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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 현빈X장동건으로도 버티기 힘든 121분 [무비뷰]
작성 : 2018년 10월 22일(월) 09:42

'창궐' / 사진='창궐'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현빈과 장동건의 조합, 디테일까지 살린 야귀 분장은 블록버스터를 예감케 했다. 그러나 판을 열어보니 드러나는 아쉬운 점들은 '오락물'이라는 설명에도 쓴맛을 다셔야만 했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제작 리양필름)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서 자란 왕자 이청(현빈)이 형인 소원세자(김태훈)의 서신을 받고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하는 조선에 돌아오며 시작된다. 조선의 왕이 될 생각이 없었던 이청이 야귀와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으로부터 백성들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혈투를 펼치며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성장기를 그린다.

당초 '창궐'은 좀비도 흡혈귀도 아닌 자신들만의 '새로운 크리쳐' 야귀를 자신했다. 기대와 달리 영화 속 야귀는 우리가 알던 좀비의 형태라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으나 분장 자체는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했다. 더불어 사지가 꺾이고 이를 드러내야 하는 등 야귀를 연기한 모든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빛을 발휘했다. 이에 배우들과 제작진 또한 이들의 공을 치켜세웠다. 충직한 신하 박 종사관을 연기한 조우진은 앞선 언론시사회 당시 "저희 영화를 채워주시는 모든 야귀 분들에게 시선을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제작진은 엔딩 크레딧에서 야귀를 연기한 배우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사진을 함께 공개하며 분장한 얼굴이 아닌 이들의 진짜 얼굴을 보이고자 했다.

또 다른 화젯거리는 절친 현빈과 장동건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기대에 200% 충족하는 모습으로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먼저 현빈은 전작 '협상'(감독 이종석)에서 보여 준 악역과는 180도 다른 세자로 변신해 가벼워 보이지만 정에 약한 이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그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표정은 극중 웃음을 담당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 화려한 검술 액션도 확실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몸으로 펼치는 단순 액션이 아니라 장검과 하나 된 채 보여주는 검술 액션은 야귀떼와 더불어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반면 장동건은 악인으로 변신해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뽐냈다. 표정이 없는 탓에 그의 심리를 파악하기 힘들었고, 크게 분노하는 장면 없이도 괜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창궐' / 사진='창궐' 스틸컷



이들뿐만 아니라 주조연 급 배우들과 더 나아가 특별출연인 김태훈의 열연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정만식의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는 아쉬움을 남겼다. 극중 정만식은 이청의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키며 그를 살뜰하게 챙겨온 충신 학수 역을 맡았다. 청에서 오래 살았다는 설정 탓인지, 그의 말투 곳곳에는 어색함이 묻어났고, 익살스러운 연기는 오히려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진부한 스토리 전개 또한 실망스러웠다. 서양의 좀비물이 조선에 얹어지면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를 모았던 '창궐'이다. 하지만 야귀만 신선했을 뿐 조선시대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립 구조와 영웅 서사적 성장기는 식상했다.

허술한 서사와 개연성 또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이청은 "자신들을 구하러 온 왕"이라는 백성들의 말에 진저리 내며 '왕'이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그가 온몸을 던져 백성들을 지키고자 마음을 바꾸며 왕이 되겠다고 결심한 모습은 서사가 뒷받침되지 않으며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이청의 성장 과정이 임팩트 없이 불친절하게 그려진 데다 마음을 바꿀 만한 결정적인 계기마저 없어 그의 변화를 오롯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불어 덕희 캐릭터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이청은 장검, 대길(조달환)은 창을 드는 등 각 캐릭터마다 특징적인 무기가 있는 가운데 덕희는 활을 들었다. 하지만 극 초반과 말미를 제외하고는 왜 덕희에게 활을 들게 했는지 의구심이 생겼다. 활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반복의 반복을 통해 연습했다는 배우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극 중반 덕희가 활을 쏘는 장면은 찾기 힘들었다.

또한 악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장동건에게만 부여된 질긴 생명력이라는 '특수성'은 개연성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물이 됐으면 한다"는 김성훈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야귀를 둘러싼 진부하고 허술한 스토리는 121분의 러닝타임을 이끌고 가기엔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다.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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