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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주지훈 "삐뚤어질 수 있던 상황, 좋은 사람들 영향받아" [인터뷰]
작성 : 2018년 09월 18일(화) 18:32

주지훈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암수살인'에서 주지훈이 연기한 살인범 태오는 배우들이 한 번쯤 탐낼 만한 악역이자 배역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였다. 그만큼 위험 요소도 컸다. 우리에게는 이미 영화 '추격자' 속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하정우나 영화 '다크 나이트'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 등 존재감 큰 악역의 이미지가 깊이 각인돼 있다. 게다가 '암수살인'은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극도로 잔인한 장면이 없다. 절제된 흐름 속에서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주지훈의 과제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 · 제작사 필름295) 출연 배우 주지훈을 만났다. 10월 개봉하는 '암수살인'은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가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지훈은 "'암수살인' 출연을 결정하면서 부담도 됐고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김윤석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신뢰가 갔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뭘 물어봤을 때도 같이 고민해주시고 조언해주신다. 그게 큰 힘이 됐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자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위경련이 왔을 정도였다고. 거대한 난관 중 하나는 바로 서울 토박이인 그가 '부산 사투리'를 써야 하는 것이었다.

주지훈은 "사투리로 감정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약 한 달 동안 8시간 이상 사투리에 매진했다. 혼자서 연습하고 한 달 좀 넘었을 때 자신감이 붙었다. 이 상태로 가면,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겠다 싶더라. 그런데 그 순간 감독님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불법 도박판을 전전하는 거친 사람들의 말투라더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시작인가 싶어서 정신이 나갔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지훈은 "경상도 특유의 톤을 익히는 게 힘들었다. 톤을 갑자기 높이고 내리는 기술적인 부분이 어려운 게 아니고 그런 억양 속에 담긴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 저를 제외하고 스태프부터 배우까지 다 부산 혹은 경상도 다른 지역 출신이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았다. 모두가 날 지켜보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암수살인' 주지훈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암수살인'은 형사가 살인범을 쫓는 여타 범죄물과 다르다. 형사가 이미 수감된 범죄자와 접견실에서 만나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추가 범죄 자백을 받고 암수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주요 축이다.

주지훈은 "대사를 말하면서 고개 드는 걸 하나하나 다 계산했다. 매번 다른 각도나 제스처를 보이려 했다. 같은 접견실이 계속 나오는데 같은 긴장감을 계속 주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면 어떤 신에서는 계속 고개를 들고 있는다. 의도적인 거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보면 상업 영화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소재인데 감정으로만 재미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는 없지 않냐"면서 "이렇게 계산을 하면서도 몰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신과 함께'도 CG 때문에 동선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던 주지훈은 "요즘은 점점 영화 찍는 게 어려워진다"면서 웃었다.

올해 주지훈은 영화 '신과 함께', '공작' 등의 흥행 연타 성공으로 충무로의 대세가 됐다. 올해 '암수살인'까지 3편의 영화를 극장에 내거는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MBC 드라마 '아이템'까지 드라마 2편의 방송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다작한다"는 말에 그는 "결국 이 문화를 만드는 건 우리가 아니고 관객인 것 같다. 물론 시작은 배우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관객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구축되지 않지 않나. 영화보다 드라마가 훨씬 더 친숙하다. 요즘에 후배들 보니까 1년에 드라마를 3개씩 찍더라. 그걸 보고 놀랐던 관객분들이 이젠 이걸 괜찮게 생각한다는 거다. 관객 분들이 싫어하시면 자연히 배우들이 다작하는 경향도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다작에 대한 부담이 안 되진 않는다. 단지 감사한 건 '암수살인'이 캐릭터도, 장르도 너무 다르다는 거다. 비슷한 구석이 없으니까"라고 털어놨다.

주지훈 / 사진=쇼박스 제공



"대세"라는 말에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했다. 주지훈은 "팬층이 많이 어려져서 놀랍긴 하다. 편지를 하나 받았다. 충격적이었다. 글씨를 너무 못 썼더라. 사실 나도 악필이긴 하지만…"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읽다 보니 편지를 써준 친구가 6세라더라. '우리 언니랑 같이 삼촌 연기하는 걸 보다가 삼촌 좋아하게 됐어요' 하더라. 내가 종교인도 아닌데 뭘 자꾸 고맙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세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주지훈은 주위의 좋은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주지훈은 "사실 모든 게 고맙다. 관객 분들도 진짜 고맙지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 전생에 좋은 일 했나 보다 싶을 때가 많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제가 삐뚤어질 수도 있고 이상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상황이었잖아요. 제게 직접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몸소 제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좋은 영향력을 받게 되지 않나 싶네요.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소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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