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막강한 상대 '미스터션샤인'과 맞붙어 나름의 순항을 이어가던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종국에 암초를 만나 유종의미를 거두지 못했다.
29일 SBS 주말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극본 박언희·연출 박경렬)이 40부작의 항해를 마치고 종영됐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살기 위해 인생을 걸고 페이스오프급 성형수술을 감행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고 만 한 여자 지은한(남상미)이 조각난 기억의 퍼즐들을 맞추며 펼쳐가는 미스터리 멜로드라마.
마지막회는 권선징악을 이루며 해피엔딩으로 매듭지어졌다. 강찬기(조현재)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지은한은 자신의 삶을 살았고, 한강우(김재원)와 사랑을 이어갔다. 한강우는 지은한에게 반지를 내밀며 "우리 이제 같이 살자"고 청혼했다. 두 사람은 보랏빛 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키스를 나눴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묘령의 여인 지은한의 정체 파헤치기를 시작으로 강찬기와 정수진(한은정)의 알 수 없는 관계, 한강우의 아들, 지은한과 민자영(이미숙) 고부의 갈등 등 수많은 볼거리로 시청자의 구미를 당겼다. '미스터리 멜로' 표방에 성공한 셈이다.
출연진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남상미 이미숙 조현재 한은정 등 입증된 배우들로 신뢰감 두터운 라인업을 형성한 만큼 이들은 제 몫을 해냈다. 연출과 연기의 조화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반부 인물들의 서사가 점차 풀어지며 20회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넘긴 것. 마니아층도 형성되어 화제성도 높아졌다.
다만, 시작과 끝이 아쉬운 모양새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상대한 동시간대 경쟁작은 스타작가 김은숙과 배우 이병헌 김태리 등이 포진된 대작 tvN '미스터션샤인'이었다. '미스터션샤인'은 1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상을 웃돌며 비상했고, 화제성 또한 대단했던 상황.
이 와중 시작한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은 1회 4.4% 시청률로 초라한 시작을 알렸다. 유료가구만을 포함해 시청률을 집계하는 다소 불리한 조건의 케이블 드라마에 시작부터 참패를 당한 것.
잦은 결방도 악재로 작용했다. 9월 1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 중계 여파로 결방, 9월 22일에는 종영까지 4회 분량만을 남긴 상태로 추석 연휴 여파로 결방됐다. 보는 이들의 시청 흐름을 방해할만한 요소였다.
종국에는 '표절논란'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29일 종영 직전에 드라마 제작사 DK E&M은 현재 준비 중인 '아름다운 사람이다'의 주요 부분을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표절 및 수정해 방영 중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1999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노지마 신지 작가의 작품으로, DK E&M이 리메이크 판권 구매를 위해 2017년 11월부터 TBS와 협의를 거쳤고, 정상 구매 후 2019년 상반기 방송으로 기획 중인 상태라는 것.
DK E&M는 "여주인공이 살기 위해 성형 수술을 감행하는 점, 수술을 거부하던 의사가 여주인공의 흐느낌에 못 이겨 허락하는 점, 의사가 자신의 특수 관계인과 동일한 얼굴로 여주인공을 성형 수술하는 점, 성형 후 음습한 느낌의 여주인공이 발랄한 성격으로 바뀌는 점 등이 '아름다운 사람'의 장면 흐름과 연출이 유사하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DK E&M은 법무법인 오른하늘을 통해 표절 관련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에 SBS는 "박언희 작가의 순수한 창작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저작권법상 아무런 근거 없는 표절 의혹 제기로 박언희 작가 및 제작진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열세의 대진표를 만난 와중 나름의 선방을 이어가나 싶던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마지막이 '표절논란'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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