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 탈북민 여성의 기구한 삶을 몽환적인 연출로 담아냈다.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탈북 여성(이나영)이 아들과 조선족 남편을 중국에 두고 떠나 남한의 술집에서 일하게 된 가운데 아들이 14년 만에 엄마를 찾으러 한국에 오게 되고 어머니의 과거를 하나 둘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앞서 윤재호 감독은 탈북민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약속' '마담 B' 등을 연출한 바 있다. 특히 '마담 B'는 '제 38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와 '제 12회취리히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많은 탈북민을 만나게 된 윤 감독은 '뷰티풀 데이즈'에서 탈북민 중에서도 인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여성'과 해체된 가족의 이야기를 집중했다. 그는 분단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뷰티풀 데이즈'가 한국 관객에게 묘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영화는 우리 민족인 '탈북민'의 이야기를 하지만 미쟝센이 우리 관객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올 여지가 있다.
우선 '뷰티풀 데이즈'에는 1990년대 홍콩, 중국 영화의 미쟝센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많다. 영화 초반과 중반, 술에 취한 이나영이 공허한 눈으로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으로 연출됐다. 과거 왕가위 영화를 연상케 하는 신이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가 되레 보는 이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가족의 균열과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에 대해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지나치게 개성있는' 연출로 인해 흐려진다는 느낌도 든다.
또한 영화 속에서 엄마는 '기구한 삶'을 생의 의지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덤덤하게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한 '엄마'의 위대함을 영화가 그리려 했다 하더라도 굳이 '느린 연출'을 선택해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위화감을 배제하고 영화의 이야기만을 편견 없이 따라가본다면 기구한 여성의 삶이 다가올 것이다.
6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이나영은 탈북민 엄마 역을 맡아 1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모습을 소화하며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성숙미'를 보여준다. 이나영은 영화 속에서 농밀한 감정 연기를 특유의 분위기로 덤덤하게 표현한다. 신예인 배우 장동윤의 안정감 있는 연기, 오광록, 서현우, 이유준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러닝타임 104분.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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