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흉부외과'가 답습만 반복하다 막을 내렸다. 늘 봐오던 그저 그런 내용들만 짜깁기해 적당한 성적으로 마친 것이다.
15일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극본 최수진·연출 조영광, 이하 '흉부외과')이 종영됐다. '흉부외과'는 직업적 사명과 개인으로서의 사연이 충돌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 절박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최종회에서 윤현일(정보석)과 최석한(엄기준)은 심장이식 대기자 순위를 바꿔치기했다. 1순위였던 아이 윤서(신린아)는 밀려났고, 대선후보 한민식(정두겸)이 1순위가 됐다. 이를 예상한 박태수(고수)와 윤수연(서지혜)은 심장을 빼돌려 태산병원에서 수술했다. 동료들 역시 정의감에 뜻을 모았다.
최석한도 마찬가지였다. 윤현일의 악행을 밝히고자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윤현일은 그런 최석한을 가로막고 "모든 일을 뒤집어 씌울 것"이라며 협박했다. 최석한은 이를 녹음해 박태수 윤수연에게 넘겼다. 훗날 최석한은 보육원의 다친 아이들을 돌봐주며 작은 의원에서 근무했다. 박태수는 최석한을 생각하며 응급 환자들을 가리지 않고 받으며 사명을 다했다.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지고 첨예한 대립을 펼치던 의사들은 선이 승리하고, 악이 패배하는 권선징악을 일궈냈다.
'흉부외과' 고수 엄기준 서지혜 / 사진='흉부외과' 포스터
'흉부외과'는 '의학'드라마다. 그간 '대박'으로 회자된 같은 장르의 작품은 숱하게 존재해왔다. 배우 김명민에게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분 최우수상,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안겨준 '하얀거탑'(2004),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 33.6%를 남긴 '뉴하트'(2007), 대중에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를 각인시킨 '골든타임'(2012), 미국에서 리메이크를 진행한 '굿닥터'(2013), 한석규의 진가와 양세종의 탄생을 알린 '낭만닥터 김사부'(2016), 이수연 작가의 필력을 입증한 '라이프'(2018) 등 2000년대만 추려도 걸출한 대표작들이 수두룩하다.
이렇듯 우월한 비교대상들은 '흉부외과'에겐 부담일 법했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뜻이 되니. 그러나 '흉부외과'는 이들에 비해 일궈낸 성적이 특출나지도, 과정이 대단히 빛나지도 못했다.
안타깝게도 내용은 진부했다. '흉부외과' 주인공들은 결국 정의감 넘치는 이상적 모습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정치인들은 부패했고, 악인으로만 비쳤다. 이들의 선악대립, 늘 봐오던 평면적 구도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하얀거탑'에서도 사명감 넘치는 의사들과 돈을 제1의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대립은 매회 등장했다. 직전 브라운관에서 흥행을 이끈 '라이프'와도 비교된다. '라이프'는 사명감에 민영화를 반대하는 의사들과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키우려는 협상가들의 대립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한 끗 비틀어 그려놓으니 모두 말이 되는 신념이었다. 이들의 충돌 중 맹목적 악인은 없었다. '흉부외과'는 고리타분한 답습에 대한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기술적 측면으로 볼 때도 아쉬움을 남겼다. 디테일에 힘을 줬다지만 어설펐다. '흉부외과'가 애당초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실전의학'이었다. 실제 의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집도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자부했다. 그러나 극초반 병원에 지혈제가 없었다는 점, 외부 환경과 접촉한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그대로 수술실에 복귀한 점, 의사가 명함을 돌리고 다닌다는 점 등 리얼리티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이에 '흉부외과' 측은 서른 명 이상의 자문단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세밀한 부분까지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 역시 해당 상황들에 대해 애당초 자문을 구하고 고증했으며 실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라 놀랐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종국으로 치닫을수록 의구심은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뺏기 위해 동료 의사에게 수면제를 투여하고, 의사가 원한을 품고 수술 집도를 맡은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드라마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허구의 상황들이 추가됐다. 매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말이 무색해진 것이다.
다행히도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이끌었다. 고수 엄기준 서지혜 등 주요 출연진들이 나름의 열연을 펼쳤기 때문. 하지만 이전보다 월등한 활약으로 '재발견'의 수식을 얻어낸 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신인을 발굴하지도 못했다.
결국 '흉부외과'는 앞선 작품들에 비해 모나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은 양산형 의학드라마를 찍어내는데 그쳤다. '흉부외과'의 전반적 시청률을 살펴봐도 그렇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회 6.9%로 시작해 6회 8.5%로 뛰었다. 이후 꾸준히 5~8%를 고수했으며, 16회 8.8%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메디컬 마니아들로 구성된 고정 시청층 덕분에 5% 이하의 성적은 한 회차도 없었다. 중간 언저리의 성적, 답습의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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