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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한 "일류, 이류만 행복한가요?" [인터뷰]
작성 : 2018년 10월 05일(금) 18:55

지대한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부산=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삼등도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최근 부산광역시 해운대 중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지대한을 만났다. 배우가 되기 전 1년간 배를 탔다는 그는 스스로가 말하듯 낭만적인 기질이 많았다.

10년 전 '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친구 역으로 출연, '명품 조연'이라는 호칭이 붙은 순간 그에겐 수많은 캐스팅 제안이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상업 영화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제가 겁이 많아요. 시나리오도 들어오고 개런티도 올라오니 겁이 나더라고요. 단역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때 연극을 했죠."

그때 그는 연극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독립 영화 분야로 방향을 넓혔다. 상업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는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그는 후배들과 독립 영화를 만들면서 오히려 즐거움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든 천만 영화에서 연기를 하든 연기는 똑같다. 지금 현재 후배들, 좋은 사람들과 하는 게 더 즐겁더라. 일류, 이류가 아닌 삼등도 즐겁게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지대한은 "상업 영화를 들어오는 대로 막 했으면 에너지를 다 써버렸을 텐데 지금은 꾸준히 배우 활동하고 있고, 상업 영화든 독립영화든 나를 찾는 사람이 계속 있으니 그 선택을 잘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독립 영화 막내 스태프까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그다.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인맥도 두터워졌다. 부산이 고향인 배우 지대한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인들과 함께 해운대 한 식당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지대한의 밤'을 개최했다. 그를 사랑하는 지인은 물론 SNS 팔로워들에게도 축제의 문은 열려 있다. 매년 열리는 '지대한의 밤' 역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할 정도로 오래됐다.

지대한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시작은 단출했다. 그는 "처음에는 영화를 하는 후배들이 부산 왔는데 맛있는 집 없냐고 해서 다 모였다. 영화제에 초대받지 못한 영화인들도 많지 않나. 다 같이 모이다 보니 소문이 나서 걷잡을 수 없는 판이 돼버렸다"면서 미소 지었다.

"('지대한의 밤'에) 나보다 유명한 배우는 초대도 안 한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는 "관객들도 유명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서슴없이 다가갈 수 있다. 일반인들과 다 같이 어울린다.이게 정말 축제고 영화제가 아닌가 싶다"면서 행사에 애착을 표했다.

지대한은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지나간다. 군대 생활도 30년 하면 표창받지 않냐. 친구들이 뜨진 못했지만, 스타는 아니더라도 잔치를 벌여줄 만하다"며 웃었다.

올해는 그에게 남다르다. 데뷔 30년이라는 것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그가 출연한 영화 '멀리가지 마라'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으로 상영됐기 때문이다.

지대한은 "부산영화제가 생기고 해마다 영화제에 왔다. 하지만 한번도 초대를 받지는 못했다. 내 고향이고 영화제니까 즐기자는 거였다. 올해 데뷔한 지 30주년인데 영화제에서 초대를 받았다. 후배들과 알콩달콩 찍은 영화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참 뿌듯하다"면서 미소 지었다.

지대한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이처럼 그가 독립 영화계에서 열심히 쌓아온 내공이 하나둘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기획한 영화 '대관람차'(감독 백재호, 이희섭)는 지난 12일 개막한 제34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30년 후 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지대한은 "30년 후에도 무대에서 연기를 할 것이다.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과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알콩달콩하는 것은 계속 될 거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의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백발에 턱시도 입은 채로 후배들과 손 잡고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밟으면 그 이상 행복한 게 있을까요. 10년 후에는 '배우의 밤', '감독의 밤'이 주막마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쓱 지나가면서 '내가 원조야' 하는 거죠.(웃음)"




이소연 기자 ent@stoo.com
사진=팽현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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