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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손예진 "17년 배우 경력, 이정표 같은 작품은…" [인터뷰]
작성 : 2018년 09월 20일(목) 06:26

손예진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매 작품 하나하나가 산 넘어 산이었죠."

20대 때는 사회생활도, 연기도 익숙지 않아 모든 것이 버거웠단다. 어느덧 연기 경력 17년. 배우 손예진에게서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부드러운 여유로움과 연기에 대한 프로 근성이 묻어났다.

"확실히 20대 때보다 노하우는 생겼죠. 30대가 된 뒤에는 20대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죠. 단단해진 건 잘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최근 그가 들고 나온 작품은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 · 제작 JK필름)이다. 지난 19일 개봉한 '협상'은 한국 최초로 협상가를 다룬 영화다. '협상'에서 손예진은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 전문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경찰이 주는 전형성이 있지 않나요. 정의감 넘치면서 뭔가 딱딱한 말투를 쓸 것 같고. 전형적인 것에서 너무 탈피를 해서도 안되고, 너무 전형성만을 따라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죠."

손예진은 "이제까지 영화를 찍으면서 말투에도 당연히 신경을 썼지만 기술적인 방식으로는 접근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대사보다는 캐릭터의 눈빛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이번 역할은 대사의 톤이나 강도, 뉘앙스가 다 중요했다. 고민이 다른 지점이었다"고 되짚었다.

협상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손예진은 협상 관련 서적을 4~5권 읽었다고. 손예진은 "전문직 경찰, 협상가라는 생소한 캐릭터가 주는 게 막연하더라. 이 캐릭터는 좀 더 구체적인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감독님이 책을 4권, 5권 주셨다. 영화 속 하채윤처럼 협상가들이 다리 역할인데 인질범에게 마음이 동요되는 경우가 많다더라. 이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런다더라. 또 인질범의 편에 서야지만 협상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더라. 그런 심리를 아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손예진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협상' 촬영 당시 손예진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인질범을 연기한 현빈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한정된 스튜디오 안에서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로 바스트샷이 잡히는 가운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배우로서는 손발이 묶인 기분이었다고.

손예진은 "한 달 반 정도 초 집중 상태로 찍었다. 세트장이 감옥 같았다고 했는데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웃었다. 이어 그는 "어느 순간 이 곳은 감옥이고 이 분량을 해결해야지만 출소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정도로 세트장에 들어가는 게 심리적인 압박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손예진은 "보통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들과 상의를 하면서 신을 만들어가지 않냐. 그런데 현빈 씨와 저는 안 그랬다. 영화에서 서로 적으로 나오니까"라면서 "저는 저 혼자 고민하고 하채윤을 보여준 거고, 현빈 씨도 혼자 민태구를 만들어나갔다. 온전히 자기들만의 세상을 구축한 후 모니터로 즉석에서 맞닥뜨리는 거다. 리허설도 안 했다. 그래야 더 생생함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손예진은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협상'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손예진은 "작품은 항상 꾸준히 해왔는데 몇 개월 사이에 세 작품을 보여드리기는 처음인 것 같다.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두 작품이 다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완전 다른 지점의 작품이라 다행이긴 한데 너무 자주 보여드리는 것에 대해서 관객 분들이 식상해하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과 고민도 된다. 두 작품 다 잘 됐으니까 협상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고…"라면서 미소 지었다.

손예진 /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손예진은 여배우에게 혹독한 충무로에서도 사랑스러운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흥행퀸'으로 자리 잡았다. 손예진에게 이정표 같은 작품을 물었다.

손예진은 "이런 질문에 정말 멋있게 답하고 싶은데…"라면서 미소 짓더니 "사실 한 작품이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돌이켜 보면 이 작품으로 내가 완전 다른 세계를 알았다는 건 거창하다. 다 쌓여가는 것 같더라.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클래식'에서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처음 하면서 느끼는 부담감을 안고 연기했고 '작업의 정석'에 출연하면서 저에게는 장르를 가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주어진 것 같다. 당시 코미디 연기는 제게 엄청난 변신이었으니까. 그전까지는 멜로 속 첫사랑의 이미지를 많은 분들이 생각해주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아내가 결혼했다'도 제 나이에 하기에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비밀은 없다'에서는 관객들이 못 보던 제 얼굴을 봤다고 하시더라. 항상 관객이 내게 연민이나 동질 의식을 느끼길 바라면서 연기했는데 '비밀은 없다'는 이 여자를 이해 못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끈을 놓아버렸다. 너무 자유롭더라. 이 여자는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쾌감이 있었다"고 되짚었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는 한 여자의 일생을 다 담아내야 했다. 너무 비극적인 인물 아니냐. 심지어 마지막에는 조현병으로 정신을 잃어가고 노인의 모습까지 보여줘야 했다. 오롯이 전체적인 영화를 다 끌고 가야 했다. 하나하나 산 넘어 산이었다. 사랑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매 작품을 통해서 다 다른 성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가장 최신작 '협상' 또한 그에게 제한된 공간 속에서 제대로 표현을 해내야 하는 도전이었다. 손예진은 '협상'의 매력에 대해 "'범죄 오락 영화로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제가 출연한 영화 재미있다고 얘기할 때 진심인지 아닌지 눈을 보면 안다. 시사회 때 다 너무 재미있게 보셨더라. 보다가 몸이 앞으로 갔다더라. 그러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2시간이 30분처럼 느껴졌다는 문자를 받았다. 시간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영화가 아닐까"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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