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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신비주의, '하이킥'도 나왔는데 왜죠?" [인터뷰]
작성 : 2018년 11월 15일(목) 23:49

이나영 / 사진=이든나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이나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신비함'이다. 조막만한 얼굴에 마주치면 움찔할 정도의 커다란 눈. 비현실적인 외모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인간미가 느껴졌다. 털털한 듯 여유로운 말투, 그 속에 온기가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릴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그는 "우리 영화 10만은 들어야 하는데…"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 · 제작 콘텐츠판다)로 6년 만에 복귀한 배우 이나영을 만났다. 21일 개봉하는 '뷰티풀 데이즈'는 아들과 조선족 남편을 중국에 두고 남한으로 온 탈북 여성(이나영)의 기구한 일생을 절제된 톤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이나영은 이전보다 한층 짙어진 감성으로 10대부터 40대까지 한 여인의 인생을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이나영에게 가장 난관이었던 것은 바로 현재인 40대 엄마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이나영은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조금 더 표현이 있었다. 아들과 이야기할 때 어깨도 밀치고 욕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엄마에게 뭘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안 어울리겠더라. 죄책감을 굳이 그렇게 많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 그런 걸 많이 걷어냈다"고 돌이켰다.

절제된 표현을 해야 했기에 이나영은 자신의 눈동자에 감정이 담겼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일명 '눈동자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단다. 이나영은 "배우들은 눈으로 해야 하는 연기가 많지 않나. 눈동자에 감정을 많이 담아내려면, 일상생활도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하는 생각도 중요할 거고…"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 이번 작품은 할 게 없지 않나. 엄마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정말 눈동자밖에 없더라"고 돌이켰다.

이나영은 "촬영하면서 조금 더 감정들이 올라왔던 신이 있었다. 그것조차 감독님이 편집하셨더라. 그만큼 (감독님이) 덤덤하게 가려하셨다. 그런데 그래도 될까, 너무 불친절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에서 보니까 그게 오히려 더 좋더라. 혹여나 앞부분에서 관객들이 갸우뚱하더라도 뒤에 사연이 나오면 관객이 이들의 사연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엔딩도 또 한 번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장면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참 좋겠다 싶었다"면서 미소 지었다.

탈북민을 향한 윤재호 감독의 애정과 뚝심이 느껴져 믿고 선택했다는 '뷰티풀 데이즈'. 탈북 여성 캐릭터 소화를 위해 그는 의상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이나영에게 매 작품마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의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매 작품 출연을 결정할 때마다 내가 어떤 옷을 입을지 궁금하다. 캐릭터가 어떤 청바지를 입는 아이인지,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그게 내가 캐릭터에 들어가는 데 중요하더라"면서 평소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자신이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사진을 찍는다고 털어놨다.

이번에는 화려함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나영은 "감독님의 (탈북 여성) 다큐를 봤다. 화려한 옷을 입고 계시더라. 비즈 박힌 청바지나 화려한 모자, 핑크색 후드티를 입고 계셨다. 제가 입으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더라"면서 화장도 더 걷어내려 했다. 입술도 손으로 색깔만 조금 주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이나영 / 사진=이든나인 제공




'뷰티풀 데이즈'가 6년만의 복귀작이 된 것은 결혼과 출산으로 공백기가 길어진 탓. "그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았냐"는 말에 그는 "공백기 좋은 영화 보면 몸이 근질거렸다"면서 "저는 모르겠는데 주위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일을 할 때 얼굴이 밝다더라"고 말했다.

현재 '뷰티풀 데이즈' 개봉을 앞둔 그는 연예계 활동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나영은 내년 방영되는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촬영 중이다. "요즘 TV 화질이 너무 좋아져서 큰일"이라며 너스레를 떤 그는 "그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대중이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덤덤히 답했다.

1998년 청바지 '잠뱅이' CF로 데뷔한 그는 20년 연예계 활동 기간 신비스러운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왜 대중은 이나영을 신비하게 볼까. 이나영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비주의를 의도한 적도 없고 실제로는 단순한 면도 많다는 그다.

이나영 / 사진=이든나인 제공



이나영은 "예전에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도 나왔는데 왜 신비주의라고 할까"라고 되묻더니 "오히려 저는 뭘 하기로 결정할 때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하이킥' 출연도 당시 홍보 중인 영화('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콘셉트와 맞아 떨어져서도 있지만 영화 '아임 낫 데어'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밥 딜런으로 변장한 걸 보고 저걸 하고 싶다고 선택한 게 그 영화였다"고 털어놨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 이나영은 남장을 하고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하이킥'에서도 이나영은 남장을 한 채 '이나봉' 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나영의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작품은 MBC '내 멋대로 해라'다. 아직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 작품에서 그는 밴드의 키보디스트 전경 역을 맡아 이나영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아직 못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저는 한땀 한땀, 그때 그때 최선을 다 한 것 같다"고 돌이키더니 "내 작품을 찾아서 본 적도 없지만 인생 캐릭터는 아직 못 만난 것 같다. 앞으로를 기대해보려고 한다"고 씩씩하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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