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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보석함' 첫방] 여전한 양현석의 보석 끌어쓰기
작성 : 2018년 11월 17일(토) 05:43

'YG보석함'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수영 기자] 'YG보석함'의 뚜껑이 드디어 열렸다. 그런데 정작 보석함 안보다는 밖에서 무언가 화려하게 빛을 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온 양현석이다.

16일 밤 10시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YG보석함' 1회가 공개됐다.

'YG보석함'은 YG의 대표 그룹 빅뱅, 위너, 아이콘의 뒤를 잇는 보이 그룹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29명이 서바이벌을 펼쳐 최종 5인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앞서 YG는 'YG보석함'을 두고 22년간 쌓아온 실제 음악 제작 노하우와 내부 시스템을 공개할 것임을 밝히며 이를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 자부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공간부터 연습실에 이르기까지 YG 본사 내부와 함께 연습 과정 일부가 전파를 탔다.

그 과정에서 'YG보석함'은 쾌적한 연습 공간과 최첨단 장비들을 수차례 비추거나 자막으로 강조하며 YG를 동경의 대상으로 설정했다. 연습생들을 향해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YG는 어떤 회사냐"는 질문을 던졌고, 연습생들은 "항상 꿈에 그리던 회사였다" "YG에 들어가자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연습생들에게 투자하는 비용까지 공개하며 YG는 고액을 들여 개개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어필하기도 했다. YG의 한 직원은 최상위 7명이 모인 팀인 '트레저 A(TREASURE A)' 팀에 대해 설명하며 "잡다한 부대비용까지 하면 1인당 1억은 들어가는 것 같다"고 수치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해당 항목이 기본 식대를 시작으로 교통비, 일본어, 영어, 연기, 토론 수업과 헬스 트레이닝임을 알렸다. 회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심으려는 의도가 초반부터 거세게 전해져 불편함을 유발했다.

그간 오디션에서 놓쳤던 스타들을 언급하며 "외모를 가장 큰 평가 기준으로 두겠다"는 양현석의 태도 또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원들 앞에서 "난 이제 얼굴 볼 거다"고 말하고는 "비도 우리 회사 오디션 봤다가 떨어졌다 하고, 박보검이 제일 아깝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인재들을 안 놓치겠다"고 덧붙였다. '인재'의 기준이 결국 외모로 귀결됐다니. 대한민국 3대 기획사 수장이란 무게감을 잊은 더없이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YG보석함' / 사진=V라이브 화면 캡처



양현석이 자신만만하게 연 보석함 안에는 소위 '보석함 방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중 단연 눈에 띈 사람은 방예담이었다. 그는 지난 2012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2'(이하 'K팝스타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다. 방송 이후 YG에 들어와 어느덧 연습생 6년 차가 됐다.

'K팝스타2'를 통해 치열한 생존을 경험했고, 연습도 6년이나 했지만 여전히 연습생인 그는 또다시 양현석의 'YG보석함'에서 동료 연습생들과 경합을 하게 됐다. 방예담은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어쩌다 보니 제일 오래된 연습생이더라. 언제 데뷔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많은 'K팝스타' 출신 분들이 데뷔하는 걸 보면서 조바심이 난다"고 털어놨다.

양현석이 주목받지 못한 아이돌이나 소속사 사정으로 데뷔 못한 연습생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야심차게 론칭했던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출연했던 김준규 최현석 이병곤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4년 차 연습생인 김준규는 '믹스나인' 이후 자신감 하락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믹스나인'으로 양현석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빛나는 소년소녀를 구하라'라는 달콤한 슬로건을 내걸어 꿈을 지닌 청춘들을 끌어모았던 그는 정작 막말을 퍼부으며 연습생은 물론 타 소속사 관계자,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생채기를 냈다. 종국에는 데뷔 무산이라는 배신까지 선사했다. 이처럼 지독한 '믹스나인'이지만 양현석에게 이는 자신의 지위를 만인에 각인시켜주는 좋은 수단이 돼 버렸다.

그리고 그는 'YG보석함'에서도 어김없이 동일한 방식을 고수했다. 이번에는 외부에서 내부로 그 무대만 이동했을 뿐, 빛나는 청춘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을 비추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진정성 있게 연습생들을 돌보기보다는 자신을 위시하는데 치중한 모습이었다. 특히 'YG보석함' 말미 그는 연습생들의 월말 평가 무대에 혹평을 쏟아내며 "이 22명 중에서 5명을 뽑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겠지?"라면서 "오랜 시간 동안 숨겨왔던 애들이다"고 말하며 YG의 일본지사에서 키워온 다른 연습생 7명을 소개했다.

예고 없이 늘어난 경쟁 인원에 연습생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 양현석다운 반전이었다. 이어진 예고에서는 양현석이 연습생들에게 본격적으로 경쟁을 붙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두 명의 연습생을 선정하고는 "이제 배틀이다. 한 번 붙자"며 즐거운 듯 웃었다. 여러모로 '믹스나인'과 오버랩되는 'YG보석함'이었다.

'믹스나인'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불쾌함을 느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양현석이었다. 'YG보석함' 역시 불편한 요소는 그였다. 이쯤 되면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사실상 양현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양현석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연습생들의 꿈이 간절하고 소중한 만큼, 그 역시 자신을 화면에 내비치기에 앞서 대표 프로듀서로서 진실되게 응원을 보내는 자세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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