편에서 마이크로닷을 비롯한 이덕화와 이경규 등 '도시어부' 팀은 오클랜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마이크로닷 부모를 만났고, 마이크로닷 부모의 얼굴 역시 전파를 타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닷의 과거 발언도 갑론을박을 낳았다. 그는 지난 1월 '도시어부'에서 출연진과 수제비를 먹으며 "수제비를 진짜 좋아한다. 외국에서 2년 동안 수제비만 먹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덕화가 수제비를 두고 "옛날에 없는 사람들이 먹었다"고 하자 마이크로닷은 "없었으니까 그것만 먹었다"며 "처음 (뉴질랜드에) 갔을 때 2, 3년 동안 수제비만 먹었다. 돈 없어서 먹었다"고 답했다. 마이크로닷은 이어 "그렇게 어려웠냐? 아버님은 뭐 하셨냐?"는 질문에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했다. 엄청 돈 많았는데, 집 다섯 채를 한 번에 사려다가 친척한테 사기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닷은 실제 지난 2016년 '썬 블락'이라는 슈퍼비의 곡을 피처링하며 "그때 수제비만 먹다 이젠 맛집만 찾으러 다니네. 엄마는 사장됐네. 운영하기 제일 크고 핫한 한식 부페. 아빠도 사장님. 작년에 10억의 매출을 확 넘겼네"라는 가사를 담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이크로닷을 향한 여론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러나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던 소속사는 갑자기 입을 닫았다. 하루가 지난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으며 묵묵부답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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