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구준회의 공허한 사과(feat. 비아이 감싸기) [ST포커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아이콘 구준회가 공식석상에서 팬 기만 논란을 사과했다. 그러나 대중은 여전히 싸늘하다. 알맹이 빠진 공허한 사과에 멤버의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아이콘(비아이(B.I), 김진환, 바비(BOBBY), 송윤형, 구준회, 김동혁, 정찬우)의 새 미니앨범 '뉴 키즈: 더 파이널(NEW KIDS: THE FINAL)' 기자간담회가 1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됐다.
아이콘은 컴백 직전, '구준회 논란'이란 악재를 만났다. 구준회가 지난달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차례 혐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일본 영화감독 겸 배우 키타노 타케시와 관련된 게시글을 올렸고, 팬들이 이를 지적하며 해당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준회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용. 싫어용"이라고 대응하며 팬들과 설전을 벌인 것. 구준회는 논란이 계속되자 SNS를 통해 "좋아하는 배우여서 다른 정보를 몰랐다. 팬분들이 친구 같아서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될지 몰랐다"며 사과했다.
그럼에도 구준회의 인성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뚝심 있게 아이콘의 컴백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구준회는 아이콘의 컴백을 홍보하는 공식석상에 섰다. 논란 이후 불과 일주일 만이었다.
멤버들은 즐겁게 컴백 소감과 앨범에 대한 설명을 하며 기자간담회를 밝게 이끌었다. 다만 구준회는 입을 열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와 다소 다른 진행 방향이었다. 컴백을 앞두고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경우, 공식석상에서 이를 먼저 사과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굿 럭'으로 컴백하던 그룹 AOA는 역사 지식 논란을 사과하며 눈물을 보였고, 배우 김혜수는 드라마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논문 표절과 관련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배우 서인국이 tvN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 제작발표회에서 질문이 나오기 전, 군 면제 논란을 해명했다.
그러나 구준회는 취재진이 질문할 때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최근 SNS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양현석은 뭐라고 하던가"란 질문이 나오자 그제서야 "일단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많은 팬분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 같아서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정말 뼈저리게 깊이 반성하고 있다. 팬분들 대할 때 항상 소중함과 감사함을 잃지 않고 항상 매 순간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중은 구준회의 팬 기만과 더불어 그의 역사의식 부재를 꼬집었다. 키타노 타케시에게 혐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지적받았음에도 이를 정정하지 않으며 간접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구준회는 혐한 논란에 대한 사과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반쪽짜리 사과였던 셈이다.
여기에 구준회는 양현석에 대한 대답도 빠뜨렸다. 결국 같은 질문이 한 번 더 나왔고, 구준회는 "일단은 앨범 발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멤버들한테는 면목이 없었다. 진심으로 사과했다. 멤버들에게도 사과하고 (양현석) 회장님께도 면목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회장님께서는 각별히 주의하고 끝없이 반성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아이의 대답은 더 당황스러웠다. 비아이는 "(컴백을 앞두고) 부정적인 일이 있었지만 그렇다고"라면서 말을 멈춘 뒤 "물론 준회가 미안해했기 때문에 준회를 나무라기보다는 북돋아주고 좀 더 감싸주려고 했다. 컴백이 곧 다가오기도 하고 준회가 좀 더 성장할 수 있게끔. 형들이 있다 보니까 좋은 얘기 많이 해주고 반성하라고 얘기해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더로서 팀원을 감싸는 것은 당연하나 논란을 일으킨 멤버를 나무라지 않고 도리어 북돋았다고 '오피셜하게' 내놓는 답변은 구준회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다. 대중이 왜 구준회에게 날선 비난을 가하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비아이는 이날 여러 질문에 수번 팬들을 강조했으나 정말 팬들을 생각해서 하는 발언인지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다.
곤란에 빠진 스타들에게 '공식석상'이라는 자리는 직접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대중에 이해를 구하고 여론을 조금이나마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콘에게도 이번 기자간담회는 고심 끝에 성사시킨 자리였을 터. 안 그래도 아이콘은 구준회 논란은 물론, 논란 후 일주일 만에 컴백하면서 "뻔뻔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았나. 그러나 아이콘은 무리한 컴백 강행으로 만들어낸 자리를 대중을 등지게 만드는 자충수로 보답하고 말았다.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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