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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 조빈, 얼굴 낭비 속에 담긴 철학 [인터뷰]
작성 : 2018년 09월 23일(일) 02:04

노라조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어쩌면 초월적 존재.

멀끔한 얼굴로 삼각김밥 머리를 하고 머리에 사이다를 얹는 노라조 조빈을 보며 내심 걱정했다. 자유분방한 몸짓 뒤에 숨겨진 사연 있는 인상이 마음에 걸렸다. 사람들의 웃음에 혹시 상처받진 않을까.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어 소위 '현타'가 오진 않을까. 내 멋대로 그를 재단해나갔다.

오산이었다. 그의 단단한 소신을 마주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속된 말로 불혹을 넘긴 조빈은 이미 차원을 넘어선 경지였다. 어떠한 것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의 외피는 단순한 개그코드를 넘어선 진지한 고민 끝에 표출된 철학적 산물이었다.

- B급을 시작한 계기는?
틈새를 노린 거죠. 아이돌이 득세하고 분위기 있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있는 가요계에서 그들보다 더 잘생기거나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라면 우리만의 색깔로 가자. 그래서 시작한 게 노라조였고 조빈과 정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이혁 덕분에 2인조였지만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 팀이 된 거죠. 의도적으로 만든 부분도 있지만 운이 좋았어요. 새 멤버 원흠이를 만난 것도 운으로 만난 것 같아요. 제가 계획적으로 뭔가 했다기보다는 알고 봤더니 얼굴이 이렇게 생겼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죠. 생김새 가지고도 얘깃거리를 만들 수 있으니 굉장히 운이 좋지 않나 싶어요.

- 조빈도 잘생겼다는 얘기가 많다. 얼굴 낭비라고들 하는데
생각보다 잘 생긴 거죠. 약간 착시현상? 이상한 걸 하는데 그걸 벗겨냈을 때 '어? 야~'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 거죠. 그렇게 시작하다 보니까 사람들 인식이 '생각보다 잘생겼어. 잘생겼는데 저러고 있다' 군중심리가 생긴 거죠. 얼굴 낭비보다는 카메라로 보여지는 무대에서는 저는 항상 장치를 하고 있잖아요.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실생활 땐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생각한 거나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실물이 훨씬 나은 연예인이 됐죠.

- 항상 조빈은 웃겨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 받진 않나
압박이 있을 수 있죠. 저의 기분은 늘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예전에 행사를 갔는데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다리 건너갔다는 전화가 온 거예요. 무대에 올라가야 되는데 막 미치겠는 거예요. 어쨌든 올라가서 웃긴 얘기하고 '슈퍼맨' '카레' '고등어' 다 부르고 서울 올라오는 길에 네 시간을 펑펑 울었어요. 그런 감정인 것 같아요. 그런 콘셉트로 여러분들께 해드리겠다고 약속한 부분에서는 제 상황이 어쩐지는 상관 없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제가 챙겨야 하는 부분인 거고. 그렇게 견뎌내는 이외의 부분을 보면 저한테 일자리를 주시고 먹거리 주시고 인기 주시고 사랑을 주시잖아요. 그런 부분들은 제가 분명히 받고 있고. 연예인으로서의 특혜가 있잖아요. 하다못해 반찬이라도 더 받고. 제가 모르고 지나면 나 혼자 견디는 것 같지만 끄집어내보면 제가 받고 있는 게 훨씬 많거든요. 저한테 원하는 게 있다면 저는 어떤 상황에 있든 해드려야 하지 않나. 그것이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스트레스 받는 순간에 제가 초심을 잃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다 보면서 체력이 안 돼서 지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건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거니까. 스트레스는 아닌 것 같아요.

- 다양한 음악을 해온 데 비해 사람들이 노라조의 웃긴 노래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런 건 별책부록처럼 들려드리는 거기 때문에. 착시현상의 외모처럼 똑같은 발라든데 더 신기하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그게 메인메뉴처럼 나가는 것보다는 이런 거죠. 스파게티 집에서 어느 하루 딱 짜파게티를 끓여주길래 먹어보니까 신선하다. 근데 그 집에서 계속 먹으면 별 거 없잖아요. 그런 개념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발라드도 했고 메탈 곡도 있었어요. 기존에 노라조 타이틀이 될 만한 노래는 가지고 가되 그 이외에 갈증이 있으니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봤죠. 혁이는 락을 할 수 있는데 눌러가면서 할 필요는 없으니까.

- 원래 하고 싶었던 음악은 뭐였나
진짜 녹색지대 같은 거 하려고 했어요. 락발라든데 웅장하면서 서정미도 있고 가창력이 기반이 돼서 사람들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그런 걸 하면 혁이 이미지하고 잘 맞을 것 같고. 근데 하다 보니 확 꼬게 된 상황이 된 거죠. 그렇게 해보면서 노라조의 방향성이 잡힌 게 아닌가 해요. 한 번 꼰 걸로는 만족이 안 되는 거죠. 한 번 더 꽈서 '사람들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했을 때 한 번 더 해서 더 놀라움을 준다든지. 노라조의 시발점이 됐죠.

- 노라조만의 소신이 있다면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준비한 것도 많고 생각도 많고 '이 부분에서는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들이 있다 보니까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거든요. 다 하고 내려올 때는 세상 시원해요. 사이다 1.5L 원샷 때린 것 같이. 또 통쾌할 때가 리허설 때에요. 드라이 리허설부터 풀파워로 하거든요. 아무도 박수를 안 치는데 장인정신처럼. 리허설 때부터 본방까지 계속 고민하는 카메라 감독님, PD님들 계시잖아요. 그 분들한테도 영감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영감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당신들이 알아서 그림을 그려줘인 거잖아요. 드라이로 땀 흘리고 나면 본방 때 분명히 달라져 있는 게 있어요. 저희를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두 번이잖아요. 3분 정도 시간에 우리의 여러 가지 모든 것을 함축시켜 보일 수 있으니까 최선의 그림을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우리한테도 도움이 되고요.

- 노라조의 활동을 돌아본다면
즐거웠던 때가 훨씬 더 많았어요.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 거 같지 않은데 정작 하나 하나 연도수 따지면서 했던 일들을 보니까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간 거죠. 강산이 한 번 바뀌고 1/3이 또 지나는데 좋았던 것 같아요. 사건 사고 없이 잘 지내왔던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노라조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가장 사건 사고가 많을 것 같은 팀이거든요. 변태 같은 조빈과 잘생긴 락커 이혁이 만나서 팀을 했는데 사고라 할 만한 게 거의 없었어요. 둘 다 술을 안 하거든요. 스캔들이나 그런 건 그런 자리에서 생기는데. 정말 맑고 깨끗한 사이다가 저희 아닐까. 보여지는 외모와 달리 내면을 파 보면 산 속에 있는 옹달샘 같은 애들이거든요. 원흠이도 술, 담배를 안 해요. 이러다가 생선 한마리 살지 못하는 증류수가 될까봐 겁나네요.

노라조 한복 인터뷰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윤혜영 기자 ent@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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