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베이비 페이스 모델’로 유명세를 떨치던 이솜이 다양한 표정을 담아낼 줄 아는 배우로 거듭났다. 배우로 전향 후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치던 이솜의 묵묵한 열정은 조금씩 빛을 발하더니 4년만에 주연 배우로 발돋움할만큼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영화 '마담 뺑덕'으로 배우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솜은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확장하더니 지난해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걸크러시' 우수지 역으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극본 박희권·연출 표민수)'에서 이영재 역을 맡아 캐릭터의 20세, 27세, 31세를 완벽히 표현해낸 이솜은 어엿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제3의 매력'에서 이솜은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평범한 연애 이야기로 공감을 받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널뛰기 시작하면서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혼과 아이의 죽음, 약혼자가 있는 과거 연인과의 재회 등 극단적인 스토리가 시청자를 이해시키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힘들었던 건 그런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해야 했던 이솜이었다.
이솜은 "영재를 충분히 알고 이해해야 하는 저 역시 영재가 이해 안 됐던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영재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한다. 영재가 왜 준영(서강준)이와의 이별을 선택했는지, 나름의 사정이 있었는데도 왜 말을 안 했는지 이런 아픔을 왜 혼자만 가지게 됐는지 보면 이런 선택도 나중에는 이해가 되더라"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시청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와 이영재의 행동에 대해 누구보다 공감하는 건 이솜이었다. 이영재를 이해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평소와 달리 댓글을 꼼꼼히 찾아봤다는 그는 "제가 원래 댓글을 안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영재가 준영이와 헤어지는 건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대본에 나와 있는 것 외에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고, 도움이 될까 싶어서 댓글을 찾아봤다"고 전했다.
돌이키기 힘든 전개가 이어지던 '제3의 매력'은 결국 이영재와 온준영이 각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다. 이러한 전개가 최선이었을 결말에 대해 이솜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준영이의 내레이션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각자의 길을 가며 자신을 먼저 찾아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거다"라며 '지나온 고통과 괴로움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같이 느껴온 기쁨과 함께. 그래서 우리는 계속 걷고 있는 게 아닐까. 가득 차 있는 내가 되기 위해'라는 대사를 읊었다.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제3의 매력'은 시청자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됐다. 이영재와 온준영이 서로에게 느낀 '제3의 매력'처럼 이솜이 작품의 '제3의 매력'을 꼽았다. 그는 "제1의 매력은 캐릭터, 제2의 매력은 배우들, 스태프분들, 감독님이다. 제3의 매력은 그들이 직업으로서가 아닌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엔딩 내레이션에 '힘들었던 시간들은 같이 느꼈던 기쁨과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가득 차 있는 내가 되기 위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곧 우리들 이야기였던 거 같다. 배우, 스태프, 감독님도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환경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는 이솜은 모든 공을 표민수 감독과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제가 표민수 감독님께 정말 의지를 많이 했다. 편집하러 가시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을 문자로라도 물어봤다. 감독님은 항상 충분히 이해를 시켜주셨고, 그래도 모르겠는 건 '감독님 믿고 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은 항상 지치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해주셨다. 다음에도 감독님이 작품을 하자고 하신다면 저는 무조건 하고 싶다. 또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덕분에 제가 영재 캐릭터에 집중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듯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제3의 매력'에서 이솜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연기적으로도 성장했지만 사랑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사랑엔 정답이 없지만 그래도 사랑이 최고라는 걸 느꼈다"며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풋풋한 20살 연기부터 헤어 디자이너, 아이를 잃은 엄마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호평을 받은 이솜이지만 연기에 대해 자평해달라고 말하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꽤나 오랜 시간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이솜은 "제가 굉장히 냉정해서"라며 "만족을 한 적은 없다. 저 자신한테 좀 냉철하다. 100점 만점 중 점수를 매긴 적은 없다. 점수를 매기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단번에 답했다. 이어 이솜은 "또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고통과 위기를 또 하나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딛고 나아가는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제3의 매력'을 만나 특별한 한 해를 보낸 이솜. 내년이면 서른을 맞는 그에게 남은 한 달여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묻자 "지금은 일단 20대를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내년에 서른이니까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놓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책을 많이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좀 채워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30대가 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다만 나이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여 그가 보여줄 날들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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